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선한데 친근한 SF소설 [도서/문학]

배명훈 단편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
글 입력 2022.08.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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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


 

이 책에 있는 모든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템도 그렇고 그걸 연결하는 방식까지 어떻게 이걸 이런 식으로 연결할까? 라고 놀라면서 계속 읽었다.

 

키보드 자판 D를 사용할 수 없는 설정인 ‘스마트D’,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를 조개 연구와 인도와 연결 지은 ‘조개를 읽어요’, 달의 공연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공연하는 표제작인 ‘예술과 중력가속도’ 등 소재 자체의 신선함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컸다.

 

 

 

무덤덤하고 씩씩한 여성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이 크게 감정적이지 않다. 그로 인해 상황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읽는 동안 감정적 소모가 크지 않았다.


여성들이 주체적인 인물로서 등장하는 것도 좋았는데 여기서 좋았던 건 여성이 어떤 사연이 있어서 강해진 게 아니라 그냥 성격 자체가 무던하고 소신 있는 인물들이었다. 어떤 사연 없이도 여성이 영웅의 역할도 할 수 있고 사건도 이끌어 가는 부분이 새로운 점이었다.

 

 

 

유머러스한 부분들


  

단편들 곳곳에 있는 유머러스한 부분들도 소설을 흥미 있게 읽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자면 ‘예비군 로봇’이라는 작품은 전쟁이라는 작품 속 상황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계속해서 웃음이 새어 나왔는데 위트 있는 여러 장면 때문이었다.


 

그러자 나토군 당국은 예비군 훈련요원 전원에게 지구에서 재배한 밀가루로 만든 빵과 진짜 우유를 지급했습니다. 은경 씨의 BP-L33에게도 최고급 연료가 지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은경 씨에게는 아무것도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은경 씨 본인은 예비군 소집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예비군 로봇 중

 

 

특급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까지 따버린 은경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화성에 가게 되는데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받게 된다. 알고 보니 본인이 아니라 본인 기계가 동원 징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 자체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전쟁이 발발하자 은경은 자신이 지구에서 물류 산업 종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장교로서 전쟁을 이끈다.

 

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 속 인물의 무던하고 당찬 성격과 여러 신선한 설정이 더해져 읽는 동안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진지한 부분 또한 강렬했다.


 

 

하지만 고래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저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파멸이 다름 아닌 우리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아니,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만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무도 모를 거라고, 이렇게 깊은 바닷속에서는 아무것도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는 법이라고.

 

사람들이 질러대는 미친 고함소리에는 분명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 예언자의 겨울 중

 

 

‘예언자의 겨울’이라는 단편을 읽으면서 디스토피아를 느꼈다. 진짜 인류의 미래가 부정적인 방향을 향해 끝으로 간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평화란 없고, 전쟁을 하고. 누군가는 고립이 되고 삭막한 환경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이 떠올랐다.

 

 

 

SF 소설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소설 전체에서 좋았던 점은 SF 소설임에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하면 차갑고 최첨단스러운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지금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혹은 현재보다 더 과거의 모습들이 미래의 이야기에서 계속 나타남과 동시에 미래에 등장하는 새로운 것들이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진짜 미래가 이럴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동시에 더 와닿게 느껴졌다.

 

저자가 미래와 동시에 과거를 사랑하시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너 그거 알지? 현금지급기에서 지폐를 달랑 석 장만 뽑아도 한 서른 장쯤 돈 세는 소리가 나는 거. 그거 다 녹음된 소리라니까. ‘아. 얘가 지금 돈을 세고 있구나’ 착각하게 만드는 소리라는 거지.

 

- 홈스테이 중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엇갈리는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몇 이야기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같고,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언자의 겨울’에서 나왔던 고래 이야기와 ‘티켓팅&타켓팅’ 잠수함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묘한 재미를 느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지만 어떤 부분은 엇나가 있는. 이어지는 것 같은데 공존하지는 못하는 이 세계관. 단편들을 엮어 놓았을 때 이런 재미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또한 몇몇 작품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은경인데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단편들의 주인공 이름이 같음으로 인해 중첩 효과로 소설 읽기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단편 소설 모음집의 매력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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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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