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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25년 6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조선 건국부터 16세기까지 약 200년간의 미술을 조명하며, 총 691건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이 중에는 국보 16건, 보물 63건이 포함되어 있다.

 

 


간질거리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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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 시대 서화 그림을 만나는 것은 간질거리는 기쁨이다. 회화 작품은 빛에 민감하여 장기간 전시하기 어렵고, 수장고에서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이러한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이번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에서는 <몽유도원도>로 잘 알려진 안견의 화풍이 유행하던 조선 전기 회화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큰 기대를 품게 되었다. 또한 도자와 불화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풍성한 전시 경험을 선사했다.


관람일은 6월 29일이다. 회화 작품들은 전시 기간 중 일부 교체되므로, 방문 전에 교체 일정을 미리 확인하면 원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방문하여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N차 관람을 권장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박물관에서는 종이 리플릿 대신 QR 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리플릿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바일 리플릿을 통해 수어 해설과 음성 해설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일회용으로 소비되는 종이 리플릿을 줄이는 실천이기도 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전시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더욱 반갑다.


 

 

손 끝에 담긴 새 나라의 꿈 '백白, 조선의 꿈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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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 발원 사리장엄>

 

 

전시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사리장엄에서 시작된다. 고미술은 현대미술처럼 동시대의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온 만큼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고요한 외형 너머로 귀 기울이면, 담담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에는 “미륵이 내려올 때를 기다린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유물은 조선 건국(1392년) 직전인 1391년에 발원된 것으로, 새 나라를 꿈꾸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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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가 새겨진 분청사기 인화무늬 대접>

 

 

도자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매력이 있다. 공납용 도자기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새 나라가 제도를 정비하고, 육로와 수로를 통해 한양으로 물품을 원할히 운송할 수 있었던 사회 체제를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도자의 매력은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손으로 모양을 성형하고 도장을 반복적으로 찍어 문양을 내며, 백토물로 장식하고, 가마에 굽는 모든 과정에는 사람의 온도가 스며들어 있다.

 

수업에서 도자편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요리조리 만져본 적이 있는데, 딱딱한 인상이었지만 의외로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기 좋은 느낌이었다.


전국에서 올라온 공납용 분청사기들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오늘은 <‘해주’가 새겨진 분청사기 인화무늬 대접>이 눈에 띄었다. 은은하고 녹진한 빛깔이 초여름을 닮아 시선이 갔고, 도장으로 촘촘하게 새겨진 화문과 승렴문에서는 그것을 하나하나 찍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져 더욱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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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조화 모란무늬 편병>, <분청사기 조화·박지 모란무늬 병>

 

 

이건희 기증의 분청사기 모란무늬 병 두 점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납작한 편병에 귀얄 백토물을 붓으로 칠하고 간결한 선으로 모란을 표현한 조화 기법의 편병은 지금 봐도 세련되었으며, 흰 겨울에 모란 같은 상서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위로 솟구치는 탄력적인 몸선을 가진 분청사기 조화·박지 모란무늬 병은 박지 기법을 사용하여 배경과 문양이 짙은 대비를 이루고, 화려한 모란무늬는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뜨거운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두 작품 모두 모란무늬 도상을 사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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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조화 꽃무늬 편병>

 

 

분청사기 조화 꽃무늬 편병에서 굽는 과정 중 두껍게 흐른 유약의 칠이 푸르스름한 녹색으로 드러난 부분은 유약의 물질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눈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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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청화 매화··대나무무늬 항아리>

 

 

<백자 청화 매화·새·대나무무늬 항아리>는 풍만한 어깨선에서 내려오는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한 쌍의 새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과 매화가 그려져 있어, 이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유행하던 문화적 요소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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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백 조선의 꿈을 빚다’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책에서 보았던 듯한 백자들이 반듯하게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포토존처럼 느껴져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였다. 세상에 똑같은 백자가 없듯, 하나하나 다른 매력을 가진 백자들 사이에서 한참을 최애 백자를 고르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전시실로 발을 옮겼다.


이때 전시 텍스트 속 문장이 꽤 마음에 들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무지개로 퍼지듯, 모든 색은 하나의 빛에서 태어납니다.” 백자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백색의 빛깔들은 어느 하나 같지 않고 저마다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백자의 흰빛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였다.


지금 어떤 과정을 지나고 있거나, 막 통과한 지점에 서 있는 우리는 비록 하나의 완벽한 빛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수천 가지의 빛을 품은 존재다. 그 사실만으로도 다음 과정에 조금은 가벼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붓 끝에서 시작된 이상 '묵墨, 인문人文 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조선 전기의 산수화는 강렬한 채색으로 단순에 시선을 사로잡지 않는다. 대신, 세밀하게 그려진 붓선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표정과 태도가 나타나며, 이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싶은 미인과 같은 매력이 있다.


작품 보호를 위해 전시장 조명이 다소 어둡게 설정되어 있어 처음에는 그림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전시 입구에는 도상을 확대하여 크게 인쇄해 놓아, 조선 전기 사대부들이 지향했던 이상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품을 보호하고 관람자의 감상도 배려한 작은 친절함이 느껴졌다.


2부 전시에서는 텍스트 아래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 함께 제공되어 좋았다. 이는 어린이를 위한 배려였겠지만, 어른이인 우리에게도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좋았다. 또한, 유쾌한 캐릭터 그림이 매우 귀여웠다.

 

첫 작품의 시작은 안견풍 <산수도>였다. 거대한 산수와 한쪽에 여백을 둔 구도, 언덕 위에 곧게 솟은 소나무의 구성은 안견파 화풍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었다. 화면은 위에서부터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산 정상을 올려다본 시점인 고원, 산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심원, 그리고 넓게 펼쳐지는 평원의 시점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마치 앞으로 펼쳐질 조선 전기 산수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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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도>

 

 

이어서 등장하는 작품은 봄, 여름, 가을의 계절을 배경으로 한 안견풍 산수화이다.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치우친 구도, 언덕 위의 소나무, 삼원법에 따른 공간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봄의 매화,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붉은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정성스럽고 세밀하게 그려진 화원의 필치는 더욱 그림에 몰입하게 하며, 자꾸만 다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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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구곡도>

 

 

<무이구곡도>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굽이치는 무이산의 아홉 굽이가 안견화풍으로 표현되어 있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가 머물렀던 무이산을 모델로 삼은 이 그림은,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그의 삶을 동경하던 조선 사대부들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배를 탄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시선을 살짝 빌려 그림 속 암산을 바라보게 된다. 깎아지르듯 거대한 무위산의 절경이 느껴진다. 검은 묵을 사용하여 농담을 달리함으로써 그림이 단조롭지 않게 표현되어 즐거움을 준다. 특히 짙게 표현된 암산은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듯 생생하고 선명하다.


이처럼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은 단순한 풍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수양해 나가는 여정으로 은유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자연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잃지 말아야 할 이상을 되새기려 했던 그들의 태도와 다짐을 반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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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풍으로 그려진 과거 급제 동급생들의 모임>

 

 

조선 전기 문인들은 사적 모임인 계회를 열고, 이를 기록하기 위해 그림으로 남겼었다. 이 계회도는 1531년에 급제한 일곱 명의 사람들이 10년 뒤 다시 모임을 갖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화면 상단에는 전서체로 모임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중앙에는 모임 장면이 그려져 있다.

실제 한양의 경치를 묘사한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치우친 구도와 언덕 위의 소나무 등을 통해 안견파 화풍의 이상적 산수를 배경으로 삼은 것으로 짐작된다. 화면 하단에는 참가자들의 명단이 적혀 있어, 지금까지도 모임의 정체성을 전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화면 상단에 적혀 있는 김인후의 시였다. 함께 과거에 급제했던 기쁜 날을 떠올리며, 그 이후 십 년 동안의 고단했던 관직 생활을 회상하고, 바쁜 와중에 틈을 내어 아름다운 강산에서 다시 모여 술잔을 나누며 담소를 즐겼다는 내용이다. 시를 읽으니 십년지기 친구들과 나누었을 그들의 즐거운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목은 단정한 전서체로 쓴 반면에 시구는 화면 여백에 유려한 초서로 적혀 있어, 즐거웠을 그날의 분위기가 떠올라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소박한 자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옆에서 나도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웃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여름의 태도


 

새 나라를 맞이하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을 빚어내고, 꿈꾸던 이상을 다짐했다. 그들은 그 세계를 도자의 빛깔, 수묵의 농담과 섬세한 필선, 흥겨운 정취 속에 정성스럽게 표현했다. 그 속에는 그들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친절하다.

 

무더운 여름날, 손에 만지작거리기 좋은 것들을 쥐어보고, 자연의 푸르름을 다녀온 듯한 시간이었다. 자신의 꿈을 빚어내는 태도와 이를 잃지 않으려는 다짐을 느끼며,오늘의 새 여름을 정성스럽게 가꾸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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