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 파올로 페데르치니의 작품, Every day the same dream. 몰레인더스트리아라는 이름의, 웹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폼이 있다. 몰레인더스트리아에는 그의 여러 작품들이 있는데, 작은 단위로는 한 개인의 선과 악,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모순. 그것들이 한데 모여 이루는 큰 단위로의사회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몰레인더스트리아에 접속했을 때 어떤 작품을 플레이해볼까 하던 중 눈길을 끈 것이, 리뷰하고자 하는 Every day the same dream이다.
이 작품은 아내와 한 집에서 살고 있고, 매일 아침 일어나 직장에 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그는 직장에 갈 옷을 입고 부엌으로 가서, 아내에게 인사한다. 아내는 그가 늦었다면서 쌀쌀맞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나가면, 할머니 이웃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출근길 아침에는 교통 체증에 갇힌다. 그렇게 직장에 도착하면, 늦었다며 사장은 그를 질책한다. 다음으로 그는 사무실에 들어가고, 자리에 앉으면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잠에서 깨어나 전날과 똑같은 하루를 경험한다.
한 번 플레이했을 때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 이후에는 이야기 안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플레이하게된다. 다만 선택에 있어서 제약이 많다.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다. 플레이어와 ‘그’ 가 동일시 되는 지점이다. 그가 자신의 방에 있을 때 플레이어는 스페이스바를 눌러 옷을입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야만 ‘집’ 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다.
입을 수 있는 옷도 직장에서 입는 번듯한 정장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밖을 나갔을 때 산책하기 좋은 길들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롯이 속옷차림이나 정장만 입는다.
작품을 경험하면 할 수록 플레이어는 그가 느끼는 강한 제약감을 체험한다. 나와 그는 끝없는 일상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노동자라는 사회적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지붕 아래 함께하는 그의 아내 조차, 따듯한 한 마디 없이 그가 일하도록 출근을 이끄는. 같은 말을 내뱉을 뿐이다.


인간이 가장 많이 의지하는 감각이 시각이라는데, 무채색의 디자인에 이끌렸다. 무의식적으로 삶의 유한함과 허무를 직감했다. 작품의 미학적 측면이 플레이어를 참여시키는데에 크게 기여한다. 이야기의 모든 장면은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인의 ‘무’ 함을 플레이어에게 명확히 전달한다. 컬러의 요소는 몇 가지뿐이다. 알람 시계, 텔레비전, 엘리베이터 버튼, 주차 표지판, 자동차 조명, 매마른 나무의 잎 한 장, 직장의 통계 그래프, 마지막으로 그가 일하는 직장 복도 끝에 있는 출구 표지.
그는 칸막이가 있는 사무실에 앉아 일을 시작하는 대신 건물 옥상으로 가서 뛰어들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키우는 것은, 그가 자살하여도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 또한 작품을 벗어날 수 없다. 쉽게 말해 엔딩이 없다. 자살 후, 그가 다시 깨어나서부터 플레이어는 그가 거닐 수 있는 길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그의 일상을 깊게 탐구하는 기회를 가진다.
다시 깨어났을 때 일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함께했던 타인이 사라지고, 오롯이 ‘그’만 남는 것. 플레이어가 체험하게 되는 유에서 무의 경험은, ‘나’와 타인이 인간으로서 유한한 존재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의 일상에 존재하던 도로의 운전자, 동료들은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있다.
그들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 추상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같은 삶을 영위하는 개인이자 노동자이다. 한 개인의 자살에도 삶이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되며, 존재하던 타인이 사라졌을지언정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은 여러 심층서사를 시사한다. 모두가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이 있음을, 주어진 자유라고는 삶을 스스로 끝내는 것 뿐이라는.
죽음을 택한다는 자유의지는 곧, 탄생의 순간부터 자유의지란 불가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의지의 기준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만 둔다면 자유의지는 가능하다. 다만 제약과 대립, 갈등이 필연적이다. 결과론적으로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허용되지 않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사회적 동물로서 개인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자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일상을 얼마나, 어디까지 무엇을 수용해서 생을 장식해나가는가? 우리에게 자유란 의지대로, 행하고 싶은대로 해내는 권리가 아니라 나의 존재만큼이나 타인의 존재도 인정하고, 공존하며 소통하며 함께하는 노력이다.


작품에서는 우리의 일상이 공존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적임에 잠식되어있는 사회를 비판한다. 극단적으로. 어떤 소통도 그려내지 않는 이야기가 플레이어로서 하여금 인간의 순수 악과 선을 체험하게 한다. 나는 얼마나 삶에서 공존하고자 노력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반성하게도 한다. 깊은 차원의 탐구를 경험하게하는 작품이 몰레인더스트리아 폼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음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높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전시를 관람하는 것 보다도 한 개인에게 깊은 경험과 체험을 스스로 해내게 하는 것이 인터렉티브 미디어의 최강점이다.
매체마다의 장단점이 있지만, 어떤 매체이든 콘텐츠에 관객의 참여를 허용함은, 탄탄한 설계 아래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개인이 모여 한 사회까지도. 그런 점에서 문화와 예술은 세대를 불문하고 삶의 동반자이다. 자유의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이기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 나아가서는 세상으로 확장시킬 것인가를 경험하게하는 Every day the same dream, 한번 쯤 플레이해보기를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