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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재즈를 전신으로 느꼈습니다.
감상보다는 평가를 하러 온 것임이 분명(!)해 보였던 그가 공연이 시작되자 발로 리듬을 타며 사랑스러워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발을 까딱이며 재즈에 탑승하고 있다. 일본어 번역체라 어색했던 '재즈를 전신으로 느꼈습니다'라는 재즈바 리뷰가 단번에 이해되는 순간.
지친 발을 이끌고 시즈오카 거리를 걷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즈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숙소로 향하던 길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출처를 찾아보니 건너편에 ‘라이프 타임(LIFE TIME)’이라고 적힌 근사한 재즈바가 있었다. 그
by 김지은 에디터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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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가을 소진
가을의 아이러니
매년 가을마다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가을 소진. 가을은 시작과 동시에 소멸하니까. 손 쓸 틈도 없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다 써서 소진된 거라고 괜히 큰소리치고 싶다. 후회 없이 만끽한 하루는 끝나는 게 아쉽지 않은 것처럼 잔인하리만큼 짧은 가을을 잘 보내
by 김지은 에디터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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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From Lisbon to Busan
리스본에서 부산으로 보내는 편지
혼자 하는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친언니의 영향이 크다. 언니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세계로 여행을 다녔다. 베트남 종주를 하고 스리랑카에서 한 달을 살고. 매번 유행하는 여행지의 대척점을 선택해 모험을 떠났다. 그것도 혼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세계로 나가 영
by 김지은 에디터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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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능동적인 마침표
느리게 이별하기로 했다.
교환학기의 마지막 달이 되자 마음이 분주해졌다. 파리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숫자로 보이자 우울이 찾아온 것이다. 학교 종강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렇다는 것은 친구들과 헤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내가 이 도시를 떠날 날이
by 김지은 에디터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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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출국
Spread your wings and fly away
타고 나기를 게으르게 타고났지만, 타지에서 반년간 살 살림을 출국 당일까지 싸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보통 멀리 떠나는 친구에게 ‘넌 어딜가도 잘살 거야’라는 인사로 축복을 빌어주던데 내 친구들은 걱정돼 죽겠다고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출국 당일 처리한 일들을 나열하면
by 김지은 에디터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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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몽마르뜨 공동묘지
몽마르뜨 언덕에 가려다 도착한 곳
길치냐고 묻는 말엔 길치는 아니지만 지도를 부러 보지 않는다고 답한다. 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길은 모르고 걷는 길이며 길을 잃는 것이 길을 찾는 방법이라는 말에 백 번 동의한다. 무계획은 천성이자 고질병이다.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 파리에 살러 오면서도 에펠탑을 직접
by 김지은 에디터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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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그의 피부 속에 살아있다.
옅어진들 지워지진 않을 우리의 한 시절
L은 네 개의 타투를 가지고 있다. 오른쪽 팔뚝에는 아빠의 고향인 아프리카 대륙을 새겼고, 손가락에는 할아버지의 성을 새겼으며, 발목에는 언니의 이니셜을, 손목에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그려줬던 꽃을 새겼다. 이처럼 L의 몸에 새겨진 모든 타투는 그의 가족을 상징한다
by 김지은 에디터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