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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사람]
가족을 사랑해야 하는건 당위일까
고함이 나서 이어폰을 뺐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싸우는 소리였다. 문을 열었다. 내가 있는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싸우는 게 아니었다. 아빠는 혼나고 있었다. 핸드폰 요금이 10만 원 넘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그는 울고 있었다. 절박했는지 무릎을 꿇었다. 모멸의 언어가
by 박성빈 에디터 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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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사람]
‘친밀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 보장돼야
친구와 같이 살 결심이 들었다고 하자. 우선 집이 필요하다. 둘이 살만한 15~24평 주택은 보통 큰방과 작은방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주택 모델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혼인 가족을 상정하고 설립된 게 대부분이다. 발품 파는 일이 계속된다. 알맞은 규모의 집을 구했다고
by 박성빈 에디터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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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세월-글쓰기는 자기미화라서 [사람]
나는 내가 싫었다.
아빠의 노동 아빠는 동서울 시장 신발가게에서 일했다. 할아버지의 가게였다. 누군가를 응대하기엔 친절한 성격이 아니어서 일하는 시간은 짧았다. 일하는 시간이 아니면 집에 있었다. 종일 TV를 봤다. 역정과 짜증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나날에도 TV를 봤다. 경멸이 할퀸
by 박성빈 에디터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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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구의역에서 - 당신은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죽었습니다. [사람]
당신의 생일 전날 이었습니다.
2020년 8월 6일 구의역 당신은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죽었습니다. 당신의 생일 전날 이었습니다. 당신이 죽은 시간은 5시55분입니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고 시민들이 귀가할 무렵이었습니다. 당신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도중에 정차하는 지하철을 피하
by 박성빈 에디터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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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김재순, 박성빈, 강명자 [사람]
더 많은 김재순이 있다. 더 많은 박성빈이 있다. 더 많은 강명자가 있다.
2017년 서울 가리봉동과 구로공단1) 김재순 김재순은 노동자였다. 그는 지난달 22일 합성수지 파쇄기에 끼여 사망했다. 재활용업체에서 일하던 김재순은 지적장애를 동반한 노동자였다. 회사는 그가 장애를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현장에 도사린 위험을 경고하는 교육은 없었
by 박성빈 에디터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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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사람]
아빠의 아빠가 됐다.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라서다. 조기현 씨가 8년간 아버지를 돌본 이유다. 8년간의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출판했다. 아빠가 쓰러지기 전까지 각자의 생계는 각자가 책임졌다. 1인분의 몫을 해내면 됐다. 아빠가 쓰러지고 감당해야할 몫은 2인분으로 늘
by 박성빈 에디터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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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 [사람]
노동은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비싸야 한다.
1. 참으면 조금만 더 참으면 K가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K는 고등학생 때부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가 용돈이 부족하다며 부모님 지갑을 뒤적거릴 나이일 때 K는 노동하고 돈을 벌며 자신을 돌봤다. 나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by 박성빈 에디터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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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알지 못했던 당신의 죽음 [사람]
이름을 되뇌어야 한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1월 21일 발간한 신문 1면엔 이름이 나열돼 있다. 1200개 넘는 이름이 지면에 인쇄됐다. 이름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망한 노동자들의 목록이다. 이름 옆엔 떨어짐, 끼임, 깔림 등의 문장이 괄호 쳐져 있다. 옆의 괄호는 어떻게
by 박성빈 에디터 202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