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들 안녕하신가요 [미술/전시]

국립고궁박물관 '안녕安寧, 모란'전
글 입력 2021.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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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친근함을 보낸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겪을 때도 우리는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까지 서로의 안녕을 기원한다.

우리가 안녕하길 바라듯, 이전에도 서로의 안녕을 기원했을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는 여러 겹의 꽃잎으로 풍성하게 피어나는 모란이 우리의 안녕을 기원하듯 따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안녕 安寧, 모란' 전이 7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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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고 즐기다

 

양쪽에 거울을 통해 끝없는 모란 길이 펼쳐진다. 걷는 길을 따라 꽃봉오리가 활짝 만개하며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신선놀음하는 듯, 아름다운 모란 길을 지나가면 사람들이 사랑하던 모란의 모습을 역사적 기록으로 만나볼 수 있다.
 
모란의 화첩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모란을 만난다. 모란의 의미와 모란과 결합하여 좋은 의미를 더하는 책가도 속 자연물을 알아볼 수 있다. 수선화와 공작, 넝쿨이 모란과 만나며 최고의 지위와 부귀를 누리기를 기원하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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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 즉 화중왕(花中王)으로 일컫는다. ‘화중왕’으로 칭송받던 모란은 조선시대에 와서도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궁궐과 사대부가의 정원에 심었다. 태종 대 창덕궁 후원의 광연루의 연못 주위에 모란과 연꽃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관람객 역시 숲속에 모란을 심어놓은 정원에서의 시간을 통해 아름다운 모란을 즐길 수 있다. 정원 속 모란 그림을 감상하며,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해 SNS에도 남겨본다.

 
 
무늬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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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무늬는 대표적 길상무늬 중 하나이다. 상서로운 것을 바라는 인간의 소망을 담은 무늬를 통하여 행복한 삶이 가득하길 바랐다. 이를 증명하듯 왕실부터 민간까지 모란 무늬가 사용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2관에서는 옛사람들이 모란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증명하듯 모란과 함께한 유물이 위치한다. 유물에 모란과 함께 다양한 무늬(십장생, 복숭아나무 등)가 장식되어 문양을 빈 곳 없이 채워 넣는다.
 
모란을 사랑하던 오래전 시간을 넘어, 그 용품을 사용할 이의 행복을 소망하는 따듯한 마음을 느낀다.
 
 

왕실의 안녕과 나라의 번영을 빌다

 

혼례에서 왕실까지 모란으로 장식하며 번영과 풍요를 바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마음은 흉례에서도 전해지는데, 화려한 모란꽃으로 장식한 병풍과 의자, 가마의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예우를 갖추며 선왕이 되어 국가를 살펴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느낄 수 있다.
 
 

당신에게 모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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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다양한 모란의 모습을 만나보며 모란의 의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로부터 모란은 슬플 때나 기쁠 때 모두 함께했다. 사람이 소망하는 바를 무늬로 나타내고, 아름다운 무늬를 부채부터 가구, 복식, 건축까지 다양하게 장식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단오절에 서로 주고받는 부채에서도 풍성하게 피어난 모란꽃을 보며 느낀다. 모란이 수놓아진 부채는 우리가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 다음 계절, 이번 연도, 내년, 계속 건강하라는 것을.

 

이제 모란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모란은 무엇인가요?’


왕실에서 주로 쓰였으나, 민간까지 모란은 건강과 부귀를 바라고, 아무 탈이 없이 일생을 마치길 바랐다. 즉, 한 송이 모란꽃을 넘어 무늬로 새겨넣는 것은 소망했던 마음인 것이다. 사람은 각자 소망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우리 모두에게 모란이 있다. 각자의 모란을 피우길 바라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본다.

모란은 봄에 짧게 피고 지는 꽃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아름다운 계절에 피어나 봄의 절정을 함께 지나는 것은 기쁜 일이나, 꽃이 피어있는 시기가 짧은 것은 아쉽다. 내가 애정하는 시, 이준관 시인의 <여름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이준관, <여름밤>
 
 
여름밤은 아름답고, 이 짧고도 아름다운 여름밤을 함께하는 시. 나는 시의 괄호 친 문장을 가장 사랑한다.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풍성하게 피어나는 모란도 아름다워 짧게 피고 지는 것일까. 우리는 아름다움을 쫓으며 살아가지만, 인생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을에서 겨울, 봄, 다시 여름. 사계절이 순환해야 여름이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고 다음을 기대하며 봄을 준비하는 모란에게 삶의 자세를 배운다.

인생이 마냥 꽃 같지는 않더라도, 인생을 사는 우리는 개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 꽃이 피는 순간 더 아름답지 않을까 기대한다. 흔히 인생이 완성이든, 미완성이든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한다. 완성과 미완성으로 나눌 수 없다. 인생에서 이미 꽃을 피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다음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고, 꽃이 피길 기도하고, 이를 준비하기조차 힘든 이들이 있음을 안다. 이것을 미완성으로 치부해버리면 난 오만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응원을 보내는 것. 그래도 우리 버텨보자는 것.
 
모두에게 모란을 보내본다. 모란이 누군가의 안녕을 바랐듯, 우리가 모두 안녕하길 바란다.

안녕(더운 여름 건강)하신가요.
모두 안녕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임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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