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팀버튼의 기묘한 서커스 - 팀 버튼 특별전

글 입력 2022.05.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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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코드 팀버튼


 

팀버튼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명확한 텍스트보다는 그가 구현한 독특한 비주얼에 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을 떠올려보면, 그의 작품의 매력이 어떤 특별한 이야기보다는 스타일에 있다는 점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런 표현 역시 적절하지 않다. 그 특별한 비주얼이야말로 그만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어떤 지점으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그의 화풍이나 소재는 대중적이지 않고, 우울하다. 하지만 자세 뜯어보면, 그의 작품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큼 귀여운데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어떤 낙관성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처럼 장난스러운 어둠이 깔려있지 않던가.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묘사하는 세계가 달콤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오묘한 세계는 디즈니와 같은 어떤 주류와 거리가 있으면서도, 대중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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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스타일이 '팀버튼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섬세한 펜으로 신경질적으로 그어진 엷은 선들이 만들어낸 외톨이들을 보지만, 그에게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팀버튼의 세계에는 때로 기묘한 만큼이나 어떤 관용이 존재한다. 오늘 리뷰할 팀버튼 전시회 '팀버튼 특별전'는 그의 세계를 충실히 드러낸 좋은 전시회로, 음산하고 사랑스러운 그만의 서커스에 초대될 다시없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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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음산한 서커스


 

거듭해서 전시회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아서 민망하지만, 그만큼 멋지다. 전시회에서의 경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설치작품과 여러 공간들의 연출이었다. 이런 부분들이 정말 팀버튼 답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의 기묘한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스타일면에서 팀버튼은 영화감독이라기 보다 서커스 단장 같은 사람이었고, 이번 전시회도 전시회라기보다는 팀버튼의 괴물 딱지들을 훔쳐보는 서커스같다. 그래서 이번 전시 경험은 아주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팀버튼 특별전'은 공간과 설치 작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림 사이를 걸어 다니기보다는, 각 섹션의 독특한 공간에서 다양한 위치와 모습으로 매달려있는 팀버튼의 작품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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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공간이 한몫한다. 공간은 단순히 작품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각 설치작품에 몰입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공간들이 팀버튼의 서커스를 즐겁게 만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입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입구에서 검은 커튼을 들추고 들어가면, 관람객들은 어두운 체스판 바닥에 내리쬐는 시퍼런 조명 아래에 삐뚤빼뚤한 통로를 마주하게 된다.

 

각 벽에는 핑크빛 조명이 돌고, 시선 끝에는 어두운 거울이 있다. 거울은 체스판같은 바닥을 영원히 이어놓은 것 같다. 그 사이에는 팀버튼이 있다. 말 그대로 '팀버튼의 세계', 이 유쾌한 서커스의 입구에 적절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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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대표적인 공간으로 소개했지만, 그 안에는 이보다 재밌는 공간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놓은 공간, 서커스 천막같은 원형 모양에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를 배치한 공간, 각 섹션을 오가는 통로 양쪽에 괴물딱지들이 배치된 공간 등이 있다. 전시회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인 것은 둘째치고, 팀버튼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한몫하는 공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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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혼돈


 

팀버튼의 작품들은 언제나 비극에서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비극적인 운명에 상처 입고 피투성이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그런 그의 운명에는 기묘하고 불길 기운이 감싸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종종 고딕 스타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 묘사만큼이나, 그의 작품들은 독일의 표현주의를 연상하게 한다. 창백한 피부, 짙은 화장, 비대칭 인체를 가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회오리, 줄무니, 구불구불 곡선이 자주 사용된다. 섬세하게 그려진 선들이 표현하는 단순함과 명확한 표현은 각 캐릭터들을 더 날카롭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단순히 어두운 것 이상에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음산함에 대한 기쁨과 유머가 혼재되어있다. 세상의 표면에 잠들어 있는 불길하고 어두운 감각들이 그의 주요 소재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처럼 그것들은 아름답고 또 신비롭기도 하지만, 멕시코의 해골 가면처럼 코믹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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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는 혼란스럽다. 그의 세계는 어둡지만 밝고, 무섭고 포근하며, 잔인하면서 다정하다.

 

사람이 괴물 같기도, 괴물이 사람 같기도 하다. 한 편의 시처럼 그 모든 혼란이 팀버튼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어떤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 위대한 작품들은 냅킨이나 테이블, 벽과 같은 곳에 그려진 하나의 낙서에서 싹을 틔운다. 아마 그런 점이 그의 스타일을 위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최소한 그 넓은 DDP에 빼곡히 채운 작품과 벽 한 면을 가득히 채운 커리어는 그의 성실성보다 창의성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그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애니메이션 Vincent처럼, 그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어두운 것들을 찾고 사랑했다.

 

팀버튼이 그만의 아트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진부한 문명사회의 표피를 뜯어내고 어두운 창의성을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팀버튼은 종종 성공한 영화 감독으로의 업적이 큰 탓에 창의성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 것같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말하건대, 그는 정말로 위대한 예술가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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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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