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국 템즈강에 떠오른, 실향민의 꿈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0.0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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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년 러버덕 프로젝트에 이어, 슈퍼문이 또 한번 잠실 석촌호수에 떠오르면서 공공 설치미술의 인기의 급부상을 새삼 느끼게 된다. 친숙한 소재와 전시공간이 대중적으로 더욱 확장되면서 공공미술의 장벽이 낮아져, 가볍고 산뜻한 마음으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꽤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설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더 쉽게 미술을 즐길 수 있어 기분 좋은 한편, 저 멀리 영국의 템즈강 밀레니엄 브릿지 옆 한국 작가의 작품이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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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의 템스강에 Floating Dreams(집으로 가는 길)이 띄워졌다. 전세계에서 200여명의 아티스트들과 퍼포머들이 초청되어 템스강 주변을 문화의 총제장으로 만드는 토탈리 템즈(Totally Thames)에서 제 20회인 올해, 메인 작가로 한국의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실향민들이 직접 그린 총 500장의 ‘고향집’이 부착되어 있다. 500명의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템즈강 위를 수놓고 있다.

  그는 한국뿐 아닌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실향민들에 주목한다.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실향민들을 위한 기념물을 만들고 싶다 말한 그는 수많은 작은 사각형에 그들의 염원을 실어 저 먼 영국이란 낯선 땅의 강에 띄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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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ating Dreams의 작가인 강익중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프랫 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는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예술가로 꼽히고 있다. 199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독일의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선정하는 '20세기 미술작가 120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한글 작품을 제작해 세계 각지에 전시하거나 기증해나가고 있다.

  그는 실향민들이 저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그들의 잃어버린 고향을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흩어진 가족들에 대한 추억과 기쁨, 슬픔이 깃든 집을 한지에 담아, 이에 희망의 빛을 비춘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서졌던 많은 한국인들의 꿈과 희망이 이 빛을 통해 다시 되살아나길 염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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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에서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꿈의 다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아이들의 꿈을 타일에 그려 넣어 만든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던 그 작품의 연장선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는 Floating Dreams에도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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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aitng Dreams는 길었던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에 대한 위로인 한편,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우리의 분단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젊은 세대들에겐 점차 무뎌져 가는 실향민들의 아픔과 애환이 이와 같은 예술작품으로 하여금 생각의 문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한국의 실향민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난민문제에 대한 캐치이자 작은 위로라 여겨진다.

  한국 작가가 세계 무대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과 날이 갈수록 많은 유형의 공공 설치 미술 작품들이 국내외로 소개되고 있고 이로 인해 대중과 미술이 가까워지는 건 아주 반가워 할 일이다. 머나먼 이국에서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이와 같이 한국작가들의 좋은 취지가 담긴 작품이 설 자리나 그 기회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영국 템즈강 뿐 아니라 우리 한강에도 저와 같이 뜻 깊고 아름다운 작품이 설치되길, 그리고 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 날이 머지 않아 오길 바란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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