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문득 아득해질 때가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모든 것을 다 알게 된다면 더는 아득하지 않게 될까. 낭만적이게도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책에서 이렇게 서술한다.
저는 진정한 현실에 관해 무언가를 단언하거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확신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일깨우는 철학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p. 68)
로벨리의 예시는 이렇다. 현실에서 우리는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지, 은행이 파산하지 않을지,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지는 않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부분적 확실성만으로도 우리는 일단 한 번 믿어 본다. 설령 판단에 오류가 생겨 모든 걱정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단순히 설명해보자면,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불확실하더라도 희망을 가진 채 세상에 뛰어드는 삶을 추구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이 결론을 내리기 위해 저자는 여러 과학적 추론을 동원한다.
로벨리는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개념을 깨부순다. 그중 책을 읽는 내내 이어질 중요한 개념을 하나 짚어보자면, ‘절대적인 기준점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은 상대적일 뿐’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애초에 절대적이라는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학에 대해 생각할 때 우주 바깥에서 전지적으로 바라보는 시점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주 안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지를 통해서도 이 책에서 양자역학을 주요하게 다룰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바로 연상되는 것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이다. 상자를 열어 고양이를 관측하기 전까지는 삶과 죽음의 상태가 공존한다는 이 풍자적 사고 실험은 양자역학 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하게 해 주는 도구로써 기능하기도 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책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으나, 함께 이해 가능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은 다뤄진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중 슬릿 실험에서 물결 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은 한 개의 전자가 파동으로써 이중 슬릿 두 곳을 중첩된 상태로 동시에 통과한다고 추측. 2. ‘관찰’이라는 상호작용을 할 경우에는 중첩 상태가 깨져서 입자로 붕괴되어 한 곳을 통과하는 것으로 결정.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관찰’이다. 인간이 직접 관찰해서 숨결이 닿는 것도 아니고, 관측 장비를 하나 들여놓는 것뿐인데 어째서 파동에서 입자로 변해버리는 건지. 이때 앞에서 깨졌던 개념이 재등장한다. 인간은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세상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통해 인식한다. ‘반사’가 관건이다. 관측 장비 역시 마찬가지로 전자에 닿아야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순간 위치가 결정되어 버린다. 관측을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통제된 실험 속이 아닌 현실에서, 우리는 무수한 상호작용을 통해 입자가 되어 존재한다. 한 챕터만 소개했는데도 책 제목의 절반은 이해한 셈이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 설명 중,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p. 115)
카를로 로벨리는 저명한 물리학자로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라는 개념을 통해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름부터 어려운 이 이론은 양자역학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한다. 여기서 다시 의문점이 생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부터,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전부 양자역학 이론을 비판한 쪽이 남긴 것인데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두 이론을 자연스럽게 융합시키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중요시한다. 또한 엔트로피 기울기가 만드는 시간의 흐름, 본질적으로 열려 있는 미래를 이어 설명한다. 절대적 진리에 대한 오류를 일깨우고, 물리적 실재 너머의 ‘관계’를 통해 삶의 태도를 재정의한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철학적 통찰은 지식의 부재에 의한 아득함이 아닌, 지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불확실성과 도전, 덧없는 삶, 순환과 신뢰를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쌤앤파커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