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w 별점과 한줄평, 짧은 해석과 감상평
★★★★★
<플로우> -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2023년 개봉한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Flow는 대사가 단 한 줄도 없는 영화다. 무언극, 무성영화에 가까운데, 각 동물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 의사 표현을 꽤 직관적으로 해주기 때문에 스토리 이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가장 놀라웠던 점이다.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이라서 스토리 전개가 잘 이어질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대사 없이 동물 그 자체로 등장시킨 것이 신의 한 수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골든 리트리버, 고양이, 카피바라.
영화에는 크게 다섯 종의 동물이 등장하는데, 동물 한 마리 한 마리 성격이 특징적이고 직관적이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성격을 설정한 것이 독특하다. ’고양이’는 극 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뚝심 있고 독립적이다. ‘골든 리트리버’는 강아지답게 친화력이 좋고 애교가 많다. 다만 조금 멍청할 뿐. ‘카피바라’는 매사 태평하다. 대홍수로 물 위에 떠올랐음에도 배 위에서 드르렁 자고 있을 뿐이다. ‘여우원숭이’는 다른 너구리들처럼 손을 사용하며 인간들이 남긴 여러 물건들을 모은다. 소유욕이 강해서 자기가 바구니에 담은 건 절대 뺏기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뱀잡이수리‘는 도도하고 똑똑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마지막엔 오로라 속으로 사라지며 뱀잡이수리의 냉철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렇게 각자 스타일이 명확하고 성격까지 직관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각 동물들의 실제 성격에 맞춰서 보는 게 재밌다. 저게 고양이지, 저게 카피바라지, 하며 미소 짓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가 대홍수 속에서 떠나는 모험‘이라는 로그라인이 혹여나 어린이들만 재밌게 볼 어린이 영화인가 느끼거나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극장에 들어가면 유치함보다는 동물들이 주는 거대한 감동에 젖게 된다.

고양이는 영화 내내 물 속을 들여다보는 일을 자주 한다. 물고기를 잡기 위함이기도 하고,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는 영화에서 물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처음과 중간까지 고양이가 바라보는 물에는 고양이 자기자신만이 등장했다. 그러나 함께함의 가치를 알게 된 결말부분에서는 네 동물친구가 다 함께 물을 바라본다. 뒤에는 물 속에 사는 고래까지 동물 친구들을 구원해주는 영적 존재로 등장한다.
마을에 들이닥친 홍수는 깊은 바다에 살던 고래까지 마을 초입으로 데리고 올 정도로 거대하지만, 고래는 고양이가 경계한 것과 다르게 구원의 존재가 된다. 마지막 짧은 쿠키영상에도 등장하며, 다시 반복되는 대홍수에서 고래는 다시 고양이의 구원자가 될 것을 암시한다.
또 영화에는 시작과 끝에 사슴이 등장한다.
중간에는 고양이의 꿈 속에서 사슴 소용돌이를 치며 등장하기도 한다. 사슴은 주요한 사건의 시작울 알려준다. 숲에서 도망치는 사슴은 거대한 자연재해의 시작을 암시한다.

뱀잡이수리는 무리에서 버림받고 고양이 일원에서도 떠난 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서 발견된다. 배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물을 피해 위로 위로 올라가서 발견한 수리는 누구보다 태연해보였다. 그리고 오로라와 같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하늘로 날아간다. 이 산꼭대기는 고대 제국의 제단같았다.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동양풍의 건물과 구조물들은 역시나 고대 제국을 연상시킨다. 무엇을 제물로 바쳐 자연재해를 막던 제단. 그렇게 뱀잡이수리가 꼭대기에서 날아간 뒤 물은 잦아들고 다시 땅이 나타난다. 뱀잡이수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도했다.
마지막 쿠키 영상을 보면 이 때의 대홍수 이후 여러 번의 대홍수가 반복된 것 같다. 배경으로만 보면 먼 미래 멸종한 인간의 흔적만이 남은 시대이기 때문에, 기후 위기는 물론이고 지구가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는 시기일 것이다. 대홍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암시는 오프닝에서도 나온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 고양이 뒤로, 나무 위에 걸린 배 한 척이 보인다. 이 위기 속에서 동물들이 존재하는 숲속만은 그대로이기를 바라며,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거대 자본을 이기고 애니메이션상을 휩쓴 라트비아 감독의 이 애니메이션에서 희망을 보았다.

Flow가 이뤄낸 성과는?
1. 무료 툴을 이용한 장편 애니메이션 완성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 거의 모든 장면, 무료 툴을 사용해 완성했다고 전했다. 작화가 투박할지라도, 그 완성도는 거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비견할 정도였으며, 애니메이션의 전부는 작화가 아니라 결국 스토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라트비아 출신 감독이다. 라트비아에서 아카데미 수상은 이 감독이 처음이다. 감독이 수상한 아카데미 트로피를 비롯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트로피 등은 라트비아 국립 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으며, 라트비아 문화예술계에 크나큰 한 발자국을 내딛게 해 준 영화가 되었다.
3. 인간이 사라진 근미래에 동물들이 살아가는 법
대홍수, 인간이 사라진 집, 겨우 살아남은 동물들. 근미래의 지구는 홍수와 지진 등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자초한 인간들은 멸종한 상태다. 이 영화는 현재의 인간들에게 근미래의 모험기를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영화와 같은 미래를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경각심을 갖게 해줌과 동시에, 자연과 동물의 상호 호흡과 자연의 섭리에 몸을 바치는 동물의 숭고한 영혼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