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화재단은 8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김수희아트센터 SPACE1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지금을 만나는 공연제 ‘수림뉴웨이브 2026 [엇]’을 개최한다. 2017년부터 이어져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수림뉴웨이브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전통음악가를 조명하는 공연제다. 올해의 주제어는 ‘엇’으로 전통음악 속 엇박과 엇모리처럼 익숙한 흐름을 비껴가며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만드는 감각을 의미한다. 수림뉴웨이브 공연 중 10월 15일 진행한 이준형의 타악 공연, 프로젝트 <길굿>을 관람했다.
길굿
대학이 나에게 준 것 중 가장 좋았던 것은 풍물패였다. 나는 필봉농악을 하는 풍물패에서 북을 맡았다. 심장을 울리는 네 가지의 타악기들-쇠, 장구, 북, 징-은 함께 하는 법을 아는 악기들이었다. 쇠가 개개갱하고 신호를 주면 온몸을 이용하여 가락에 함께 한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추임새, 지나가면 구경하는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는 것까지가 공연이었다.
농악에 따라 연주자는 기본 가락과 그것을 구성한 일반적인 굿의 흐름을 익힌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굿은 길굿(질굿)이었다. 풍물패는 여름과 겨울이면 필봉에 있는 전수관에 가서 전수를 하게 되는데, 각자 남는 강의실 혹은 동아리방에서 풍물을 하던 학생들은 탁트인 공간에 나가서야 우리가 하던 것이 종합적인 의식임을 자각하게 된다. 북만을 친다면 길굿은 재미가 없는 편이었다. 단순한 가락이 아주 오래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흙바닭을 잘근잘근 밟으며 행진하는 길굿은 그 자체로 해방감을 주었다. 왜 이렇게 같은 가락을 반복해야 했는지를 뾰족한 필봉산을 바라보며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단순히 공연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비는 의식임을 알게 되었다.
프로젝트 <길굿>
풍물패가 나에게 준 것 중 지금까지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전통 타악 공연 전반을 더욱 잘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풍물이든, 사물이든, 마을굿이든 그 명칭에 상관없이 말이다. 추임새를 언제 넣어야 하는지, 지금이 전체 굿에서 어떤 파트인지를 알게 되었다. 전수자 선생님들의 신명나는 공연은 언제 보더라도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이번 수림뉴웨이브에서 만나게 된 이준형의 프로젝트 <길굿>은 굿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다가왔다. 이준형은 전통 타악과 판소리고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주자이자 사물놀이 연출가이다. 수림뉴웨이브에서의 공연에서는 타악과 몸, 사설과 호흡을 중심으로 무대가 구성되었다. 일종의 악단으로서, 여러 명의 합으로 만들어지는 사물과 풍물과 다르게 이준형은 단독으로 무대에 섰다. 쇠와 함께 시작된 사설은 이내 장구로 이어진다.
전통 음악을 이어가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클래식과 마찬가지고 그대로 하기는 기본이되, 이것을 재해석하기, 현대 음악과 조화시키기, 여기에 더하여 무대 공연이 가능한 형태로 변형하기 등이 있을 수 있다. 전통 농악을 사물놀이라는 형식으로 안착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이준형의 길굿은 길굿이 필요하던 맥락을 단독 공연이라는 형식과 무대로 가져왔다. 기존 전통 음악에 능숙한 관객들의 추임새가 무대를 완성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통음악가를 위한 무대가 더욱 다양해졌을 때 관객이 누릴 수 있는 음악적 배경 역시 넓어질 것이다. 아직 미처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수림뉴웨이브 기획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