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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발표된 채만식의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은 지식인 주인공 P의 눈을 통해 일제강점 당대 사회상과 그 안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본 작품이다. 룸펜 인텔리인 주인공 P는 향학열에 고취되어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는 등 신식공부를 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하는 신세이다. 그리고 자신은 레디메이드 인생이 되어버렸지만 어린 아들 창선이만큼은 절대 인텔리로 만들지 않겠다며 다짐한다. 이 작품은 막연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연극 <레디메이드 인생>은 주인공이 없는 공연이다. 소설 속 주인공 P를 6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연기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넘쳐나는 인텔리들을 나타낸다. 지식인을 상징하는 화이트칼라를 넘겨주는 방식의 배역 바꾸기는 연극 속에서 하나의 게임과도 같다. 빈 무대에서 배우의 움직임만으로 공간을 채우고, 큐브 상자를 활용하여 소품과 무대를 대체하면서 관객들이 이를 추리하고 상상하는 재미를 느끼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