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최신글
-
[Opinion] 결말을 아는 책을 읽게 되는 이유 - 이터널 선샤인 [영화]
미셸 공드리, <이터널 선샤인>(2004)
만약 당신이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 봤다면,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격언에 공감해본 적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한번쯤 당신을 괴롭히는 그 기억을 삭제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봤을 테다. 도무지 망각할 수 없는 지리멸렬한
-
[Opinion] 욕망은 내가 아니다 - 존 말코비치 되기 [영화]
스파이크 존즈, <존 말코비치 되기>(1999)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보기를 꿈꾼다. 이때, 내가 되고 싶은 타인은 대부분 나보다 상황이 조금 더 나은 누군가일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부자가 된다면, TV에 나오는 화려한 스타가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된다면과 같은. 허
-
[Opinion] 지나온 것을 그리워한다는 건 - 레이디 버드 [영화]
어느 곳에 내가 있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어쩌면 조금 더 나중에야 알게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크라멘토에 사는, 빛바랜 붉은 색 머리를 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곧잘 소리를 지르는, 싸울 줄 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솔직한, 그렇기에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줄 아는, 스스로에게 이름을 부여한, 10대 소녀. 그 어느 것도 지금의 나와는
-
[Review] 현재의 순간을 가장 잘 즐기는 법 - Soundberry Festa' 24 [공연]
편한 신발은 필수.
햇살이 작열하는 땡볕더위는 아니었지만, 장마 기간의 높은 습도와 폭우로 불쾌지수가 마구 오르던 7월의 어느 날. 실내에서 즐기는 음악 페스티벌인 2024 사운드베리 페스타에 다녀왔다. 고백한다. 자고로 난, 음악 페스티벌이라면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온갖 고생을 자처
-
[Opinion] 설령 변하지 않는 것이 저주일지라도 -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
설령 음악을 그만둔다 해도, 혹은 음악을 계속한다 해도, 영원히 청춘일 그들의 삶을 무턱대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름조차 생소한 와이키키의 빛나는 해변을 바라며 힘차게 나선 청춘의 두 발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아마도 그들이 꿈꿔온 와이키키 해변과는 전혀 달랐을, 누추하고도 보잘것없는 현실의 삶과 어른의 세계는 빛나던 한때의 마음을 참 쉽게도 비참하게 만든다. 그토록 바라고
-
[Review] 우리는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 새들의 무덤 [공연]
그것은 곧 희망이다.
미처 조명이 꺼지지 않은 무대 위로 한 남자가 올라온다. 일을 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듯 보이는 그 남자는 이리저리 무대를 살핀다. 때마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던 그의 머리 위로 깃털이 내린다. 아장아장 걷는 새끼 새를 바라보던 그는 새의 몸짓에
-
[Review]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삶이란 이름의 햇살 - 퍼펙트 데이즈 [영화]
어쩌면 숭고할 정도로 삶에 대한 소중한 태도가 느껴졌던, 그렇기에 조금은 벅찬 마음이 들었던, 영화 <퍼펙트 데이즈>다.
이른 아침 이웃의 빗자루 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개고, 식물에 물을 주고, 양치를 하고, 매일 입는 작업복을 입고, 현관문을 닫은 뒤 보이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꺼내 마신다. 차에 올라타고, 운전 하고, 일 하고, 가끔 마주치는 세상의 모습에 눈
-
[Opinion] 오직 당신과 나만의 - 펀치 드렁크 러브 [영화]
폴 토머스 앤더슨, <펀치 드렁크 러브>(2002)
평소와 같은 어느 아침, 도로 위를 달리던 승합차가 크게 뒤집힌다. 그를 뒤따라오던 밴은 카메라 앞에 멈춰선 뒤 돌연 문을 열곤 풍금을 내려놓는다. 떠난다.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도,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 무책임하고도 강렬한 오프닝에 매료되었던 것도 잠시, 영화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