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낯설게 하는 작품을 낯선 방식으로 보기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생각하는 사람’ 르네 마그리트의 시적인 내면세계 속으로
글 입력 2020.05.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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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x89cm.jpg
<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cm x 89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요즘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고 있다. 이 책은 신경과 전문의인 올리버 색스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리버 색스는 환자 개인으로서의 역사를 배제하고 서술한 병력은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난 다양한 신경학 환자의 ‘이야기’를 기록했고,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들까지 자연스레 담기게 된다. 책에는 사람을 사물로 잘못 인식하는 환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 등 신경학적인 문제로 인해 세상을 조금 다르게 살게 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올리버 색스는 이들을 ‘상상을 뛰어넘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이들의 생애를 특징짓는 것은 ‘사실과 꿈같은 이야기의 뒤얽힘’이라고도 말했다.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분명 한 개인이 겪고 있는 현실을 읽고 있자니, 현실적인 소재들을 새롭게 바라보아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린 르네 마그리트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실제로 책 곳곳에는 르네 마그리트 작품과 비슷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정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해보지도 못한 모습의 세계를 사는 환자들을 한 사람으로서 존중한 올리버 색스는 그들이 보는 세상을 많은 사람에게 전함으로써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편협한 사고를 깨뜨렸다. 르네 마그리트 또한 화가 대신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을 만큼 그림을 통해 보여지는 것보다 생각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르네 마그리트가 자꾸 떠오르던 차에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의 소식을 듣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 60cm x 81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사실과 꿈같은 이야기의 뒤얽힘.’ 이 문장을 그대로 옮겨와 초현실주의를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은 채 드러나는 사유의 실제 작용을 표현하는 사조를 말한다. 따라서 초현실주의는 논리와 합리의 세계에서 벗어난 무의식 혹은 꿈의 세계에 집중하며 상상력의 해방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습관이나 이성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옮기는 ‘자동기술법’을 주로 사용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자동기술법이나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소재를 두고 관습적인 사고를 비틀어 낯설게 하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을 사용했다. 대표적인 작품인 <이미지의 배반>에서는 파이프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배치해 언어와 대상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상식을 깨뜨렸다.

 

또 <금지된 재현>에서는 거울에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비추어 보이는 장면을 그렸고, <빛의 제국>에서는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고요한 밤거리의 풍경이 공존해 있는 모습을 그리는 등 익숙한 대상들을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결합하여 기묘한 느낌을 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관습에서의 탈출을 유도했다. ‘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말했을 만큼 르네 마그리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를 원했다.

 

 

전시사진-1s_7.jpg

 

 

그런 만큼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아시아 최초의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이 단순히 캔버스 위의 그림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등을 통해 재해석되었기 때문에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탈피하여 낯설게 보기를 지향했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일상적인 감각이 아닌 낯설고 새로운 미디어 아트로 보게 된다면 마그리트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그룹과 브뤼셀 마그리트 재단이 직접 지원했고, 전시 기획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마그리트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더욱더 효과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제목이 ‘Inside Magritte’인 만큼 르네 마그리트의 독창적인 작품을 현대의 예술과 기술을 통해 입체적이고 새롭게 전하여 마그리트의 시적인 내면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그러한 체험을 통해 마그리트의 의도처럼 세상과 삶을 다른 시각으로, 낯설게 명상하고 사색하게 되기를 바란다.

 

 

전시사진-1s_16.jpg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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