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철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도서/문학]

철학은 실용적이다
글 입력 2021.11.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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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보고 생각한다. "왜 기다려야 하지?" 왜 삶이 골칫거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오늘, 바로 지금,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인생이 이끄는 대로 나도 철학자가 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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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마치 고립되어 있고 알고자 한다면 끝을 모르게 깊이 파고들어야만 하며 쉽게 다가갈 수조차 없는 어렵고 낯선 사람 같다. 철학과 철학자와 철학자의 생각이 과연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까 싶은 의심이 들면서도 종종 왠지 모르게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의무 아닌 의무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기차를 타고 철학 여행을 떠나는 저자 에릭 와이너와 함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이르는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삶 속 지혜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를 통해 독자인 우리는 철학을 지식보다는 '지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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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꼭 인간의 실존과 같은 거대한 주제만 다루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가장 첫번째 장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이다.

 

철학자이자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역시 이른 아침,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 했다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사명'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생각과 행동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
 

 

'쾌락을 말한 위대한 철학자'이자 '크나큰 오해를 받고 부당한 비판을 받은 철학자'로 설명되는 에피쿠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2부 <정오>의 첫번째 장을 연다.

 

경험론자로서 세상을 감각하며 읽고 즐기는 법에 대해 사유했던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를 통해 우리가 늘 좇고 싶어하는 행복에 대해 정의하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법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준다. 그런 그의 철학적 사유의 궤도를 따라 지나가는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음미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 욕망하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

 

책의 마지막, 열 네번째로 나누게 되는 철학자의 지혜는 바로 '몽테뉴처럼 죽는 법'이다. 마르쿠스처럼 침대에서 벗어나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처럼 걷고, 보고, 들은 다음 정오를 맞이하며 에피쿠로스처럼 즐기고,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 인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황혼을 맞이하게 된다. 3부 <황혼>에서는 쉽게 얽매일 수 있는 것들, 즉 과거나, 역경, 혹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헤쳐 나가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귀찮고 짜증날 만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찰했던 '우연한 철학자' 몽테뉴는 언제나 스스로를 더 잘 알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간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죽음이라는 낯선 고통과 두려움에 대해 직면하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몽테뉴와 그의 에세이, 그의 철학을 사유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독자는 좋은 삶과 좋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떠올리고 그것을 구석구석 샅샅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동시에 상황과 감정의 존재 이상의 것들이 궁금해진다. 그 모든 것들을 시답잖은 공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발굴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과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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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괜스레 무책임하게 느껴졌던 날이 있었다. 모르고 싶어서 모르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탑승해 열 네 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지혜를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들을 통해 일어나는 법, 생각하는 법, 듣고 말하는 법, 욕망하는 법, 잘 싸우고, 잘 견디고, 잘 나이 드는 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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