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游泳) 시리즈 :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헤엄치고, 그 안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합니다.
공연장에서 KARDI를 처음 만났다. 강렬한 사운드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에 빠져들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연스레 이들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됐다. 익숙한 밴드 음악 사이로 거문고의 소리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인상을 받았다.
KARDI는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 2>를 통해 알려진 혼성 밴드다. 팀명은 심장을 뜻하는 접두사 ‘CARDI’에서 한국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앞글자를 ‘K’로 바꿨다고 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전통 악기인 거문고를 록 밴드의 구성 요소로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박다울과 독특한 음색을 지닌 보컬 김예지를 비롯해 기타와 베이스가 어우러지며 KARDI만의 사운드를 만든다. 그럼에도 이들을 단순히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밴드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 KARDI의 음악에서 발견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Not But Disco
강렬하기로 유명한 KARDI의 음악 중에서도 ‘Not But Disco’는 강렬함보다는 그루브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곡처럼 느껴진다. 록 특유의 에너지를 유지하면서도 리듬을 따라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여유가 있다. 강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곡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곡의 가사는 이러한 인상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잊고 춤을 추라는 말, 내일 최악의 종막이 오더라도 함께 춤을 추자는 말이 반복된다. 미래가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불확실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춤을 추자는 태도다.
가사만 놓고 보면 상당히 도발적이지만, 음악은 듣는 사람을 무겁게 짓누르기보다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이끈다. 현실을 외면하라는 말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각과 즐거움을 빼앗기지 말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하고 나면 곡의 인상이 더욱 선명해진다. 음악과 영상이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경험을 넘어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KARDI의 여러 곡들 중에서도 이 곡의 완성도가 특히 높다고 느낀 이유다. 음악의 리듬과 메시지, 시각적인 연출이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인상을 만들어 낸다.
Player 1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가까운 곡은 'Player 1'
이 곡에서는 거문고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더 집중해서 듣다 보면 음악 사이사이에서 거문고 특유의 음색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 낸 강렬한 흐름 사이에서 빈 곳을 채우며 곡에 독특한 질감을 더한다. 거문고 소리를 찾아 듣는 것 역시 이 곡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다.
가사에서도 음악과 비슷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Go, make the change”, “기다리지 마”, “균열에서 피어날 자유를”이라는 구절은 변화를 기다리는 데 머물지 말고 직접 시작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균열에서 자유가 피어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균열은 무언가가 무너지고 기존의 질서가 깨지는 순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이 들어설 수 있는 틈이기도 하다.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그 틈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태도다.
이러한 메시지는 KARDI의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된다. 익숙한 장르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그 사이에 새로운 소리와 표현을 끼워 넣는 것.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 반드시 무언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그 틈에서 이전에는 없던 가능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KARDI의 여러 곡 중에서도 'Player 1'
BFF
'BFF'는 앞선 두 곡과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게임 《프리스타일 풋볼2》의 테마곡으로 제작된 이 곡은 게임의 역동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경쾌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운드가 가볍기만 하지는 않다. 묵직한 밴드 사운드와 통통 튀는 리듬이 함께 어우러지며 KARDI 특유의 개성을 유지한다.
가사 역시 곡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각자의 에너지를 모아 한계를 넘어 달려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혼자만의 성취보다 함께 움직이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곡이다. 게임 테마곡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에너지는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 곡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KARDI가 이런 음악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앞선 두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음악에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밴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건, 꼭 매번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말과 같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장르와 표현 방식을 시도하면서도 자신들만의 특징을 잃지 않는 데서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 'BFF'는 KARDI의 음악적 가능성이 특정한 분위기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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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처음 들었던 거문고 소리는 나를 KARDI의 음악으로 이끌었다. 한국적인 악기를 활용하는 밴드라는 사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거문고가 기타나 베이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두 악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거문고는 다른 악기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음색을 지니고 있고, 베이스 역시 거문고가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서로 다른 소리가 하나의 곡 안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독특한 사운드가 KARDI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 특징에만 갇히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KARDI의 음악은 두 가지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그 색깔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것.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일은 기존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체성이 지닌 가능성을 넓히는 일일 수 있다.
강렬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음악. 익숙한 악기와 낯선 악기, 서로 다른 장르와 분위기가 만나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음악. KARDI의 다음 음악에서는 또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