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인 이야기 [만화]

웹툰 <꼬리잡기>의 네 가지 장점
글 입력 2022.05.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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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쉬' 작가의 웹툰 <꼬리잡기>에서 스튜디오 견학을 갔던 9명의 대학생들이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한다. 교묘하게 무너져 생긴 공간에서 2주 동안 겨우 버티는데 구조를 하고 보니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생존자 5명은 증언을 피하는 상황에서 자문 위원과 경찰이 힘을 합쳐 밀실 살인의 범인을 찾아 나가는 내용이다.


경찰의 입장에서 생존자들 사이에 숨어있는 살인자를 잡는 추리물의 성격과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는 스릴러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분량에 비해 덜 유명하다. 숨은 맛집 <꼬리잡기>의 네 가지 장점을 언급하며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려고 한다.

 

 

  

1.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관계성 맛집


 

인물목록.png

 

 

9명이나 되는 학생이 등장한다. 게으른 작가라면 적당히 캐릭터를 뭉갤 수도 있는데 이들을 전부 구분이 가도록 외모와 성격을 설정했다. 멤버들 사이에 커플도, 소꿉친구도 있으며 과 대표와 꼰대 같은 선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양한 관계성이 있다. 소꿉친구와 여자친구는 미묘하게 대립하는 관계이며,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사실은 짝사랑하는 사이도 있다. 꼰대 선배는 여러 명에게 끊임없이 시비를 걸며 갈등을 유발한다. 어떤 인물은 사람을 무서워해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다가 숨어버린다. 학생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던 긴장과 갈등이 건물 붕괴 사건으로 증폭되고 극한 상황에서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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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묘한 관계가 있다. 사건 해결의 단초는 학생들로부터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주영화 선생은 23년 전 있었던 ‘속리산 실종 사고’의 생존자로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심리를 잘 읽어내고 내부 상황을 이해한다. 선생의 조언은 수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권정도는 정의롭고 범인을 잡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전형적인 열혈 형사인 줄 알았건만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데, 과거에 겪었던 어떤 사건으로 유독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보호하는 데 민감하다. 주영화 선생이 과거 살인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이 둘은 분명 조력 관계이지만 미묘한 긴장감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 사이에 숨은 관계성을 살펴보는 것은 감상에 즐거움을 더한다.

 

 

 

2. 엇갈리는 증언으로 독자에게 추리할 기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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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초기부터 급수 시간을 통해 피해자들의 알리바이를 확보하고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한다. 고립되어 있던 학생들이 운 좋게 건물 틈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짝을 지어 일정 시간마다 돌아가며 물을 마시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급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A와 B가 물을 마셨다고 말하는 와중에 B는 자신이 물을 마신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으며, 생각보다 오차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급수 말고도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빵을 먹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챙겨온 빵을 서로 나눠 가진다. 2주간 갇혀 있으면서 먹을 게 겨우 빵 하나인데 설마 그 빵을 남길 수 있을까? 빵을 남긴 사람이 있다면 그 빵의 주인이 범인일 수 있다. 빵 말고 다른 음식이 있었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먹어서 체력을 유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망자들의 신체가 상당히 훼손되어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스튜디오 내에서 식인 행위가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누가 급수 시간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빵을 남긴 건 누구며 왜 남긴 걸까? 작가가 깔아준 판 위에서 타임라인을 되짚어 가며 독자들 사이에 추리 시간이 한바탕 벌어진다.

 

 

 

3.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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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을 진행하던 중, 하나같이 입을 꾹 닫고 아는 것이 없다며 일관하던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이에 새로운 증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학생들 말고도 다른 부부가 그 공간에 있었다는 것. 이름은 ‘나승운’과 ‘신보헌’으로, 위층에 고립되어 있던 두 사람이 학생들이 있는 공간으로 내려와 물을 나눠 달라고 한다.

 

거부하는 학생들과 마찰이 생기고 저들도 살기 위해 부부를 화장실로 쓰던 아래 공간으로 내려보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구조 대원들이 학생들을 구조하던 당시 부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증언 이외에는 두 사람이 함께 갇혀 있었다는 증거 또한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친구의 실수를 덮어주려고 진실을 숨기기도 한다. 누군가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던 정황을 파악하고 학생들 중 정신 분열증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세 명을 살해하고 시신 훼손, 식인까지 저지른 범인은 한 명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다. 범인들의 공모가 있었을 지도 모르고 각각 저지른 일인데 우연히 한 사람이 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 하나 분명히 밝혀진 것이 없고 수사의 진전이 더딘 와중에 뭔가 심각한 냄새를 맡은 네티즌들은 사건에 엄청난 관심을 보낸다. 사이버 렉카 채널은 대단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학내 커뮤니티에 학생들의 신상과 사진이 전부 뿌려진다. 현실적인 반응과 사건 진행 때문에 스토리에 더욱더 몰입하게 된다.

 

 

 

4.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



[크기변환]씬구구성.jpg

 

 

컷의 구성과 내용의 전개 방식이 굉장히 드라마적이다. 컷을 구성하는 방법이 특히나 그러하다. OS샷 등 다양한 시점샷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중간에 장면을 삽입할 때의 편집 흐름도 자연스럽다.


이야기의 호흡이 길고 등장인물이 많다. 따라서 짧은 상영 시간 동안 바짝 스토리를 보여줘야 하는 영화보다 여러 이야기를 꽤 긴 시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에 유리하다.

 

또,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익숙한 구성을 따른다. 이준기, 문채원 주연의 <악의 꽃>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투톱 주연물인 '악의 꽃'처럼, 정신과 의사와 형사를 중심 인물로 설정할 수 있겠다. 유사하게 사건의 전말이 점차 밝혀지는 방식으로 구성하면 드라마 시나리오 한 편 뚝딱이다.


*

 

개성 있는 인물들과 묘하게 현실적이어서 몰입되는 인물 간 관계성 때문에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게 하는 증언이 있으며 예측 불가능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계속해서 떡밥을 던지고 알차게 회수함으로서 내용은 점점 구조화되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다채로운 컷 구성과 이야기의 호흡은 그 재미를 더한다.


요즘 네이버 웹툰들이 이유 모르게 급작스럽게 완결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꼬리잡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두사미식 전개 말고 지금의 속도대로 반전을 계속 보여주며 꾸준히 이야기를 전개하길 바란다.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반전을 거듭하며 더위를 날려버릴 ‘꼬리잡기’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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