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여자의 일생’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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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여자의 일생 / 네이버)


내가 여자의 일생을 처음 읽은 건 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엄마께서 여자의 일생과 제인 에어를 같이 사주셨는데 여자의 일생은 끝까지 읽고 제인 에어는 읽다 말았던 기억이 있다. 너무 어렸을 때 읽었던 터라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이 났는데 반갑게도 성인이 된 지금 영화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막상 영화를 보려고 하니 수입 영화에 블록버스터 대작도 아니고 프랑스 영화이다 보니 상영관이 정말 너무 없었다. 시간대도 거의 이른 아침이어서 영화관 관람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영화관 관람을 포기하고 다운을 받아서 보았다.

영화는 원작 스토리를 변경사항 없이 그대로 따라갔다. 지방 귀족 영애인 ‘잔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잔느의 처녀 시절부터 늙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의 삶을 순차적으로 그려냈다. 잔느의 불행한 결혼생활, 철없는 아들 이야기 그리고 전 재산을 읽고 몰락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내었다. 어렸을 적 처음 여자의 일생을 읽었을 때는 잔느가 너무 갑갑하고 왜 그렇게 살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나이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잔느의 삶이었지만 지금 나이를 먹고 잔느의 삶을 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잔느가 여전히 갑갑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쌍한 마음이 더 컸고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사생아까지 두었지만, 용서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몇 년째 아들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잔느의 삶이 참으로 불쌍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화가 났던 부분은 신부의 대처였다. 남편 줄리앙이 바람을 피웠는데 반강제적으로 남편을 용서하라는 신부를 보면서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그 당시의 생활을 너무나 잘 볼 수 있었다. 바람을 피웠지만, 사회적으로 어떠한 타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여자를 찾는 남편 줄리앙을 보고도 어떠한 대처를 내릴 수 없던 잔느가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여자는 경제적인 생산 활동을 할 수가 거의 없어서 남편 또는 아들의 수입과 부모의 유산 외에는 경제적으로 의존할 곳이 없다는 점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박복한 여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19세기 여자들은 남자와 동등하게 대접을 받지 못했으니 잔느로써는 당시 상황에 따라 살아간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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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노르망디 바닷가 / 네이버)


영화 속 잔느의 삶은 평탄치 못했을지언정 영화 속 배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잔느의 삶과 영화 속 아름다운 배경이 더욱 대비되어 잔느의 삶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사계절을 잘 보여준다. 들판, 바다 그리고 멋진 잔느의 집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노르망디의 사계절을 충분히 잘 표현해서 보는 내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뿐만 아니다. 아름다운 노르망디 배경과 함께 하프시코드의 음률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아무런 대사도 없는 그런 장면에 흐르는 하프시코드는 고전 작품을 영화화한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마저 평화롭고 그 순간만큼은 나 역시 영화 속 그 장면 안에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명장 대사는 마지막 하녀 로잘리가 잔느에게 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인생은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가 봐요.”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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