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알파 투 오메가
새로운 시도라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오랜 시간 다져진 공식들을 깨부수고자 하는 도전정신은 새로움을 찾아내는 탐험가의 짜릿함과 식지 않는 열정이 기반이 되어야만 시도할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는 그 업계에 깊은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십 년째 그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한국 대중가요의 대부'인 이수만이 새로 설립한 A2O 엔터테인먼트는 독특한 음악과 콘텐츠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K팝이라는 한국의 대중음악과 공명해 온 한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기술, 새로운 노래로 대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돌아왔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다가도 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그가 드디어 A2O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귀환했다.
A2O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은 '잘파팝(Zalpha-pop)'이다. Z세대와 알파 세대를 아우르는 잘파세대의 감각을 겨냥하는 동시에, 기존의 K팝과는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환경을 반영한다. A2O의 음악과 무대, 그룹 운영 방식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기술과 음악, 컬쳐 테크놀로지의 연장선
A2O는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을 추구해 온 이수만의 컬처 테크놀로지, 그리고 이를 새로운 환경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이수만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인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콘텐츠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SM의 역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슈퍼주니어를 통해 프로젝트 그룹과 유닛 활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후 NCT는 멤버 구성과 팀의 경계를 열어둔 무한 확장 체제를 선보였다. aespa는 현실의 멤버와 가상 세계관 속 아바타를 연결하며 아티스트의 존재 방식을 확장했다. 각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하지만, 기존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틀을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A2O 역시 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시작과 끝을 포괄하는 이름처럼 A2O는 하나의 완결된 그룹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멤버 구성, 기술의 활용,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A2O의 활동은 단순히 신인 그룹이 데뷔하는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된 기획 철학을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전개 확장이자 연장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A2O에서 주목할 부분은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기술적 접근이다. 4DGS를 비롯한 공간 기록 기술과 다수의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 시스템은 기존의 영상 제작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여러 시점에서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면을 재구성해, 기존의 고정된 카메라 시점과 다른 위치와 각도에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구현한다. 카메라가 정해진 시점에서 대상을 포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면이 존재하는 공간 자체를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접근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앵글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다. 기존 영상이 카메라가 선택한 시점을 관객에게 전달했다면, 공간 기록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관객이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지닌다. 인피니티 촬영 시스템과 XR 공간에 대한 실험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무대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를 넘어, 무대가 존재하는 공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몇 년 전부터 이어진 SM의 시도와도 맞닿아 있다. aespa의 가상 세계관이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넓혔다면, 공간 기록 기술은 현실의 장면을 재구성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 하나는 콘텐츠 속 세계를 확장하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를 확장한다.
결국 A2O의 기술적 시도에서 읽을 수 있는 질문은 명확하다. 기술을 통해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진 콘텐츠는 무엇인가. 그 답의 실마리는 A2O LITE와 A2O SOUL을 통해 찾을 수 있다.
30년의 노하우, 여전히 감이 안 죽는다는 얘길 듣는 이유
SM은 오랫동안 연습생의 개성과 매력을 발굴하고, 이를 음악과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데 집중해 왔다. A2O에서는 이러한 육성 시스템의 노하우가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음악과 뮤직비디오의 연출은 인공적이고, 무채색에 가까운 미장센은 낯설고 이질적인 인상을 준다. 그런데 그 안에서 칼각으로 움직이는 멤버들의 춤과 분절감이 강한 대형은 오히려 멤버들의 표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배경과 연출은 철저하게 인공적이지만, 그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의 생동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공적인 무대와 인간적인 표현 사이의 대비가 멤버들의 매력을 부각한다. 자연스러움을 직접적으로 연출하기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환경 안에서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수십 년간 아이돌을 기획하고 육성해 온 이수만의 디렉팅 노하우가 눈에 띄는 지점도 여기다. 기술과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그 안에서 인간의 개성과 생동감을 어떻게 보존하고 드러낼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A2O LITE의 무대는 인공적인 연출과 인간적인 매력이 반드시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A2O의 남자 그룹인 A2O SOUL은 15명의 멤버로 구성됐으며, 보컬을 중심에 둔 음악을 선보였다. 남녀 그룹을 함께 운영하는 A2O의 구조와 NCT의 무한 확장 체제를 함께 고려하면, 이 15명은 하나의 고정된 팀을 넘어 각자의 팀과 개인 정체성을 구축해 나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자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남자 그룹의 음악은 흥미로운 차별점을 보여준다. 최근 아이돌 음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어 가사 중심의 보컬 비중이 높은 댄스곡이라는 점에서 A2O SOUL은 A2O LITE와는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정석적인 메인보컬의 존재감과 보컬 중심의 구성을 강조하는 팀을 만나기 어려워진 시점에서, 이러한 선택은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A2O가 강렬한 콘셉트를 구현할 역량이 부족한 회사도 아니고, 여자 그룹을 통해 높은 완성도의 콘텐츠를 선보인 상황에서 남자 그룹에 보컬 중심의 음악을 부여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같은 시기에 공개된 두 그룹은 음악적 접근과 표현 방식에서 대비를 이루며, A2O라는 브랜드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정체성을 구축한다.
이는 단순히 멤버 수가 많다는 점이나 기존과 다른 음악을 선보였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팀의 구성과 음악적 방향을 고정하지 않고, 여러 형태의 그룹과 콘텐츠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전개한다는 점에서 A2O의 확장 전략과 연결된다. 남자 그룹의 데뷔는 그 체계 안에서 보컬 중심의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뭐가 다르지? 잘 모르지만 '좋다'
A2O가 흥미로운 이유는 현재 공개된 콘텐츠의 완성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멤버 구성이 달라지고, 음악적 방향이 다양해지며,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과 콘텐츠를 경험하는 환경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A2O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시작과 끝을 하나의 구조 안에 담고, 그 경계를 계속 넓혀가는 방식이다.
물론 아무리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음악 자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 실험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A2O를 바라볼 때 필요한 것은 기존 K팝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는 데만 집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 차이가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고, 그 경험이 어떻게 음악적 매력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결국 이 무대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도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그룹의 형태가 등장했을 때 대중은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는가가 쟁점인 셈이다.
기술은 콘텐츠가 나아갈 수 있는 범위를 넓힌다. 그러나 그 범위 안에서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남길지는 결국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A2O는 기술과 콘텐츠, 인간의 표현과 시스템의 설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사실 구구절절 써놨지만, 지금 A2O의 등장이 두근두근한 이유는 한 가지다. 왜 다른지, 왜 새로운지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그냥 '좋다'는 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