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폭풍, 히스클리프 - 연극 '폭풍의 언덕'

글 입력 2023.05.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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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바람이 분다.

개 짖는 소리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폭풍은 무엇을 삼켜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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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워더링 하이츠)>은 브론테 자매 중 둘째인 에밀리 브론테가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중 배경은 요크셔 주이며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가문에서 오래전 조상대에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지독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여행을 떠났던 아버지가 언쇼 가로 한 아이를 데리고 온다. 그의 이름 히스클리프. 거지 아이가 오자 가족들은 처음에는 경기를 일으키며 싫어하지만, 곧 딸 캐서린은 그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소유물이었으며,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그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이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사랑의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서린의 오빠 힌들리는 히스클리프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다.

 

결국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가지기 위해 언쇼 가를 떠난다. 성공해서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에 의해 언쇼 가와 언쇼 가와 혼인한 린튼 가는 폭풍 속에서 점차 망가져 간다. 폭풍은 히스클리프였고, 폭풍에 휩싸인 것은 언쇼 가와 린튼 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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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극은 언쇼 가의 보모 넬리와 잠시 머물게 된 록우드가 캐서린의 일기를 보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 무대에서 여러 명의 인물이 나오지만, 최소한의 의자와 책상을 이용하여 배경을 빠르게 전환하고, 공간을 분리하며 소품으로도 사용한다. 또한, 의자는 시끄러운 소음을 발생시키며 극 속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무대는 메마른 회갈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워진 벽에는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것들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이것은 히스클리프에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가해진 학대의 산물이었다.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대변되는 히스클리프에게서 그의 복수심과 우울감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그가 린튼 가와 언쇼 가에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드러난다. 다만, 히스클라이프를 중심으로 극을 재구성했으면 조금 더 입체적인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잘못된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부차적으로 강조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외모와 성격의 연관성이다. 자유롭게 들판을 히스클리프와 뛰놀던 캐서린은 우연히 린튼 가에 5주간 머무르게 되면서 자신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더 이상 맨발로 들판을 뛰놀지도 않고, 여느 정숙한 아가씨처럼 꾸미고 행동한다.

 

그리고 히스클리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이렇게 괴상해 보이지.” 이 말에 히스클리프는 나름대로 꾸며보지만, 이를 본 힌들리는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외모를 꾸며도 선천적인 악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폭언을 퍼붓는다.

 

“더 좋은 옷에 행실도 점잖고 부자가 되고 싶어.

선한 마음을 가지면 선한 얼굴로 바뀔 거야.”

 

이런 대화 속에서 거북함이 몰려오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순전히 옷차림과 행동이 한 사람의 성격을 대변할 수 있는가? 눈빛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는가? 히스클리프가 좋은 옷을 입고 돌아왔을 때도 그를 경멸하는 힌들리의 눈빛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내면이 그에 대한 평가와 인상을 결정한다. 만약, 언쇼 가가 히스클리프를 따뜻하게 대해주었어도 히스클리프는 매서운 폭풍이 되어 그들의 일상을 무참히 부서트리고 삼켰을까?

 

히스클리프를 중심으로 모든 인물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이끌려 파멸로 끌려간다. 태풍이 잠잠해지고 혼자 남은 히스클리프. 폭풍의 중심이었던 그 또한 끝을 맞이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했지만, 결국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시켰고 자신과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인물을 비참한 운명으로 이끈 히스클리프.

 

잘못된 사랑의 방식으로 서로를 파멸로 이끈 그들의 이야기에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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