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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 과일 노점
과일 파는 노점을 지나다보면 저렇게 수북이 쌓인 과일들이 안 팔리면 어쩌지 하고 불안해진다. 빛깔이 고운 과일들이 혹여 먹을 이를 찾아가지 못해 홀쭉해질까봐 그래서 등이 굽은 주인의 마음도 홀쭉해질까봐. 비닐 천막으로 대강 만든 노점 중간에 기둥처럼 커다란 가로수 하
by 김인경 에디터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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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외면하거나, 외면이거나.
by 김인경 에디터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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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
우리의 고요는 내부의 파동을 읽기 위한 고군분투이다. 홀로 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며 보다 잘 듣기 위한 침묵이다. 왁자한 자리에서 고독히 경청하는 이는 실은 아주 수다쟁이라 할 수 있다. 말을 할수록, 소리의 뼈는 물러지고 그 관절에는 균열이 생기는 법이다.
by 김인경 에디터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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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세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여름이 처음으로 떠오르고 방학 직전 달뜬 아이들이 떠오른다. 방학을 지나고 가을이 되면 학교의 공기는 낯설어져 있다. 매미는 모두 가벼워져 떨어졌다. 매미가 잠들었던 자리에 낙엽이 굴러다니고 있
by 김인경 에디터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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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삐에로
부산 밤바다. 왼손에는 샌들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펄럭이는 원피스 자락을 붙잡고, 마냥 걸었다. 까끌까끌한 모래알이 발바닥을 간질였다. 땀으로 범벅된 머리칼을 쓸어넘겨주는 바닷바람이 애인처럼 다정했다. 여행은 우울했고 무거웠고 더웠고 조용했다. 기분이 어떻든 인파가 많
by 김인경 에디터 20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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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때.
젊은 날에는 더더더 많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젊은 날은 젊음만으로도 예쁘고 곱고.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몰래 찍힌 사진들을 달가워 하지 않으면서도 몰래 간직한다. 내가 나를 찍을 때는 곱게 찍으려고 애를 쓰지만 남이 내가 의식하지 않는 때에 몰래
by 김인경 에디터 201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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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 한강
어린 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학교가 끝나도 학원이 끝나도 2층 우리집 불은 꺼져있었다. 어두운 집에 들어가 불을 켜면 어둠은 사라져도 외로움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 밑도끝도 없는 외로움. 그 아득한 기분이 싫어 불이 켜질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돌
by 김인경 에디터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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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나들이. 창경궁.
계절마다 창경궁을 간다. 고궁은 가족나들이 필수 코스. 보통은 아이가 어릴 때 고궁을 찾는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에게 "이건 뭐게 땡땡아?" "여기 보자 땡땡아!" 끊임 없이 말을 거는 부모들. 훈훈한 풍경들에 마음도 훈훈해진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디 부모 원하는 대로
by 김인경 에디터 201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