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풍요로운 도시의 야경부터 넘실거리는 리조트 풍경까지 모두 들어있다. [음악]

시티팝, 한번 들어봐.
글 입력 2019.02.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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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예린의 La La La Love Song





백예린의 lalalalove song이란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됐다. 90년대에 방영할 것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마이크를 들고 단순히 리듬을 타는 gif 이미지가 반복되는 유튜브 영상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사운드에 몽환적인 백예린의 목소리가 얹어지니 불멸의 몸을 얻기 위해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철이가 은하철도의 풍경에서 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기분은 끝내 표현하기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풍족한 도시 풍경 혹은 과거에 상상할 법한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도가 적당한 듯싶다. 그래서 이러한 기분을 자아내는 장르를 하나둘 접하기 시작했는데, 그 장르가 바로 시티팝이다.




2. 유행하는 복고, 시티팝



유튜브에 시티팝을 검색하면 분위기가 비슷한 70, 80년대 노래들을 묶어 만든 동영상들이 존재한다. 이 동영상들의 조회 수는 10만 회를 웃돌며 많은 젊은 리스너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음악계에서도 시티팝의 회귀현상을 볼 수가 있는데, ‘시티팝’ 장르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컴백을 예고한 유빈과 윤종신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장르인 시티팝은 무엇인가?



"시티팝은 장르라기보단 스타일에 가깝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중흥했던 음악 스타일로 이름 그대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팝, 스무드 재즈, 펑크(funk), 소울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시티팝의 범주에 들어간다. 공통적으로 도회적인 분위기에 세련된 편곡, 깔끔한 연주가 담겨있으며 스튜디오에서 충분히 다듬어진 소리로 표현된다. 1980년대 일본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인만큼 막강한 자본력으로 최고급의 스튜디오 장비를 갖추는 것뿐 아니라 외국 유명 아티스트를 일본에 초대해 함께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0년대 들어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로 다시 소환되기 시작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시티팝 [City Pop])


포크와 그룹사운드 음악이 유행하던 일본의 60년대를 지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거대자본과 함께 서양의 AOR(Adult Oriented Rock)음악이 일본에 흘러들어 온다. 재즈부터 시작해 펑크, 디스코까지 포괄하는 AOR(Adult Oriented Rock)음악은 일본의 구미에 맞게 변형되어 시티팝이란 이름을 달고 태어난다. 그렇기에 시티팝의 추구하는 방향은 기존의 가요가 가지던 통속성에서 벗어난다. 가수의 가창에 대한 비중보다는 사운드에 집중하며 보다 세련미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티팝에는 여러 논란이 존재하기도 한다. 위의 인용처럼 명확한 경계를 나눌 수 있는 장르라기보다는 음악적 스타일을 기반으로한 음악 사조이므로 듣는이에 따라 그 판단이 나뉘기도 한다.


시티팝이미지22.jpg
 


일곱개의 바다에서 모이는
여신들의 드레스에 닿는 순간

퍼져가는 세계는 신비로운 빛을
내뿜으며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야마시타 타츠로(山下 達郎)의

Sparkle 중에서



시티팝의 가사에는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지만 80년대의 풍요로운 일본의 경제 상황을 대변하듯 도시, 야경, 해변, 리조트 같은 자본적인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음반 표지 봐도 그렇다. 도심의 야경, 해변의 서퍼를 전면을 내세운다. 이렇게 시티팝은 대놓고 돈 자랑을 한다.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전체적인 음악의 스타일은 ‘나, 풍요롭고 여유롭습니다.’라고 자랑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느낌이 작위적이지 않다. 정말 가진 자들의 여유로움의 느낌이다.




3. 시티팝의 대명사 야마시타 타츠로(山下 達郎) 와 타케우치 마리아(竹内まりや)



일본 시티팝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를 꼽으라 하면 야마시타 타츠로를 고를 수 있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티팝 대명사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야마시타 타츠로의 모든 노래가 좋다. 세련된 사운드와 함께 발랄한 목소리가 넘실대는 트랙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80년대의 일본 리조트를 꿈꾸게 한다. 그의 노래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꼽자면 1982년에 발매한 앨범[FOR YOU]의 첫 번째 수록곡 SPARKLE이다. 전주로 시작되는 경쾌한 기타의 리프와 함께 시원하게 뻗어 올라가는 관악기들의 향연은 제목 그대로 청량함을 선사한다.


야마시타 타츠로는 1953년 출생으로 76년도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접했던 음악으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의 최신 영화 「미래의 미라이」의 메인 OST가 있다. 이처럼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면서 그의 음악에선 여전히 시티팝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어 참 기쁠 따름이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아내 타케우치 마리야 또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가수이다. 특히 그녀의 대 히트곡 Plastic love는 시티팝 리스너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이 회자되는 노래이기에 일반 사람들도 종종 유튜브 추천 영상을 통해 우연히 접하기도 한다. 이 노래는 7분이 넘는 재생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느긋한 템포 진행이 특징이다. 특히 첫 도입부가 매력적이다. 웅장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신시사이저로 시작해 명랑한 건반으로 음을 떨어트리는 도입부는 마치 구름을 걸어 내려오는 기분을 자아낸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주 뒤에는 툭툭 말을 던지듯 내뱉는 가볍고 세련된 창법이 7분여 동안 지속된다. 더불어 노래 중간에 기타 솔로 부분도 참 좋기에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4. 그래도 시티팝



그럼에도 여전히 시티팝 장르는 혼란스럽다. 시티팝의 근간이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AOR 음악에 기반을 두어서 그 경계를 나누는 일을 두고 넷상에서 설왕설래 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담론은 역시 시티팝 장르에 관한 관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 기준에서 시티팝이란 ‘막연한 도심에 대한 열망’으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각박한 현대에서 정말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시티팝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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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GQ - 도시화

팟티 라디오 - 살롱 도쿄 에이티즈 EP34~36



[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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