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이해와 소통 [문화 전반]

소통하는 척은 그만
글 입력 2018.07.2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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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소통
소통하는 척은 그만

Opinion 민현


 
나는 음악을 정말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1GB용량의 MP3에 음악을 가득 채워 넣고 들었던 그때부터 AI가 추천해주는 재생목록을 듣는 지금까지 늘 음악을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듣는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누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왜 듣는지를 가만히 보면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맞는 음악을 추천하거나 사람들을 통해 나도 새 음악을 듣는 건 내 삶에서 꽤 즐거운 부분이 되었다. ‘음악을 통한 소통’은 자연스럽게 내가 내세우는 목표로 자리잡았다.
 
혹시라도 이어폰을 두고 집 밖을 나선 날은 오늘 하루에 음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한숨부터 나온다. 그 먼 길을(사실 그렇게 먼 길은 가지도 않는다) 이어폰 없이 가는 건, 세상을 소리 없이 살아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다행히도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이어폰을 흔쾌히 빌려주셨고, 나는 다행히도 활기찬 세상의 소리를 담으며 길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우리 엄마는 이어폰이 필요하지 않으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는가수다’와 ‘슈퍼스타K’를 챙겨 보셨고, 차에는 SG워너비 전집을 소장하고 계신데 생각해보니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을 잘 쓰지 않으신다.
 
음악을 이어폰으로 처음 접하고 너무 익숙해진 나와는 달리 엄마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걸 지금와서야 깨닫는다. 아마 그녀에게는 이어폰과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는 방법이 가장 편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집에 돌아와 책장 한 켠을 채운, 내 눈길이 3초 이상은 머무르지않던 엄마의 LP판을 바라본다. 변진섭, 이문세부터 에릭 클랩튼까지 턴테이블에 조용히 돌아가는 음악이 엄마에게는 더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LP판을 스치는 손에 낡은 감촉이 느껴졌다. ‘음악을 통한 소통’을 외치던 나는 우리 엄마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좀 부끄러워졌다.
 

lp판.jpg
▲ 시간이 지나 누렇게 바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이해와 소통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이해와 소통이라는 개념과 그 실천에 익숙하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을 포함한 기성세대보다는 소통에 있어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청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에 생긴 세대 갈등의 원인은 늘 기성 세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으며 갈등의 원인은 한쪽에게만 있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우리 엄마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주제 넘게도 나는 세대간의 소통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이해와 소통의 역할을 부담스럽게 어른들에게 떠안긴 채 어린아이처럼 이해받기만을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소통이라는 이름에만 사로잡혀 서로 이해해보자고 말하고는, ‘난 소통하려 노력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아.’ 하고 외치는 사람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니 난 그저 소통하는 사람인 척 하고싶었을 뿐이다. 진정한 소통은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진정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해에 앞서 상대방을 받아들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소통의 어려움이 나 혼자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너무 많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데 열정적인 반면 세상에 나온 목소리들은 서로 소통하는데 힘을 쓰지 않는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꼰대’라는 단어 앞에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로 대립하고, 억압받던 여성들의 목소리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혐오’라는 단절의 벽을 마주했다. 갈등도 소통의 일면이 될 수도 있지만, 대립과 단절의 갈등은 그저 대립과 단절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해와 소통의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해와 소통의 문화는 아무런 노력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목소리를 내기에 앞서 벽을 넘어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려 노력해야 소통의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이해와 소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상대방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해’고, 그 점을 공유하며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소통’이 아닐까? 내가 너와 다른 만큼 너도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노력은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다. 소통을 여는 노력의 시작점은 작은 질문 하나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이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해??”

 
LP판이 꽂혀 있는 책장을 보며 엄마에게 여쭤보았다. 이문세와 변진섭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으시는 엄마의 모습은 참 아름다우셨다. 먼지를 털며 꺼낸 LP판의 커버는 어머니의 살아온 날을 담고있는듯 했다. 옛날에 이 LP판을 사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유명한 곡들은 들어봐서 익숙했지만 턴테이블을 따라 듣는 감정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 낯섦을 받아들이는 게 '이해'라고 생각했고 그와 함께 대화하고 음악을 듣는 게 '소통'이라고 느꼈다. '음악을 통한 소통'은 음악 추천정도로만 끝나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변진섭.jpg
▲ 너에게로 또다시, 숙녀에게, 희망사항이 수록된 변진섭 2집. 명반이다.
 

그렇게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나 ‘숙녀에게’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내 마음 속에 남았다. 언젠가 그 목소리에 설레고 가슴 아팠을 우리 엄마를 이해하면서 나는 변진섭씨가 부른다면 어울릴 가사를 적어보았다.

 



"낯선 모습"
 
당신은 나와 다른 줄 알았어요
오래 전엔 내 모습과 같았단 걸
왜 난 이제 알았을까요
왜 난 그땐 몰랐을까요
 
아니야 난 이해는 괜찮아
우린 다 다르다는 걸 알아
조금씩만 서로를 이해하면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픈 말들이 미운 마음이 되고
미운 마음이 우릴 갈라놓아도
가끔 날 보며 깊은 잠들면
우리 서로가 이해할 수 있겠죠
 
나이가 전부가 아니란 걸
어른이 되면서 느껴요
혹시 당신도 그랬나요
배울 게 점점 많아져요
 
어느새 이렇게 자라나
키만큼 생각도 큰 네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해
가르칠 게 더 없어지네
 
아픈 말들이 미운 마음이 되고
미운 마음이 우릴 갈라놓아도
가끔 날 보며 깊은 잠들면
우리 서로가 이해할 수 있겠죠
 
멋대로 생각하지 않을게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네 탓만 하지는 않을게
나름의 이유가 있을테니
 
좋은 말들이 같은 마음이 되고
같은 마음이 서로를 이해할 때
가끔 날 보며 깊은 잠들면
우리 모두다 이해할 수 있겠죠


작사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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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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