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One과 Anther가 음악으로 교감하다 - 고잉홈프로젝트

고잉홈프로젝트 <신 세계> feat.손열음
글 입력 2023.08.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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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프로젝트(Going Home Project)는 지난해 창단한 오케스트라이며, 창단 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선보여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 공연은 8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으며, <신(新) 세계>, <볼레로: 더 갈라>, <심포닉 댄스>라는 각기 다른 세 가지 타이틀과 프로그램으로 사흘간 진행되었다.

 

고잉홈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는 해외 굴지의 악단에서 다년간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보자는 포부로 뭉친 4인의 음악가 – 첼리스트 김두민(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종신 수석 역임), 호르니스트 김홍박(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종신 수석 역임), 플루티스트 조성현(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역임), 클라리네스트 조인혁(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역임)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바수니스트 유성권(독일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수석), 트럼페티스트 알렉상드르 바티(독일 뮌헨 필하모닉 수석), 플루티스트 한여진(독일 NDR 필하모닉 수석 발탁), 첼리스트 문웅휘(독일 코부르크 극장 오케스트라 수석), 이세인(미국 오레곤 포틀랜드 심포니 수석), 비올리스트 헝웨이 황(캐나다 벤쿠퍼 심포니 수석), 랄프 시게티(벨기에 리에주 왕립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이재형(독일 베토벤 본 오케스트라 제2악장), 플로린 일리에스쿠(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악장) 등 14개국의 40여 개 교향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음악가들과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고잉홈프로젝트’, 이 아이디어의 모태를 제공했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번 공연 중 8월 1일에 특별 출연했다. 2일에는 관악 부문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콩쿠르인 뮌헨 ARD 콩쿠르에서 한국인 오보이스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던 오보이스트 함경은이 참여한다. 3일에는 호주 출신 작곡가 나이젤 웨스트레이크의 오보에 협주곡 <스프릿 오브 더 와일드>가 한국에서 초연된다. 이 중 필자는 1일 공연을 관람했다.

 

<신 세계> 공연 프로그램은 레너드 번슈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중 심포닉 댄스(Symphonic Dances),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 안토닌 드 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From the New World>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익숙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심포닉 댄스를 선택함으로써 공연 처음부터 관객이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작품은 무용가 제롬 로빈스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춤이 메인이 되기 때문에 ‘댄스 뮤지컬’이라고도 불린다. 무대 위 폴란드계 백인 갱단인 제트파와 푸에르토 리코계 갱단 샤크파의 주도권 싸움은 각각의 음악적 특색과 더불어 안무와 함께 표현된다.

 

그런데 이번 연주에서는 안무가 아닌 음악만으로도 샤크파와 제트파의 대립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물론, 제트파의 음악과 샤크파의 음악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곡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대 위 관악기와 현악기가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인 토니가 여자 주인공인 마리아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샤크파와 제트파의 갈등이 치솟는 장면까지를 관악기와 현악기가 점차 조화를 이루고, 관현악기의 뛰어난 완급조절과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는 모습으로 표현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더불어 극 중에서 핑거 스냅(Finger Snap)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번 연주에서도 연주자들이 중간중간 핑거 스냅을 해서 사운드를 훨씬 풍부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넘버 ‘Mambo’를 연주할 때는 실제로 ‘Mambo’를 외쳐 더욱 신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심포닉 댄스라고 되어 있지만, 3시간가량이 되는 하나의 뮤지컬 작품을 25분가량으로 압축하여 메들리로 연주했다. 이로써 작품을 본 사람에게는 새로운 관점으로 극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극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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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블루> 또한 익숙한 음악이다. 클라리넷의 독주로 시작하여 바순, 트럼펫 등이 합류하였으며 손열음의 피아노 독주가 더해졌다. 더불어 현악기와 타악기가 차례대로 연주를 시작했다. 손열음의 연주는 깃털처럼 가볍고 청량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생동하는 느낌으로 연주를 진행했다. 이런 모습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중 어느 하나가 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드러냈고, 역동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되는 동안 음악의 선율은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공연장을 유영하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가 훌륭했으며, 플롯과 바이올린의 트릴을 비롯하여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기량이 무척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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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고잉홈프로젝트에는 지휘자가 없다.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는 이런 경우를 흔히 보아왔지만, 고잉홈프로젝트의 단원은 60~70명 정도의 대규모였다. 이에 연주가 시작되기 전 어떤 연주가 펼쳐질지 무척 궁금했다. 리드 바이올린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 단원들과 호흡하고 조율을 진행하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리드 바이올린은 상당히 퍼포머틱(performative)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며, 각각의 연주자 또한 단순히 악기만을 정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닌 생동감 있게 연주를 이어 나갔다.

 

특히 클라리넷 연주자의 퍼포먼스는 물 흐르듯 하며 역동적이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연주자의 기쁨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각 프로그램이 끝나고 전체 연주자들이 한 번에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섹션 별로 연주자들이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이 부분에서도 연주자들이 이전까지와 달리 더욱 존중받고, 전체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단원이 아닌 각 개개인의 연주자로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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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공연장 객석의 모습

 

 

연주자들끼리 연주하는 동안 공유하는 교감이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결론적으로 지휘자의 부재로 인해 연주자들이 지휘자 한 명의 움직임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바라보며 전체의 움직임 속에서 각자 움직이는 모습이 되어 흔히 보던 연주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모든 연주에서 완급 조절, 세기 조절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듣는 내내 귀가 즐거웠으며 다른 날의 연주, 앞으로의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가 기대되었고, 궁금해졌다. 앞으로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는 찾아서 듣고자 한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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