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 서울국제음악제, 100년 전통의 스웨덴 예블레 교향악단 첫 내한공연

글 입력 2016.06.0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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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8회 서울국제음악제가 5월 27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6월 1일 수요일 무대에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다녀왔다. 서울국제음악제의 공연을 놓치지 않고 싶었던 마음도 있지만 예블레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이기 때문에 가고 싶기도 했던 이번 공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Programs

알버트 슈넬저 – 버뱅크의 괴물 (국내 초연)
하이든 – 트럼펫 콘체르토 Eb 장조 (가보르 볼독츠키 협연)

Intermission

드보르작 – 교향곡 제8번 G장조 Op.88






1부는 알버트 슈넬저의 <버뱅크의 괴물(A Freak in Burbank)>로 시작되었다. 슈넬저는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이 작품에 영감을 받은 기원이 하이든과 팀 버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이든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명료함, 명랑함, 뚜렷한 대비와 해학적이기까지 한 특성이 항상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이러한 캐릭터를 가진 미국 버뱅크 출신의 팀 버튼을 통해 슈넬저는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바로 하이든 음악의 정수를 지키면서 이를 현대적인 환경, 즉 버뱅크라는 미국의 교외지역에 배치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오싹했다. 공연장에 올 때 급하게 오느라 매우 더운 상태에서 착석했는데, 이 첫 곡 무대를 들으면서 금방 몸이 서늘해졌다. 공연장의 냉방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곡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나를 자극한 게 더 컸다.
마치 영화 음악 같지만, 그보다 훨씬 다층적인 구조였다. 반음계의 연속이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긴장감 넘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이어지다가 마치 추격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끝에서 격돌하는 것 같은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현악으로 잔물결치는 듯한 불협화음을 만들고 관악으로 이 긴장감을 고조시켜나갔다.


슈넬저는 이 작품에서 슬픔과 기쁨이 나란히 공존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도무지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슬픔과 긴장, 두려움의 연속 같았다. 작곡가가 직접 이 음악의 첫번째 영감은 하이든에게서 받았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것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는 곡은 아니었던 것 같다. 버뱅크가 어떤지 모르는 나로서는 이 곡을 듣는 내내 예전에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투어를 갔을 때 들었던 네스 호의 괴물 이야기만 떠올랐으니까 말이다. 슬픔과 외로움, 음습한 분위기가 이 곡의 매력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곡이었다.




이어서 1부의 두번째 곡,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이어졌다. 어쩌면 직전 곡이었던 슈넬저의 작품이 하이든에게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그 느낌을 관객들이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선곡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나에게는 아주 고마운 선곡이었다. 첫 곡을 들으면서 으슬하니 목덜미가 서늘해졌던 기분을 달래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시종일관 우아했다. 오케스트라의 시작에 이어 가보르 볼독츠키의 트럼펫 소리가 부드럽게 객석에 퍼져나갔다. 트럼펫 특유의 둥글고 몽글몽글한 그 음색으로 한 음 한 음 놓치지 않고 풀어나가는 그 여유는 보고 듣는 이의 마음도 아주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특히 1악장의 카덴차 도입부에서 한 번의 긴 호흡으로 음계를 넘나들며 트레몰로까지 이어나갈 때에는 나도 숨을 멈추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카덴차가 끝나자마자 1악장이 마무리되는 신기한 구성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3악장까지, 경쾌하게 마무리지어졌다.


커튼콜이 이어지고 가보르 볼독츠키의 앵콜 무대가 이어졌다. 그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말은 그나마 들렸는데 이어서 곡을 소개하는 말은 아쉽게도 제대로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앵콜곡은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경쾌하고 산뜻했다. 곡을 알게 되면 꼭 다시금 기록해두어야 할 것 같다.




2부는 온전히 드보르작에게 할애되어 있었다. 드보르작 8번은 뭔가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의 도입부로 시작되었다. 뒤이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2악장이 나왔다. 서정적인 도입부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순간부터 손을 꽉 쥐게 되었다. 그러나 2악장은 아름다운 정서가 지배적인 듯하면서도 단조가 나와 격렬하게 교차되는 느낌을 준다. 그 대조가 너무 아름다워서 좋았다. 특히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부드럽게 치고 나오는 대목들이 너무 좋았다.


3악장 역시 2악장 못지 않게 아름답다. 보헤미안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선율이 매력적인 3악장은 2악장과는 또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마지막 4악장은 격렬한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장엄미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레이션이었는데, 지휘자 제이미 마틴과 예블레 교향악단이 정말 혼연일체가 되는 듯했다. 특히 웅장한 매력을 더하기 위해 분투하는 금관악기의 소리가 압권이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본 무대를 끝낸 제이미 마틴과 예블레 심포니오케스트라는 앵콜을 두 곡이나 준비했다. 1부에서 앵콜이 있었기 때문에 스킵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곡이나 준비해왔던 것이다. 첫 곡은 스웨덴 음악가 Wilhelm Stenhammar의 였다. 제이미 마틴이 소개한 것처럼 느린 곡이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 앵콜을 이어갔는데, 이 곡은 굉장히 재밌었다. 스페인 음악가 Geronimo Gimenez의 였다. 루이스 알론소의 결혼이라는 제목에 맞게 아주 활기차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곡이었다. 그런데 이 곡은 선율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타악기가 묘미인 것 같았다. 이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두 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무대 뒷편에 섰다. 남성 연주자는 캐스터네츠와 탬버린을 맡고, 여성 연주자는 트라이앵글, 심벌즈, 큰북을 맡아서 연주했다. 관현악에 의해 주제가 연주되는 가운데 그 느낌을 극대화하고 또 그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것은 이 두 타악 연주자들로부터 나오는 소리들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즐겁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근래에 계속 실내악 혹은 리사이틀 위주로 다니다가 오래간만에 간 관현악 공연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케스트라가 주는 그 풍성함이 정말 여실히 느껴졌다. 물론 제이미 마틴과 예블레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아주 인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국제음악제를 통해 제이미 마틴, 예블레 심포니오케스트라의 한국 무대 데뷔는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의 여러 오케스트라와 음악적인 교류를 하며 국내에 다양한 음악가들을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서울국제음악제가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쭉 이어지면서 또 다른 음악가들을 많이 소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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