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상에 환기가 필요할 땐 이 전시를, 살바도르 달리 展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2.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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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 속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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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을 때면 새로운 도전과 기쁨이 가득하리란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기대와 다짐이 무색하게도, 전과 별다를 바 없이 첫 달이 흘러간다.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 속 지루함이 느껴질 때면 새로운 환기가 필요한 법. 빼어난 작가의 작품 속으로 빠져보는 건,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展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준다. 유명한 미술사조와 작가를 주제로 한 전시는 사실 그리 새롭지 않다. 특히 살바도르 달리는 녹아내리는 시계 그림으로 익숙하니 말이다.


필자 또한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불러오니, 잠잠한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뭔가 달랐다.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수식어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붐비는 전시장 속에서도 달리와 그의 작품에 집중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위대한 예술가? 평범한 한 사람으로 만나는 살바도르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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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Gerard Thomas d’Hoste

 

 

유명한 작가의 전시를 볼 때면 말로만 듣던 작품을 직접 두 눈에 담는 놀라움이 있다. 전시를 보는 동안 작가는 한층 더 위대하게,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미술사에 길이 남아 오늘날까지 회자될 사람이 과연 맞구나 싶으면서, 동시에 평범한 나와는 아주 먼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展은 살바도르 달리를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의 생애와 작품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달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이끈다. 전시 첫 번째 섹션인 <천재의 탄생>으로 들어가 보자.


스페인 카탈루냐의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달리는 시작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달리의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형으로 너무 큰 상실감과 슬픔에 빠졌고, 달리를 형의 환생으로 보았다. 달리는 자기 자신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데에 좌절하고 기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개미가 가득한 박쥐를 입안에 넣거나, 염소 똥으로 만든 향수를 뿌리기도 했다.


모두가 감탄하는 환상적인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는 그의 상처로 인한 강박증, 편집증, 정신 분열이 있었다. 엉뚱한 표정과 콧수염으로 유쾌하게 그려지는 달리이지만,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그토록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고 뾰족하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다. 예술가로서 존경하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섹션 <초현실주의: 손으로 그린 꿈속의 사진들>에 들어서면 한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가 평생 사랑했던 갈라가 등장한다. 유부녀를 사랑하게 된 달리는 그녀에게 선물로 성을 줄 정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갈라는 성에서 지내며, 자신이 보낸 초대장이 없으면 달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선 어쩐지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익숙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전시장 곳곳, 특별함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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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2 전시전경

 

 

<슈거 스핑크스 The Sugar Sphinx>는 달리가 갈라를 그린 초기 작품이다. 광활한 사막과 같은 건조한 땅 위, 갈라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그림은 밀레의 <만종>에 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갈라의 앞으로 보이는 인물과 수레를 통해 밀레의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달리는 밀레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넘어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고요가 느껴지는 <만종>에서 달리는 무엇을 본 것일까? 궁금해지는 순간, 전시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면 달리가 느낀 경이로움과 황홀함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원형으로 구성된 전시벽 중심에 <슈거 스핑크스> 작품이 놓여있고, 벽은 온통 그림 속 선연한 주홍빛으로 빛을 낸다. 단순히 채색된 벽이 아닌, 그 자체로 빛을 뿜어내는 듯한 벽 앞에서 달리의 마음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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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c. 1974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전시장에는 이처럼 관객이 한순간 달리와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여섯 번째 섹션 <시각적 환상에 대한 탐구>에서는 작품 옆에 착시효과를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해 달리의 의도를 알아볼 수 있다.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은 동일한 작품을 색감과 구성을 달리해 두 개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이 둘을 관람한 후에 두 제품을 복제해 만든 후, 거울을 설치된 체험 공간에서 둘은 하나의 작품으로 합쳐진다. 단면의 그림이 눈앞의 공간처럼 입체감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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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8 전시 전경

 

 

이어 여덟 번째 섹션 <달리의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에서는 달리의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에서 제작한 영상 작품 <달리의 꿈 Dreams of Dali>을 관람하는 공간이다.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Archaeological Reminiscene of Millet’s “Angelus.”> 작품 속으로 들어가 조형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넓게 펼쳐진 땅을 걷기도 하면서 달리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눈앞에서 만나게 된다. 달리가 작품으로 다뤘던 가재가 놓인 전화벨이 울리는 등 작품에 숨을 불어넣은 장면들이 재미있다.


또 하나 특별했던 건, 영상이 전시된 공간은 위에서 바라본다면 원형이 아닌 다각형의 형태라는 점이다. 하나의 영상이 여러 벽면에 걸쳐 상영되는 형태인데, 이 점에서 다각형 형태가 새롭게 느껴졌다. 영상은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이어지기보다, 한 벽면에서 다른 벽면으로 이동하며 약간의 지연, 끊김이 느껴진다. 이는 익숙한 규칙이 적용되는 현실이 아닌 꿈의 세계, 초월적 공간에 도착했다는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달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달리는 ‘편집광적 비판(Paranoian Critical Method)’를 제안하고, 이는 곧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기법으로 자리 잡는다. 편집광 환자는 환각 능력을 갖게 되어, 물체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게 된다는 것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이러한 그림 속에서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 숨은 모습, 잠재적인 욕망이 드러난다.


달리의 작품 앞에서 그의 내면에 잠든 기억과 감정은 무엇인지, 작품 속 인물은 누구이며, 물체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끝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꿈속의 춤 같은 그림 앞에서 달리의 삶을 만나보고, 나의 깊은 곳에 자리한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3월까지 이어지는 특별한 전시를 놓치지 않길 당부한다.

 

 

*이미지 출처: GNC Media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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