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폭에 담긴 예술가의 영혼, 뜨겁게 타오른 열정을 파헤치다 –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도서]

글 입력 2024.04.0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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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삶과 그림을 떼어놓고서는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성수영 기자의 도서 [명화의 탄생 - 그때 그 사람]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 27인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 중인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을 재구성해 출판된 해당 도서는, 화폭에 담긴 화가의 인생과 그를 통해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다양한 메시지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본 책은 ‘사랑, 헌신, 고난, 일상’이라는 4개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테마로 나눠져 있다. 이때, 작가별 분량을 평균 5~7장 정도로 조절해 시간 부담과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독자들에게 보다 편안하게 명화를 즐기고 미적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아래는 이번 도서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내게 매우 인상깊게 다가왔던 작가와 구절들을 챕터별로 구분해 정리해본 것이다.

 

 

 

Part 1. 사랑 - 그 아름다운 불균형에 관하여


 

 

프레더릭 레이턴 - 예술과 결혼했다던 비혼주의 화가에게 찾아온 운명적 사랑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용기를 내서 그 길을 계속 가세요. 그렇다면 사랑이 됐든 일이 됐든, 그 길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22pg.)

 

마르크 샤갈 - 삶을 사랑과 희망이라는 색으로 칠한 색채의 마술사

결국에는 사랑입니다.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고, 나를 나답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 그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느냐로 결정되니까요. (31pg.)

 

클로드 모네 - 화가가 사랑하고 화가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림이 되다

아마도 그건 ‘순간을 잡아내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생의 마지막까지 추구했던 대가의 의지가 색채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의지를 떠받친 건 모네가 받았던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네가 꿨던 덧없는 꿈은 영원이 되었습니다.(64pg.)

 

 

 

Part 2. 헌신 – 늘 고뇌하며 필사적으로 그리는 마음


 

 

르네 마그리트 -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좌절된 욕망을 담아낸 초현실적 그림

- 낯익은 존재들을 재구성해 보는 이의 허를 찌르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 이를 통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생각에 빠지도록 만들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그리트가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139pg.)

- 그림 속에서 밤과 낮이 공존하듯, 본질에 닿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모순. 어떻게 보면 그 모순이야말로 삶과 예술의 본질이자 신비와 숭고의 원천이라고, 마그리트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143-144pg.)

 

페데르 뫼르크 묀스테드 - 자연의 친근함과 편안함을 그린 사실주의 화가

위대한 천재가 자기 내면을 절규하듯 쏟아낸 그림, 삶을 불사르며 심오한 논리를 극한까지 표현해낸 작품은 아름답습니다. ... 하지만 모두가 그런 작품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화가 자신에게 불행입니다. (168-169pg.)

 

 

 

Part 3. 고난 – 그럼에도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 트라우마를 딛고 풍경화의 신기원을 연 독일 낭만주의 거장

- “예술의 유일한 근원은 바깥 세계가 아니라 예술가 마음속 깊은 곳의 설명하기 어려운 충동” (188pg.)

- 죽음이 패배라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 먼지만 한 별에서 찰나를 살다 가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한 걸음씩 발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는 게 인생 아닐까요. (189pg.)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삶을 덮치는 아픔을 견디며 따뜻한 그림을 그린 행복의 화가

그래서 르누아르의 작품은 행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운명이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끈질긴 집념으로 행복을 캔버스에 담아낸, 한 사람의 승리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201pg.)

 

에드바르 뭉크 - 가난, 질병, 죽음… 끝없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승리의 기록

- 뭉크는 이처럼 자기 삶에 닥친 수많은 고통을 그림에 녹였고, 자신의 그림을 ‘영혼의 일기장’이라고 불렀습니다. (218pg.)

- 죽음 앞에서마저 그는 비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의 일기장’은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일종의 승리의 기록으로 미술사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233pg.)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 세상의 추한 면도 외면하지 않은 작지만 위대한 화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이 뒤섞여 있는 그 혼돈. 그 이중성이야말로 로트레크의 삶과 작품이 품은 아름다움의 원천이었습니다. ... 인간은 누구나 추한 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추한 면은 각자의 개성이자 독특한 매력이기도 하다. 그 추함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더없이 아름답다. (249pg.)

 

 

 

Part 4. 일상 – 흔히 지나치는 것들에게서 찾은 소중함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방탕한 알코올중독자가 남긴 가장 고요한 그림들

엉망진창이었던 삶과 고요한 예술 세계의 대비. 죽고 나서야 전설이 된 역설. 그런 아이러니 또한 삶이고 예술 아니냐는 듯, 슬프지만 모든 걸 긍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 모델리아니의 그림 속 인물들의 눈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채, 그렇게 오늘도 수많은 이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316pg.)

 

장 프랑수아 밀레 - 가난한 농부의 모습에서 참다운 인간성을 발견한 대가

- 그가 생각하는 본질이란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밀레는 어렵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했고, 한편으로는 여기서 위대함을 발견했습니다. (325pg.)

-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 그 속에 위대함이 있다는 사실을 밀레는 자기 작품과 삶을 통해 알려줬습니다. (326pg.)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친 순수한 영혼들: 가련하고도 강렬한, 그래서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지은이인 성수영 기자는 이 책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핵심 재료는 예술가가 살아온 삶과 생각이며 그들의 작품 세계에는 각자의 시각과 해석, 독창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 데 포함한 ‘드라마’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 역시도 위 구절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는 바이다. 작가가 인생을 되돌아보며 본인만의 경험과 가치관을 예술에 온전히 녹여내는 순간에 비로소, 예술가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이 감상자와 매개됨으로써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다 끝내 닳아버린 것인지, 그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앞서 책에서는 이미 여러 번 예술가들의 고된 영혼이 뒤엉킨 산물로서의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본 도서에 따르면,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지 못할 때 안간힘을 써 작품의 수준을 높인다고 한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하는 과정이 예술가의 잠재력을 이끌어 끝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예술가를 제외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일만한 교훈임은 분명하다.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도전과 용기가 없는 자는, 결국 평생토록 자신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내가 묻고 싶은 건 ‘가장 근본적으로 몸과 마음을 제때 돌보는 건강한 삶의 방식을 해치면서까지 그래야만 하는 걸까?’라는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가 상실된 세상에서 아무리 많은 부와 명성이 쏟아져 봤자 이미 죽음을 맞이한 이에게는 그 어떤 의미도 없지 않나 하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점이야말로, 기억하는 자만 있다면 영원히 존재할 예술 작품을 유한한 삶에서 그려내려는 예술가들의 숙명과 직결되지 않느냐 반박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심해야 할 건,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반드시 모든 예술가가 ‘천재’ 혹은 ‘상처투성이’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갖 날것의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나 역시도 노력하면 다가갈 수 있을법한 평화롭고 안온한 삶’으로 우릴 초대하여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작품들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다.

 

화가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 도서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이 선물한 공감과 위로의 순간들을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도 꼭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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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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