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자유로운 생각과 움직임을 만나는 시간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무대에 펼쳐진 농구 코트, 보통의 농구 연극
글 입력 2019.10.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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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에서 스포츠 경기장을 만나본 기억이 없다. 어쩌다 농구 코트가 무대 위에 펼쳐지게 되었을까? 왜 이들은 농구에 대한 연극을 만들게 되었을까? 이것은 왜 연극으로 만들어질 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은 일면 선택의 문제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회운동을 하는 것만큼의 노력과 투쟁을 요한다. 실체 없는 관념들과 싸워야 하고, 나아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사회 환경을 바꾸어야 하며, 주변의 시선이나 말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용기가 필요하다.


여성에게는 오락으로서의 스포츠 또한 그러하다. 고정된 성 역할 속에서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는 남성성의 영역에 속해왔다. 근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회를 위해 복무하는 개인’ 즉 국민은 곧 남성을 의미했다.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훈련된 몸은 남성의 것이었고, 힘과 용기는 남성성의 징표가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업 자본주의가 도래함에 따라 도시의 산업은 공장제 노동 중심으로 돌아갔고, 이에 적합한 몸은 남성성을 체현할 수 있는 몸이었다. 자연스럽게 여성은 가사노동, 출산, 육아에 적합한 몸으로 규정되었다.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계속해서 기획되고 재생산되어왔다.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성별 이분법은 여러 차원에서 우리를 억압한다. 성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구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연극은 의미가 있다. 여성들의 농구 이야기는 그래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개성이 만날 때 젠더의 경계를 허물어갈 수 있다.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출연진.jpg

 

 

올여름,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에서 <달랑 한 줄>을 보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남의 연애>를 보면서 어딘가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달랑 한 줄> 속 인물들의 삶이 당위적 차원에서 쉽게 규정되거나, <남의 연애>의 화자가 그 무엇도 주장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의아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선택이 너무도 이해되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미끄러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고, 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야 한다.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의 배경이 농구 코트라는 점, 연극이 나아가는 방향이 '농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에 향해 있다는 점이 반갑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연극은 그 어떤 여성 서사보다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코트를 누비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 속에 존재하는 전형적이고 이분화된 틀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지 않을까.

 


포스터_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01.jpg

 


++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들이 선사하는 감동

농구는 1쿼터에 십 분이다. 기상 시간에 맞춰둔 알람 소리에 깼다가 잠깐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뜨는 시간이 십 분 정도다. 그런데 그 십 분은, 모든 드라마가 다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직접 경기를 뛰어보며 깨달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언젠가 무대 위에 옮겨놓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들이 선사하는 감동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마법과 닮은 점이 많다. 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나와서 코트를 누비며, 그러니까 무대를 누비며 농구 하는 공연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근사한 마법을 부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작가 심정민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 보통의 농구 연극 -


일자 : 2019.10.15 ~ 2019.10.20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0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플레이어F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을,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그들이 가진 얼굴과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말로 하는 설득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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