[Opinion] 버켄스탁을 택하고 알아낸 우주의 진실 [영화]

글 입력 2023.08.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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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삶으로 돌아갈지. 우주의 진실을 알아낼지. 선택은 네 몫이야.”

 

이상한 바비는 바비(stereo-typical Barbie)에게 이 질문을 건네며 하이힐과 버켄스탁을 내민다.

 

 

 

하이힐을 벗는 바비


 

바비랜드에서 매일을 호화롭게 살아가던 바비는 어느 순간부터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차갑다’고 느낀다. 셀룰라이트가 생기는 건 물론, 하이힐을 신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던 솟아오른 발바닥은 평평해진다. 바비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이상한 바비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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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바비는 현실 세계에서 바비를 가지고 노는 소녀의 슬픈 감정이 바비(stereo-typical Barbie)에게 전달되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바비가 현실 세계의 소녀를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바비에게 선택권을 준다. 

 

“원래 삶으로 돌아갈지. 우주의 진실을 알아낼지. 선택은 네 몫이야.” 이 질문과 함께 건넨 한 손의 하이힐은 원래 삶을 의미하고 다른 손에 들려있는 버켄스탁은 우주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바비는 버켄스탁을 선택하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현실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런데 운동화도 아니고 컨버스화도 아니고 왜 하필 버켄스탁이었을까.

 

 

 

버켄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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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켄스탁은 1774년 독일에서 요한 아담 버켄스탁(Johann Adam Birkenstock)이 설립한 신발 브랜드이다. 독일의 외곽 마을인 노이슈타트의 구둣방에서 시작된 버켄스탁은 편안한 신발의 제작을 위해 연구를 지속하였다. 당시 전통적이었던 신발의 납작한 밑창에서 벗어나 실제 발바닥 모양을 반영하여 발의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신발을 제작해 편안함을 강조한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하지만 초기에 이러한 버켄스탁의 장점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버켄스탁은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이나 체조선수들을 위한 신발, 또는 목욕탕 샌들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신는 신발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1967년, 미국에서의 판매가 시작되면서부터 버켄스탁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특히, 이제는 버켄스탁의 대표 제품이 된 ‘아리조나’ 샌들은 편안함과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키며 버켄스탁의 인기를 고조시켰다. 버켄스탁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아리조나 샌들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걷도록 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에서 탄생했기에 디자인과 기능을 적절하게 결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버켄스탁의 가치는 올여름도 거리를 버켄스탁 샌들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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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바비가 제시한 두 선택지의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하이힐에 상대하여 버켄스탁을 택했을 것이다. 바비 랜드에서 가장 보편적인 신발인 하이힐과 현실에서 가장 보편적인 신발인 버켄스탁, 예쁘지만 불편한 하이힐과 투박하지만 편안한 버켄스탁. 이는 하나의 예고처럼 바비 랜드와 현실을, 바비와 인간을 상징하는 중요한 오브제로 작용한다.

 

 

 

버켄스탁이 데려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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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켄스탁이 데려간 현실 세계의 모습은 바비의 생각과는 달랐다. 바비 랜드처럼 여성들이 온 세상을 지배하는 구조도 아니었고 바비가 현실의 여성들에게 좋은 영향력만을 행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비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었다.

 

그동안 바비는 외모를 잘 가꾸고 성격과 능력이 좋아야 하며 모든 이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아름답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드러나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줄 알았지만, 벤치에 앉은 할머니에게 스스럼없이 ‘아름답다’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바비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고민에 당도하게 된다.

 

버켄스탁은 실질적으로 바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앞으로 바비를 데려갔다. 바비 랜드를 변화시키며 여러 경험들을 한 바비는 ‘바비 랜드’라는 배경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게 된다. 어쩌면 자아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게 된 바비에게 인형 ‘바비’로 다시 살게 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지 않았을까.


바비는 이제는 자신의 발에 어울리지 않는 하이힐을 신는 대신, 자신의 발에 꼭 맞는 버켄스탁을 신는 날들을 택한다. 그리고 바비가 아닌 인간 '바버라'로서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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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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