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19회 공주 고마나루 국제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연극 <몬스터 허균>이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10월 8일부터 11월 1일까지 공연된다.
연극 <몬스터 허균>은 홍길동을 만든 인물 허균을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조선의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당대의 신분질서와 유교적 질서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 허균을 조선왕조실록은 ‘천하의 괴물’로 기록했다.
연극은 허균이 죽음을 앞두고 남겼다고 전해지는 마지막 한 마디 ‘할 말이 있다’에 주목한다. 이에 연극은 죽임을 당한 허균이 광해군과 마지막으로 독대했다는 가정에서 허균의 삶과 고민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마당극이라는 형식
연극 <몬스터 허균>에는 세 개의 층위가 있다.
첫째는 역사적 인물인 허균, 광해군, 그리고 이이첨이 허균의 죽음 이전 술을 나누며 논쟁하는 공간이다. 둘째는 허균이 창작한 이야기, 즉 홍길동전의 세계다. 창작자와 창작품의 관계를 넘어 연극은 소설 속 홍길동을 허균과 독자적인 인물로 등장시킨다. 셋째는 관객과 산이, 받이, 그리고 악사가 있는 마당극의 세계다. 연극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세계를 통해 드라마를 전개하지만, 세 번째의 세계를 통해 무대와 관객 사이 제4의 벽을 제한적으로 열어둔다. 즉, 마당극의 형식을 빌린 드라마극으로 이해된다.
마당극은 한국에서 1970년대 전후 탈춤, 판소리, 풍물 등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탄생한 야외 연극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마당이라는 공간을 빌려 진행되는 마당극에서 관객은 수동적인 관람자를 넘어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 극의 내용에 소리 내어 웃고, 울고, 이야기하고, 비판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는 브레히트가 발전시킨 서구의 서사극과도 유사점이 있다. 관객은 극에 완전히 몰입하는 대신, 그것을 온전히 ‘연극’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는 연극 밖 사회현실을 객관적으로 마주 보게 하기 때문이다.
연극 <몬스터 허균>에서 허균과 광해군, 이이첨은 극에 몰입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이에 산이와 받이, 악사는 그 몰입의 순간에 산통을 깬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음악극의 요소를 첨가한다. 이를 통해 연극은 작 중 인물에게 이입하는 것을 넘어 객관적으로 이들의 논쟁을 살피고 현실을 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국가 만들기, 사회 바꾸기
연극 <몬스터 허균>에서 허균, 광해군, 이이첨이 각 보여주는 것은 체제에 대한 다른 입장이다.
조선은 유교라는 이념, 왕이라는 중앙집권 체제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외교적 격변기에서 광해군은 왕권 강화를, 이이첨은 유교를 바탕으로 한 관료의 강화를, 허균은 조선이라는 신분과 유교 등 나라의 질서 자체에 대한 의문을 들어낸다. 허균의 의문은 홍길동전 속 율도국을 통해 형상화되었다. 그러나 극 중 허균이 만든 상상 속 인물 홍길동은 허균에게 일침을 가한다. 조선 사대부인 허균이 만든 이상사회인 율도국이 정말로 조선과 다를 줄 아느냐고.
허균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허균, 광해군, 이이첨의 논쟁에서는 서늘함보다 서로에 대한 애증이 느껴진다. 서로의 여부와 상관 없이 더 나은 조선을 바란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배경의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허균이 만든 가상의 이상사회 율도국이 조선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절망 보다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의 성질을 보여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이들과 논쟁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 뿐이다.
과와 오 모두 우리의 조건일 수밖에 없다. 연극 <몬스터 허균>이 허균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