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랑으로 충분한 우리의 이야기 -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서린 작가

글 입력 2023.02.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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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 하기에 따라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은 오늘날 수많은 부모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곤 한다. 부모가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너무 많은 요즘, 아들 ‘힘세니’와의 일상을 담은 육아툰 <힘세니툰>의 서린 작가는 육아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육아란 가장 훌륭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한 과제가 아니라 한 사람을 사랑하는 과정에 더 가까우며, ‘완벽한 양육자’란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힘세니 어록'으로 사랑받는 <힘세니툰>의 일부와, 서린 작가가 힘세니를 기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를 '꼴통 엄마'라고 칭하면서까지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작가는 특정한 육아법을 가르치기보다 힘세니와 함께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성장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수하고 화를 낼 때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 언제나 사랑이 있기에 결국에는 웃게 되는 그 일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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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고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을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린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어요. 처음에는 신혼 생활을 그리다가 아이를 낳으면서부터는 육아툰인 <힘세니툰>을 그려요. 좋은 제안으로 <힘세니툰>에 제 육아 이야기를 더한 책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를 내게 되었습니다. 힘세니가 올해 9살인데, 책에는 7살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책인지 좀 더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는 육아서이지만 결국에는 한 가족이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사랑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에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고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을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책에는 육아에 대한 조언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도 많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 ‘이렇게 하라’는 이야기보다 ‘우리는 이렇게 지내요’ 식의 내용이 더 많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아이를 ‘팀원’으로 대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귀여운 행동을 요구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SNS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도요. 


처음에는 제가 특이하다는 걸 전혀 몰랐는데, 힘세니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다른 부모님들을 만나면서부터 제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나 예를 들면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이 아이를 옆에 두고 혼잣말을 잘 하세요. 밖에서 놀다가도 돌아갈 시간이 되면 앞뒤 설명 없이 “시간 됐다.”라며 아이 손을 잡고 가버리고요. 저는 혼잣말을 하는 대신 힘세니와 대화하려 노력하고, 사소한 것까지 다 설명해주는 편이라 다른 부모님들의 그런 태도가 생소했어요.


말씀을 들어 보면, 아이가 어른 말을 듣지 않고 있거나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혼잣말도 자유롭게 하고 말도 딱 결과만 전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사실 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이해하겠거니 싶어서 일일이 다 설명했던 건데, (웃음) 지나고 보니 그게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해요.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을 잘 이해하고 감정도 잘 읽는데, 어른은 이걸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이를 팀원으로 대하기 위해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지구의 문화와 언어를 모르는 작은 외계인을 대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외계인은 우리 문화와 언어를 잘 모를 뿐, 감정도 있고 이성도 있고 자신의 논리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예요. 우리에겐 당연한 것도 처음이라면 당연히 모를 수 있죠. 우리가 가이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안내해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카페에 갔다면 여기서 주문을 할 수 있고, 주문하고 돈을 내면 사람이 우리가 마실 음료를 만들어준다고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는 거죠. 갑자기 상황이 바뀌면 양해를 구하고 충분히 설명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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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에, 

예상치 못한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에피소드라기보다 책을 쓰던 때의 마음이 생각나요. 예전부터 책을 낸다면 독자의 시간과 종이가 아깝지 않은 책이기를 바랐어요. 누군가에게 내 책을 권할 때 스스로 창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이번 책도 그동안 그렸던 <힘세니툰>을 종이에 옮긴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뒤집어볼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랐죠. 편집자님과 상의 끝에 비문이 아니라면 문장에서 문어체의 개성을 되도록 살리려 한 것도 책의 특징이에요. 읽어보시면 실제로 제가 옆에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올해 아홉 살이 된 힘세니는 이제 책에 나온 것보다 더 다양한 어휘로 복잡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요, 최근에 힘세니에게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힘세니는 과거에 경험한 일을 전혀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가져오는 걸 잘해요. 같이 커피와 주스를 마시고 며칠 있다가 갑자기 엄마의 웃음소리는 커피 같다고 이야기하는 식이죠. 최근에 함께 오락실에 가서 사격 게임을 하며 제가 총알을 장전하라고 말했어요. 며칠 후 힘세니가 우주 그림을 그리며 우주가 엄마 같다고 하길래 제가 “우주는 겉보기에 엄마랑 닮은 게 없는데 왜 엄마래?” 하고 물었더니, “총알이 장전된 것처럼 나는 엄마 생각이 머릿속에 장전돼 있거든. 조금만 비슷한 게 나오면 발사되는 거야.”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지금은 그 말이 기억에 남아 있네요.

 

 

정말 기발한 말이네요! 한편으로 아이가 예상치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할 것 같아요. 그럴 때 작가님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럴 때가 많은데요, 오히려 의외의 모습을 봐서 기뻐요. 남편은 저와 성격부터 취향까지 많이 다른 사람인데, 둘이 결혼해 낳은 아이니까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친자식이라 해도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죠. 입양 가족이거나 조부모님이 아이를 기를 경우 더 그런 순간을 많이 만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에, 예상치 못한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5장 ‘부모로 산다는 것’에서는 작가님이 서너 살의 힘세니를 돌보며 느꼈던 힘듦과 어두운 감정도 담겨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5장을 통해 책을 쓴 저 역시 힘든 순간이 있었고, 스스로 ‘꼴통 엄마’라 생각할 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육아에 한 가지 정답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무작정 좋다는 양육 방식을 따를 필요도 없고, 반대로 남의 양육 방식을 깍아 내릴 필요도 없어요. 육아 전문가라고 해서 자신의 아이를 완벽하게 키운다는 보장은 없죠. 어떻게 키우는 게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고, 어떤 어른이 멋있는 어른인지도 모두 의견이 다를 거예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어딘가 괴상하고 모난 구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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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멋있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못지않게

조그만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경험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 육아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을 다른 부모님과 예비 부모님들에게 선배로서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내가 확신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전혀 다를 거예요. 지금 열심히 배우는 것이 미래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주판 학원 다니는 게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주판을 일상에서 쓰지도 않는 것처럼요. 그러니 유명한 교육가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존감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남이랑 자기를 비교하지 않고,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 마음을 길러주는 게 가족의 일이 아닐까요. 아이에게 멋있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못지않게 조그만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경험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뛰어가다 크게 넘어져도 보고,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가 찢어지거나 거하게 망쳐도 보면서 실패가 뭔지 배우고,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를 바라요.

 

 

이번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던 <힘세니툰>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어느덧 1500여 개의 게시물을 올리셨어요. 첫 번째 게시물을 올리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원래 블로그에 올리다가 페이스북으로 한 번 옮기고,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에 정착했어요. 인기를 끄는 매체는 그때그때 바뀌니까 언젠가 인스타그램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거기에 그림을 올렸던 경험은 남아 있죠. 요즘 웹툰을 준비하면서 실감해요. 준비 중인 웹툰의 장르가 로맨스라서 그 장르에 맞는 스타일로 그리는 연습을 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하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빨리 늘더라고요. 오랫동안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던 덕이 아닌가 싶어요.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한 시간은 나중에 소중하게 쓰일 거라고 믿어요. 손은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책 말미에서 로맨스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책에서 언급하셨는데요, 일상툰 연재를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로맨스 웹툰을 구상 중이라고 하셔서 신기했어요. 관련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일단 육아물을 7~8년간 계속 그리다 보니 이제는 제가 이 장르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있는 건 육아물이지만 최근 들어 재밌게 보는 쪽은 주로 로맨스물이다 보니 저도 로맨스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진 거죠. 다만 전형적인 로맨스와는 달리, 소위 말하는 ‘오글거리는’ 요소가 없는 로맨스를 구상하고 있어요. 잘 된다면 기존에 로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 새로운 꿈입니다. 지금 3화를 그리는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어쩌면 미래에 이 인터뷰를 읽게 될지도 모르는 힘세니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웹툰을 준비하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정말 많이 해요. 이 책을 쓰면서도 힘세니가 나중에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한 부분은 없어요. 힘들었던 건 솔직하게 힘들었다고 썼어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널 항상 사랑했고, 우리가 같이 이 어려운 순간을 지나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지금도 아이에게 항상 잘 될 거라는 이야기는 절대 안 해요. 살다 보면 잘 안되고, 망치는 일도 많겠죠. 그때마다 우리가 그걸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자고,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말하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웃음) 힘든 상황에서 이 인터뷰를 보는 거라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

 

훗날 우연히 이 인터뷰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힘세니에게 서린 작가가 건네는 말을 들으며 ‘육아란 결국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 같지 않듯이 아이를 기르는 방법도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길로 가든 사랑을 잃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어느 날, 힘세니가 이 인터뷰를 읽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저절로 상상하게 된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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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HoneyButter
    • 오 힘세니툰 인스타에서 보고 팬 되어서 책도 사보고 여기까지 왔는데ㅋㅋ 인터뷰도 찐이네요 책도 재밌게 읽었고 뭔가 특별한 육아비법서가 생긴거같아서 든든해요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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