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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각자의 색으로 머무르는 공간 – MOBBO: LET ME GO

모보 페스티벌에서 보낸 하루

by 김수민 에디터
2026.10.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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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MOBBO Let Me Go 인스타그램

       

       

      ‘무슨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늘 답변을 망설이게 된다. 음악을 얇고 넓게 듣는 편이다 보니 하나의 장르로 나의 취향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경험이 많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는데 ‘락’이나 ‘힙합’처럼 장르가 분명한 공연 앞에서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괜히 따져 보게 됐다. 하지만 모보 페스티벌에서는 고민 없이 즐기며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었다. 그 하루의 기록과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를 남겨두어야 하는가에 관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릴스 중독자인 나는 모보 페스티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재밌겠다~' 정도의 막연한 인상이 구매로 이어진 건 학과 단톡방에 올라온 티켓 공지 덕분이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나에게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페스티벌'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페스티벌 공지와 함께 올라온 글에 본인도 아직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내 디자인이 실제 사람들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기에 이 페스티벌은 그 장면을 관객으로서 만나 볼 기회처럼 느껴졌다.


      라인업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한 번쯤 보고 싶었지만 서로 장르가 다른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이 라인업이라면 무조건이지' 싶은 마음에 바로 파주행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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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출판단지에 도착해 친구를 만나 뱉은 첫마디는 "오늘 왜 이렇게 덥냐…"였다. 더위 탓에 원래 사려던 모자에 티셔츠까지 구매했다. 더위 때문에 시작한 소비였지만, 같은 옷을 입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이 모임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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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섬 스테이지, (우) 불빛 스테이지

       

       

      모보에는 헤드라이너가 없다. 다양한 색의 아티스트를 우열 없이 모은 만큼 스테이지마다 개성이 뚜렷했는데, 우선 섬 스테이지에서 만난 청키 앤 더 핑크 노이즈의 무대를 소개하고 싶다. 야외 테라스에서 진행되는 섬 스테이지는 나무들과 자유로운 무대 조형이 어우러져서 상쾌한 분위기가 났다. 상쾌하면서도 강렬했던 무대는 기타의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했던 객석이 기억에 남는다. 각자 신나는 만큼 자유롭게 춤추고, 실수에도 더 크게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조명 온도 습도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으론 불빛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시온의 무대이다. 시온의 무대는 정말 열기가 대단했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 그 안에 멜로디컬한 곡들이 있어 춤추고 따라 부르는 재미가 있었다. 불빛 스테이지에서 인상적인 점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단차가 거의 없었다는 점인데, 덕분에 시온이 객석 사이에서 무대를 이어가는 날것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는 게 가능했던 것 같다. 러닝타임을 곡으로 꽉 채운 공연을 뛰놀며 공간 구조가 경험의 온도를 바꾼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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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서 몸으로 느낀 개성은 눈과 손으로도 이어졌다. 현장 곳곳에는 현수막과 바닥 안내선, 포토존처럼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제작물이 놓여 있었고, 장대와 가면 만들기, 바느질로 키링 만들기, 릴레이 카메라처럼 직접 손과 몸을 움직여야 하는 콘텐츠를 체험하며 직접 손과 몸을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든다는 것은 그 수많은 가능성이 딸려 나온다는 말과 같다. 각자의 색이 담긴 장대를 들고 티셔츠를 입고 즐기는 모습이 좋았던 이유는 나 역시 색을 맞추지 않고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문화예술에서 디자인은 대상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각자의 감상과 해석이 들어설 자리를 남겨두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즐기거나 같은 감상을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모보 페스티벌은 내게 말 그대로 다채로운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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