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지 오웰의 목소리 - 동물 농장 [도서]

글 입력 2020.11.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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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사실 그의 <1984>를 읽기 위해서 책을 찾아보던 중 묶음으로 팔고 있어 구매하게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잠깐 시간이 나서 읽게 된 것으로 큰 기대를 하거나 궁금증을 느껴 읽은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 조금 읽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쩌면 제대로 읽은 것은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읽은 <동물 농장>은 더는 유치한 동물들의 싸움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를 너무나도 닮게 그려낸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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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조지 오웰 만나기



작가 조지 오웰에 관심이 생겨 <동물 농장>과 <1984>를 읽게 되었다. 그 관심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시작됐다.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다 보니 더 많은 영상을 봐야 할 것만 같은 어리석지만 당연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휴대폰 중독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럴수록 핑계를 대기 위해 지식 관련 영상들을 자주 찾아보았다. 그렇게 북튜버나 지식 채널들을 구독하다 보니 관련 추천 영상에 책을 요약하거나 유튜버의 생각을 담은 영상들이 뜨곤 한다. 이를 보면서 어느새 조지 오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사람들이 <동물 농장>을 다시금 찾게끔 만든 영상이 바로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 채널의 설민석 강사님의 강독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에는 강독 풀버전으로 30분이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현재 조회 수 9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도 친구가 책은 읽지 않았지만, 설민석 강사님의 설명 영상은 봤다고 말할 만큼 많은 사람이 이 영상을 통해 책을 대신 읽고 있었다.  나도 이 영상을 보면서 어릴 때 읽었던 <동물 농장>을 다시금 꺼내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또한 서메리 유튜버의 조지 오웰의 <1984>를 주제로 한 라이브를 보면서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작품들을 생각보다 쉽고 재밌는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친근한 설명과 소설 속 시대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끔 여러 이야기를 던져주시는 서메리님의 말 하나하나에 <1984>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결국 서점에 가 조지 오웰 묶음판을 사게 된 것이다.

 

 

 

<동물 농장>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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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이 책을 읽었던 기억에는 유치한 동물들의 싸움이 일어나 결국엔 풍차도 못 짓고 망해버린다는 결말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들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이 책에서의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메시지로만 받아들이다 보니 이 책이 너무 유치하고 재미가 없었고 사람들이 왜 꼭 읽어야 하는 걸작선에 이 허무맹랑한 <동물 농장>을 넣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조지 오웰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아 <1984>도 디스토피아 소설이겠거니 짐작하며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읽어보니 상당히 재밌고, 무엇보다 유치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담아낸 모습들이 눈에 보여 새롭게 발견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한 모습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 대해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특유 기존 사회에 대한 철저한 반영과 풍자는 이 소설에서도 굉장히 두드러졌다. 나는 학교 강의를 통해 사회 주의체제와 북한 정치, 경제에 대해 배우고 있다. 소설의 군데군데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회를 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의 몰락은 이미 예정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부패가 일어나는지 그 잔인하고도 악한 사건들의 정도만 다를 뿐,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그 유형의 국가 행보와 다를 바 없어서 더욱 책을 읽으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어디서 시작될 수 있는가. 권력과 결부되지 않은 국가가 일어날 세상이 올까? 지금의 민주적 사회, 자본주의 현 상태와 이 소설 속 상태를 비교하면 분명 동물 농장이 나빠 보인다. 하지만 이 판단이 지금 우리 사회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패한 권력과 결탁한 모습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하기에 그 결탁이 어디서 얼마나 더 심한가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전체주의에서 부패가 생겨나면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며 그들은 진실을 모른 채, 양처럼 복서처럼 흐린 목표를 위해 일하기 더욱 바빠진다. 그 사회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부패의 모습보다 더 악화되어 결과적으로는 무지한 대다수의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서 열심히 일하는 복서 같은 인물들이 현실에도 존재하는 사회 옆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오웰은 풍차 건설과 같은 육체노동의 집중화를 통해 현재 삶의 어려움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전체주의 국가가 지속해서 주민을 통제하는 한 방법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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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와 공산주의가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이며 조지 오웰도 노동자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완벽한 이상사회는 그러한 사회임을 이야기했다. 사실 그러한  완벽한 사회는 언제, 어디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지도자가 생겨나기는 그 과정이 어쩌면 그 사회에서는 필연적이라서 우리의 사회주의는 결코, 지속되고 유지될 수 없나 보다. 장원농장이 동물농장이 되고 나서 7계명을 세웠지만, 한둘씩 지도자들의 편익에 따라 변해간다. 우매한 군중들은 이를 읽지도 못할뿐더러 읽는다고 하여도 그 함의를 깨우치지 못하고 지도자 집단의 이야기와 발표로 항의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지도자의 매력적인 연설과 계획들로 유토피아적 사고가 주입되어 환상에 사로잡혀 자발적으로 엄청난 노동력을 제공한다.

 

 

 

<동물 농장>으로 세상 바라보기



나는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 농장의 이야기를 본다. 장원 농장에서 동물 농장이 되고 결국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돼지들의 장원 농장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를 인간의 입장에서 보고 있으면, 사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이야기 속 쫓겨난 농장 주인의 입장이 아니라 이 싸움과 갈등을 재밌게 관전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명백히 이 동물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권력 생성과 부패가 심화되어 가는 과정임을 인지한다. 그러면서 지능이 낮은 동물들을 탓하며 이를 왜 알아보지 못하고 항의 또한 하지 못하냐고 어리석음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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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순전히 동물들의 이야기니까. 지능이 낮은 동물이니까 저렇게 글을 읽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의 지도에 따라 복종하며 열심히 일하는 거라고. 글을 읽을 줄 알아도 자신의 의견은 잃어버린 채 일만 주야장천 하는 이유는 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에서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일어나고 있는 전체주의와 집단화는 직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소설에서 그러한 잘못된 과정으로 치닫는 사회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가 우매한 동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 안에서도 그러한 집단화는 정부, 국회에서도 대중들 모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일당독재체제의 북한 당국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매한 동물들이란 핑계를 댈 수 없는 현실에서 그러한 사회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열을 높아지고 있고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날로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어리석지도 않고 지능이 낮아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무사유의 태도가 쌓여 결국엔 동물 농장 속 동물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동물 농장>에서는 선전·선동이 날카롭게 잘 나타난다. 그렇게 세뇌당한 노동자들은 이유를 모르지만,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한다. 인간사회에서도 과거에도 그랬듯, 철저히 국가의 선전과 선동에 따라가며 세뇌당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그런 그들이 진정한 국가와 이와 떨어진 잘못된 지금의 모습과 진실들을 깨우쳐야만 이 사회가 발전되고 좋은 길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뻔한 말일 수 있지만 그러한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와 집단에서는 굉장히 힘든 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동물 농장> 속 '우리의 지도자'로 신처럼 추대받는 돼지들은 더욱더 우스꽝스럽게 사람의 모습을 닮아간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힘으로도 꺾을 수 없어 보이는 그들의 신념으로 이어지는 그 사회와 공동체의 모습을 보면 이를 어디서부터 바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1984>에서도 마찬가지로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소설 속 사회는 잘못되었다. 명백히 잘못된 사회이며 이를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프롤, 대다수의 노동자 계급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대부분이 노동자이며 극소수가 그들을 잘살게 해준다며 지도한다. 극소수의 지도자 집단이 결국 그들을 지배하게 된다. 그렇게 권력과 결탁하게 되어 완벽한 이상적 사회주의는 실현되지 못한다. 생산재 공급과 국가관리를 중요시하는 그들은 노동자의 의식까지 지배한다. 빅브라더스가 존재했고 어디서나 그들을 감시하는 CCTV와 큰 화면들, 어리석음을 악용해 교육해 어릴 때부터 그게 맞는 것이라고 배우며 전체주의로 이유 없는 합당함이 자리 잡는다.


그럴수록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사회 구조가 이렇게 형성되어 있는가를 되짚어보며 물어나가야 한다. 우리의 의식을 우리의 자발적인 사고로 채워나가야 한다. 무사유를 막고 자발적 사고를 해내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나도 노력하지만, 항상 제대로 된 질문을 나에게 자문하기도, 제대로 된 답을 얻기도 어렵다. 하지만 결국 해야 하고 '실천하지 않을 뿐 생각할 수 있다.'는 태도보다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태도를 가져야 함을 조지 오웰의 소설을 통해 더욱 마음 깊이 새긴다.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이유 없는 판단과 노동을 강요하는 공산당 선언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가 스스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그 사유의 과정이 없다면 결코 지금 내가 사는 사회도 건강하게 지속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사는 세상, 경제, 정치에도 모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지만 <동물 농장>에서 볼 수 있듯 지식인이어도 내가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사회는 후퇴한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와 역행이 반복된다. 나는 조지 오웰의 목소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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