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나의 첫 기록에 관하여

기록은 연결을 위해 존재한다.
글 입력 2020.06.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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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기록하려는 본능이 있다. 인류는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의 삶을 남겼다. 최근에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무엇이 우리 조상들로 하여금 그렇게 꼼꼼히 그리고 꾸준하게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게 한 것일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바로 '연결'이다.

 

기록은 보이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연결하고, 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아주 개인적이여 보이는 글쓰기도 대부분 연결의 역할을 한다. 가장 활발하게 하루하루를 기록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니 그 기억은 초등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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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기록의 형태는 어땠을까. 오랜만에 들춰본, 아마도 숙제의 목적으로 작성했을 일기장에는 서툰 글씨로 빼곡하게 하루를 채우고 있는 어린 내가 있었다.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추억의 증거가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다시는 쓸 수 없는 솔직한 글들이 소중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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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맞장구쳐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은 당시에도 큰 기쁨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문장을 꼬박꼬박 잘 보이게 수정해 주신 선생님도 있고, 혹여나 자유로운 글쓰기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신 것이었는지 연필로 연하게 표시해 두신 선생님도 있었다. 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초등학생의 일기장은 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 주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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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내 일기를 읽다 보니 지금의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또 저 방향을 바라보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의 관심사는 항상 그림과 글쓰기였다. 일기 쓰기가 귀찮아서 자주 일기 대신 시를 써서 내곤 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알려주셨고 나는 광고 전공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전공에 대한 확신은 줄어들었지만, 서툴게 남아 있는 초등학생의 기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바라왔는지 조금은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기록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매일을 연결해 주고 잊고 살아가던 방향성을 되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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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별거 없는 일기에도 책상에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듯이, 기록의 순간에는 많은 유혹을 뿌리친 후 손가락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야만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기록은 절대 배신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록한 결과물이 언젠가 사라진다 해도 글 쓰고 그리는 순간 이미 많은 것들이 연결된다.

 

4개월 동안의 아트인사이트도 흩어진 생각을 연결하는 시간이었다. 누가 볼지 모르지만 내가 한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하더라도 뭉게뭉게 떠다니던 생각들이 눈앞에 형상화된 것으로 충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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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누고 남기는 것. 아트인사이트는 내가 초등학교 때 수줍게 끄적였던 일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곳이다. 기록은 언제나 우리의 빈 곳을 채워주었기 때문에, 아트인사이트는 내가 보낸 지난 시간들을 증명하는 공간이 되었다.

 

언젠가의 내가 보았을 때 또다시 일어나 걸어갈 수 있도록, 아트인사이트에서의 기록을 계속해 나가야겠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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