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을 담는 필름카메라의 매력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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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빠름~ LTE 워프 XX!’

언제쯤엔가 이런 광고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노래가 유행을 했단 건 기본적으로 노래 가사에 공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었을 테다. 이 짧은 CM송 안에는 ‘빠름’ 이라는 단어가 거듭 반복된다. 그래. 누가 뭐래도 지금 우리는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도, 거리의 자동차도, 사람들의 삶의 속도도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은 바야흐로 속도의 시대다.

이 빠르고 간편한 시대를 따라 카메라 역시 변화했다. 예전에 사진이란 오롯이 시간의 산물이었다. 정성들여 사진을 찍고 나면 필름을 사진소에 맡기고, 현상과 인화를 기다려 사진을 찾아오기까지는 거의 일 주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댄 후 찰칵 소리 한 번이면 우리는 곧장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카메라가 스마트폰이든 미러리스든 DSLR이든 경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이란 이렇듯 편리해진 것이다.

이전과 비교할 바 못 되는 화질은 물론이고, 현재 우리는 수백 미터 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눈앞에 있는 것처럼 찍거나 사람의 모공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근접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은 왜인지 다시 필름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일일이 조리개를 조정하고 초점을 맞춰야 하며, 한 장을 찍을 때마다 매번 필름을 감아줘야 하고 찍은 후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거의 일주일이 소요되는 이 귀찮은 필름카메라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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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중고거래 사이트의 필름 카메라 게시판.
매일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필름카메라는 현재 생산이 중단되어 나온 지 십수 년 된 중고품들만이 거래된다. 그에 맞는 필름 역시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이 상당수이다. 심지어 필름 카메라는 무겁기까지 해서 들고 다니는 데 꽤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왜, 이 많은 사람들은 다시 필름 카메라를 찾고 있는 것일까?

필름카메라를 다시 쥔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아날로그 감성’이란 말로 압축한다. 필름카메라는 다루기 귀찮다. 그건 다시 말해 거기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결국 손가락질 한 번으로 사진이 찍히는 건 똑같지만, 그 장면을 포착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은 꽤나 차이가 난다.

시간은 곧 정성이다. 정성이 들어간 모든 것은 소중해진다. 디지털 카메라가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수백 장의 사진을 덧없이 삭제할 때, 필름 한 통당 스무 장에서 서른 장 남짓한 사진을 찍는 필름카메라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소중히 담는다. 한 번 필름에 맺힌 장면은 쉬이 삭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진에서도, 기억에서도 역시 그렇다.

필자는 얼마 전 필름 카메라를 우연히 얻어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카메라를 든 손의 무게감은 부담스럽고 초점을 맞추느라 감은 한쪽 눈꺼풀은 파르르 떨려왔다. 겨우겨우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진이 제대로 찍혔을까? 초점이 맞았을까?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결과에 찾아온 건 불안과 기대였다.

그 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동안에 본인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장 한 장을 찍는데 공이 들어가다보니 아무 데나 대고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필자는 필름카메라의 매력을 깨닫게 되었다. 필름카메라는 귀찮지만 ‘사진=추억’이라는 공식을 누구보다 잘 지켜주는 녀석이었다. 셔터질 한 번으로 그 순간을 지나치는 것이 아닌, 매 순간 신경을 쏟음으로써 그 순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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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필자의 필름카메라.
필자 본인보다도 나이가 많은 녀석이다.


이런 사실 외에도 필름카메라의 매력으로는 흔히들 ‘색감’을 많이 손꼽는다. 필름카메라의 색감을 굳이 설명하자면 대비(contrast)가 조금 낮고, 채도 역시 약간 낮은 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지털 사진을 아무리 보정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오묘한 색감, 사실 그것이야말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시각적 요소일 테다.

확실히 필름사진의 색감에는 특유의 추억어린 느낌이 있다. 그건 오늘 찍은 사진이 십 수 년 전 사진 같아 보이는 느낌,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몇 십 년이고 박제될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이런 느낌을 애호하는 건 아마 우리가 소중한 순간이 사진처럼 멈추어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 소중한 순간이 인생에 길게 남아 있길 바라며 사진을 찍는다. 흘러가는 시간을 우리 곁에 남기고자 우리는 소중한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숨을 참고, 셔터를 누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 필름카메라가 유독 좋은 친구가 되는 건 결과물을 기다리는 과정과 결과물의 불예측성이 썩 매력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매력이 되는 건 사실 삶이란 게 그렇기 때문이다.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내가 몰랐던 시간을 내가 아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때 함께하는 필름카메라는 같이 늙어간다는 처지에서라면 더욱이 훌륭한 친구가 된다. 아마 필자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빠져있을 듯 싶다.





이미지 출처

(표지 이미지) 구글 검색
(1)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2) 글쓴이 본인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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