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림 라시드가 보여준 '디자인'의 의미

글 입력 2017.07.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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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요일, 프리뷰를 쓰며 기대감을 한껏 안게 된 카림 라시드 전시에 다녀왔다. 디자인의 'ㄷ'도 모르는 나이기에, 이 전시가 나에게 어떤 것을 안겨주게 될까 하는 설렘을 안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입구 쪽으로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는 분홍색 벽이 눈에 띄었고, "디자인은 인간을 진화시키고 더 아름답고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카림 라시드의 철학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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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여러 종류의 의자들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정형적인 의자의 모습이 아닌, 대부분 둥글고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어떤 의자는 앉았을 때 마치 엄마의 배 속에 있는 아기 같은 모양이 되고, 어떤 것은 앉아 있지만 눕다시피 쏙 파고들 수 있는 형태를 갖고 있기도 했다. 각각의 의자가 모두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기존에 보아왔던 각지고 딱딱한 의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책상이나 서랍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물의 모습은 본래의 기능을 지닌 채, 그의 손끝을 거쳐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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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를 돌자 그의 어릴 적 모습들과 가족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태어난 그는 추상 화가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도움을 요청할 때, 집에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나 척척 해내시는 분이셨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디자이너로서 그는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편하게,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고, 문제가 있는 것을 해결해내는 과정.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속에서, 그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당연히 풀어야 할 '과제'처럼 각인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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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점으로 꼽았던 Globalove Sculpture, Pleasurescape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Globalove Sculpture는 사람 얼굴 모양으로 된 모형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구조물이다. 나무로 된 안쪽에 걸쳐 앉아 음악을 들어보니 소리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오래 듣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충분히 음악을 느껴보고 싶었다.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진한 분홍색의 구조물인 Pleasurescape는 캐나다의 웅장한 자연 풍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불규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의자들은 높은 산맥과 산봉우리, 강 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치마를 입고 가서 맘 편히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연과 인간의 조화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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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그가 실제로 디자인한 제품들을 보는 것이었다. 마치 가게에 와있는 것처럼 일렬로 쭉 늘어선 물건들을 보니 입이 바빠졌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제품들부터, '예쁘다'는 말이 나오는 것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보조배터리로 보이는 동그란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데, 단순히 동그란 모양이어서 예쁘다는 것뿐만 아니라 케이블이 본체에 감기도록 해서 사용하기 편하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때 케이블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불편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보조배터리란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불편함을 감수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디자이너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단순히 미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면, 본래의 기능에서 더 나아가거나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디자인, 특히 산업디자인의 경우,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얼마만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가가 중요한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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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전시를 나오기 전, 한쪽에 마련된 방에서 카림 라시드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다. 그가 가진 디자인 철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쓰레기통을 예시로 그가 만드는 제품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전시회에 가면 이렇게 영상을 틀어주는 곳이 많은데, 주로 앉아있다가 금방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인터뷰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영상이 은근 재미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이 영상을 본 것이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시 가시는 분들은 영상 보시길 추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철학처럼, 디자인 초보인 나도 재밌게 즐기다 올 수 있는 전시였다. 늘 그렇지만, 어느 정도 사전 조사를 하고 가면 확실히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정말 디자인의 'ㄷ'도 몰랐던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카림 라시드'라는 멋진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것을 얻어가는 기분이다. 물론 내게 디자인은 여전히 어렵고 낯선 존재이지만,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작품 자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일시 : 2017년 6월 30일(금) ~ 2017년 10월 7일(토)
(휴관일 : 마지막 주 월요일 / 7월 31일, 8월 28일, 9월 25일)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1층 (제 1,2 전시실)
관람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관람료 : 일반 14,000 / 대학생 12,000
청소년 10,000 / 어린이 8,000
문의 : 공식 홈페이지

공식 페이스북
Tel : 02-3143-4360 아트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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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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