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객관적 정보의 다정함, 책 < 우아한 관찰주의자 > [문학]

글 입력 2017.09.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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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보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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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22 ~ 2017. 8. 27에 진행되었던
X-RAY MAN 닉 베세이전의 전시장 내부

 
 우리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세상의 정보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뇌는 지나친 정보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필터를 씌워 정보를 걸러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동네의 같은 길을 걷지만, 수십년을 그 곳에 살아도 대부분의 간판이나 지형지물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식하려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매일 보는 것들에서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정보는 극히 한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관찰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대상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 우아한 관찰주의자 >에서는 관찰의 중요성과 힘에 대해 이야기하며, 중요한 정보를 구분해 평가하고 기록하는 법과 그것의 무궁무진한 활용법에 대해 다룬다. 책의 저자인 에이미 E. 허먼은 이러한 관찰력, 지각력, 그리고 소통 기술을 연마하는 도구로 미술을 택했다. 그에 따르면 미술은 '경험과 정보가 엄청나게 비축된 대상'이며, '질문을 던지고 해석과 대화의 여지를 남기며', '사물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교환과 토론에서 중립적인 지위를 얻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설명이나 제목을 먼저 보아서는 안된다. 최대한 모든 편견을 배제한 채, 작품을 그 자체로 여러 각도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수집하려 해야한다. 그 다음에 제목과 설명을 보고, 다시 작품을 보아야 한다. 대상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 불편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왜 불편함을 느꼈는 지를 생각해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이 과정을 모두 수행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미술관 관람객이 작품 한 점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인 17초는 너무 짧은 듯 하다.


책과노트.jpg
책 < 우아한 관찰주의자 >와 본인의 노트
 


객관성과 주관성은 친구



사람들은 계속
그들에게 보이는 것을 본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

시각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각자의 차이를 인정할 때
그에 따른 문제가 줄어든다.

- 79p.


 이 책을 읽고 놀라웠던 점은 관찰이 단순히 사물이나 사건, 작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이었다. 관찰이라 하면 흔히 범죄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나 미술을 공부하는 연구자,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의사와 같은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정보를 포착하고 놓침에 따라 누군가의 목숨이 좌우되기도 하고 위대한 발명품이 만들어지기도 하며, 조직과 개인의 일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더욱이, 관찰은 단순히 많은 객관적인 정보량을 비축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3부 '설명하기'와 4부 '적용하기'에서는 관찰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어떻게 자신의 일과 타인과의 관계를 주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객관성'이라는 것은 개인의 주관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관적인 부분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술함으로써 타인과의 소통이 용이해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관점과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과 '기준'을 우선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를 줄인다. 흔히 객관성과 주관성은 대립되는 개념으로 여겨지지만, 오히려 우리는 주관적인 감상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에 타인의 감상과의 공유, 비교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 다룰 때 주관성과 객관성을 양자택일의 관계에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만 다루려다 보면 우리의 주관적인 감상이나 견해를 무시하게 될 것이고, 주관적인 견해만 중시하다 보면 오해와 허위 사실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문제와 견해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의 어려움. 감정적 접근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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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커버



... 그러나 불편함을 현실로 받아들일수록
편안한 영역이 넓어진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문제와 마주하고
그 문제에 관해 많이 소통할수록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 287p.


 처음에 나는 이 책을 살펴보면서, 책 뒷커버에 있는 사진을 보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었다.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자를 쫓는 사진'이라는 객관적이지도 않은 정보를 추려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잘못된 생각 때문에 '경찰관이 남자를 흑인이라는 이유로 쫓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진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사진이 아닌가' 하는 불편한 결론을 무의식중에 내려버렸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사진의 정체는 책의 후반부에 재등장한다. 저 사진의 정체는 백인 경찰관과 잠복 수사중인 흑인 수사관이 범인을 쫓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경찰복을 입은 백인과 흑인 남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건 맞지만, 경찰관이 '흑인 남자를 쫓는다'는 것은 확실치 않은 정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어떤 것도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 너무 많은 필터(편견, 습관, 가치관 등)에 갇혀 맹시상태(시각 자극 처리에 대한 의식적 경험은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처리하는 현상)에 빠진다. 의도치 않게 너무나도 좁은 시야를 가지고 대상에 접근하는 것이다. 대상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세세하고 객관적인 정보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객관성이 감정적인 접근보다 더 온화하고 평화적인 진단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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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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