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디 워홀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 -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콜라는 콜라일 뿐이다
글 입력 2021.04.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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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_게티이미지코리아.jpg

 

 

나는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 같은 말로 종종 나 자신을 표현하곤 했다. 정교한 미술 영화라는 왕가위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며, 눈에 띄는 전시회가 있다면 곧잘 흥미를 느끼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좋아하는 화가가 있을 만큼 여러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미술에 자신이 없었다. 미술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호응을 해주면서도, 왜 나는 이 나이 먹도록 기본적인 미술사 지식조차 없을까라는 자격지심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앤디 워홀의 전시회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약간의 도전적인 정신, 약간의 걱정, 두려움을 이고 전시회로 발길을 옮겼다. 앤디 워홀의 전시회는 역시나 감각적이었다. 가끔 전시회에 가면 ‘엥? 이게 작품이라고?’라는 당황스러움을 만나곤 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은 미술을 모르는 나도 감탄할 수밖에 없을 만큼 화려했고 세련됐다. 섹션1부터 작정하고 마릴린 먼로를 보여주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하다고 해서 그저 ‘아, 멋있다’라는 감탄사만 내뱉은 채 이 전시회를 떠나고 싶진 않았다. 전시회 리뷰를 100개의 감탄사로만 채울 순 없지 않은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이 공간을, 이 공간 속 작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섹션2의 통조림 그림이었다. 통조림을 예쁘게 잘 그렸네, 앤디 워홀이 통조림도 디자인했었나. 통조림에 숨겨진 대단한 의미를 찾고 있을 때 이 같은 문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앤디 워홀의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부자가 먹는 콜라나 가난한 자가 먹는 콜라나 콜라는 콜라일 뿐이다.

 


이처럼 앤디 워홀은 모두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통조림 외에도 달러 지폐, 티켓, 더 간단히는 사이키델릭한 과일과 같은 익숙한 물건을 작품 소재로 삼기도 했다. 당시 소위 말하면 돈 좀 있는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었던 미술의 장벽을 앤디 워홀은 과감히 무너뜨리고자 했다.


 

콜라 .jpg

 

 

이 설명을 읽고나니 왜 앤디 워홀의 작품이 여전히 감각적인 느낌으로 촌스럽지 않게 남아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특정 사람들만이 아닌 모두의 공감을 얻고자 했던 작품이라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그 의도가 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곳에서 굳이 작품의 대단하고 놀랄 만한 해석을 찾으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앤디 워홀의 의도대로, 그저 미술을 알든 모르든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나만의 느낌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캐네디.jpg

 

 

전시회에선 유명 인사의 초상화를 비롯해 앨범 디자인, 멸종위기 동물을 표현한 그림 등 앤디 워홀의 흔적을 낱낱이 공개했다.

 

앤디 워홀은 영화계, 음악계, 환경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예술성을 나타냈다. 그만큼 앤디 워홀의 관심 분야가 다양했고, 또 그의 천재성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누구든 미적 욕구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는 앤디 워홀의 뜻이 다른 이들에게도 한 가지 깨달음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됐다.

 

앤디 워홀은 오늘날 상류층부터 소외 집단까지 여러 사회 계층을 캔버스에 담아낸 사회적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다. 앤디 워홀 또한 외롭고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성공이야말로 이 지옥 같은 길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무수한 노력과 천재성의 뒷받침으로 결국 성공을 이룬 앤디 워홀이었지만, 결코 불우했던 시절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자 애썼다. 그에게 미술이란, 과시나 자만의 수단이 아니었다. 이러한 점이 앤디 워홀이 여전히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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