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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공연
[Review] 최후의 만찬, 유죄 추정의 원칙 - 트랩 [공연]
진실은 잔인하고 불편하다. 트랍스의 죄를 단죄할 ‘법’은 없으나, 그는 분명 죄인이다. 이로써 죄는 법의 상위 개념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누군가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을 뿐이고, 혹은 ‘아직’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 또한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믿는 그 확신이야말로 더 큰 죄로 불러온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트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사고, 뜻밖의 만찬, 수상한 재판.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트랍스는 출장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작은 시골 마을의 한 저택에 머물게 된다. 집주인은 은퇴한 판사로, 자연스럽게 트랍스를 저녁 식사까지 인도한다. 만찬 자리에는 전직 검사·변호사 출신의 친구들까지 함께하게 된다.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25
리뷰
도서
[Review] 다시 예술 앞에 멈춰 서기 위하여 - 도서 '예술은 죽었다'
예술을 둘러싼 조건이 변해도, 삶과 타인을 향해 열린 감각을 회복하는 한 예술은 언제든 다시 시작된다.
아름다움보다 숫자가 먼저 보이는 어른들에게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합니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문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소리치며 감탄합니다. “아,
by
전지영 에디터
2025.11.25
리뷰
공연
[Review] 죄 없는 사람만 이 연극을 보라 - 트랩
양심에 판결을 맡긴다
유쾌한 만찬, 불쾌한 진실의 문턱 연극 <트랩>은 가볍게 즐기는 연극은 아니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심문이 시작된다.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고 와인이 따라진다.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에 수프가 놓이는 순간, 관객석에 앉은 우리는 어느새 피고처럼 숨이 조여온다. 배우들의 대사는 객석을 향해 쏘아붙이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떳떳한가?' 물음이 공
by
한대성 에디터
2025.11.25
리뷰
도서
[Review] 위험한 예술의 성장통 - 예술은 죽었다 [도서]
예술을 되살리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평단의 인정 없이도, 인터넷에 올린 서툰 습작만으로도 우리는 화면 너머의 누군가에게 ‘작가님’이라 불릴 수 있다. 그런 시대에 예술의 죽음을 논한다니. 이렇게 설레는 책 제목을 마주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예술 자체를 동경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그렇게 설레는
by
손가인 에디터
2025.11.24
리뷰
PRESS
[PRESS] 일상 속 사막, 인간 내면의 야성 - 연극 트루웨스트 [공연]
연극 <트루웨스트>는 가족 구조와 서부 신화를 해체하며 일상의 파열을 통해 인간이 지닌 내면의 균열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알래스카로 훌쩍 떠난 엄마의 빈집에 오래도록 소식 없던 두 형제가 오랜만에 마주 앉아 있다. 나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언제나 궁금하고 때로는 부렵기 마련이듯, 반듯한 삶을 살아온 '오스틴'과 사막을 떠돌아다닌 '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흐른다. 그리고 이 작은 부엌에서 시작된 재회는 서로가 가진 삶의 결핍과 욕망을 끌어올리며
by
김서영 에디터
2025.11.21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시선이 머무는 사람 : 이던의 MY HOME TOUR [문화 전반]
고유성 있는 인간이 매력적인 이유
삶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중 몇십 번을 만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단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 후자와 같은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에 ’시선이 가는가’라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시선을 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고유성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유성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지만 오늘 말하고자
by
하상은 에디터
2025.11.20
리뷰
PRESS
[PRESS] 돌아갈 곳 없던 우리의 이야기 - 뮤지컬 '집이 없어'
웹툰 장르의 접근성과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의식을 모두 갖춘 뮤지컬, ‘집이 없어’
네이버웹툰 인기작 ‘집이 없어’가 오는 11월 26일 뮤지컬로 첫선을 보인다. 와난 작가의 웹툰 ‘집이 없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되며 두터운 팬층을 쌓았다. 청소년기의 상처, 결핍, 그리고 관계를 통해 회복되는 감정을 현실적인 감수성으로 풀어내며 여러 독자층의 지지를 얻은 작품이다. 2024년 월드웹툰어워즈 수상, 2022년 오늘의 우리만
by
황수빈 에디터
2025.11.20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왼손은 사실 신의 손이었어 [영화]
영화 <왼손잡이 소녀>가 보여주는 정상성의 전복 가능성
“왼손은 악마의 손이야!” 이 말을 들은 어린 이징은 순간 이렇게 생각한다. 왼손이 악마의 소유라면 왼손이 저지른 일은 악마의 책임일 것이다. 그렇게 이징은 자신과 자신의 왼손을 분리한다. 그리고 악마의 손에게 나쁜 일을 맡긴다. 그건 악마가 한 일이지 이징 본인이 한 일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믿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왼손잡이라고 한다. 한국은
by
이하영 에디터
2025.11.19
리뷰
PRESS
[PRESS] 달의 뒤편에서 피어난 위대한 발견 -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이자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2023년 우승작 <비하인드 더 문>이 개막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에서 산다. 나만의 우주는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영혼이 사는 방이기도 하다. 혼자만의 우주에 사는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우주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1969년 7월에 이뤄졌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
by
이진 에디터
2025.11.18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죄송한데, 저 못 하겠습니다."
음악 비전공자의 예술대학원 도전기
“저 죄송한데, 못 하겠습니다.” 한 예술대학원의 실기 대기실에서,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럼 면접 안내원의 눈이 동그래질 것이고, 지금 나가면 실기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을 것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수험표와 악보집을 쥐고 대기실을 나섰을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기실에서 흘러나오는 연주를 들
by
임예영 에디터
2025.11.17
리뷰
공연
[Review] 진실로 전도되는 윤리적 놀이 - '연극' 트랩
우리는 트랍스가 완성한 덫을 목격했고, 이제 각자의 진실 앞에 남겨진다.
1. 재판이라는 놀이: 생존을 위한 의례와 연출의 절제력 연극 <트랩>은 겉으로는 사법적 구조를 차용하지만, 죄를 판단하거나 정의를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은퇴한 법조인들의 공간에 들어온 남자 트랍스는, 그들의 재판 놀이에서 진짜 피고가 된다. 쇠약하고 병든 육체를 가진 노년의 인물들에게 재판은 더 이상 사회적 실천이 아니라,
by
이승주 에디터
2025.11.16
리뷰
공연
[Review] 해방의 용선 - 수림뉴웨이브 2025 : 성휘경 '용선가: Ludens' [공연]
양중의 용선을 따라, 책망에서 해방까지 — 수림뉴웨이브 2025 성휘경 <용선가: Ludens> 감상 에세이
1. 책망(責望) 들어가며 어둠이 짙게 깔린 사이, 어깨선 위에 서슬퍼런 조명이 드리워진다. 이윽고 하얀빛이 떠오르면, 복장을 차려입은 악사들이 좌식으로 무대에 앉아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관객석을 바로 보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놓았다 다시 든다.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나? 소리로 결을 그리기 위함이다. 회초리를 내리치듯 북을 두드리고,
by
장유진 에디터
202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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