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의 그 모든 것

임선우,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유령의 마음으로』 중)

by 김지오 에디터
2026.10.13 17:51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

      이 글은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의

      결말을 포함한 줄거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라진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야, 사라지고 나서야 그리워질,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의 그 모든 것. 오늘 무언가를 해냈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잘한 것이고, 오늘 딱히 한 게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사소함을 즐긴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잘한 일이고, 소중한 일이다.

       

       

      유령의 마음으로 표지.jpg

       

       

      떨어지는 간판에 머리를 맞아 급사한 주인공에게 100시간 동안 마지막으로 이승에 남아 있을 기회가 생겼다. 만약 100시간이 되기 전에 사라지고 싶다면, 24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버튼을 눌러 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선택지와 함께. 주인공은 이승에 그다지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역에서 또 다른 두 유령을 만난 후 주인공은,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수많은 얼굴을, 주말 아침의 영화를,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던 야구공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것들을 마지막으로 떠올려 보기 위해서 나는 눈을 감았다. (259쪽)
       

       

      생전 역무원이었던 유령은 생전 자신이 매일같이 보던, “없던 용기”도 주던 발차하는 첫차를 마지막으로 본 후 사라졌고, 청소기에 들어가 있던 유령은 생전 데뷔를 위해 쌓아 온 노력을 아쉬워하였으나 마지막으로 전광판에 오류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미련을 덜었다. 주인공은 삶에 대한 그들의 애착을 바라보며 자신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기실 주인공은 이미 자주 가던 카페의 커피를 그리워하던 시점부터,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진정으로 자신이 열정을 품고 있던 것을 그리워하는 두 유령을 보고, 그 마음이 커져 결국 마주하게 된 것이고.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일상적인 순간들도 사실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마지막 100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동안 그리워 사무칠 시간이다. 내가 지금 당장 주인공처럼 유령이 된다고 상상해 보겠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도, 수업 시간에 초콜릿을 먹는 것도, 학교 근처 카페에서 과제를 하는 것도, 동아리 사람들과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는 것도, 집에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이다. 버스를 늦지 않게 타는 것,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 강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는 것, 시험 문제를 잘 푸는 것, 과제와 발표를 잘 해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성취도 크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큰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지금 더 큰 성취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욕심을 부렸다. 현재 내 앞의 행복을 찾고 즐기는 지금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큰 성취의 기반은 삶의 작은 조각들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렇다. 반드시 거창한 목표를 정해 놓고 그걸 향해 나아가는 삶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은 도미노와 같다. 하나의 도미노 블럭을 쓰러뜨리면 또 다른 도미노 블럭이 있고, 그 블럭은 끝없이 나열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미노를 모두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미노를 모두 쓰러뜨려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미노를 하나씩 쓰러뜨리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고, 행복을 찾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러므로 내 삶의 모든 것은 가치가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해냈을 때 만족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칭찬할 줄 알자. 또, 순간을 음미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줄 알자. 작지만 무엇보다 큰 '소확행'을 발견하며 살아가자.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김지오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우리 다음에 한번 보자!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