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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으면 생기는 일 [도서/문학]

나무는 사실 물구나무를 서 있는 거였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야.

by 안효정 에디터
2026.10.1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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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탭터로 이어지는 장편소설이다.



       

      <채식주의자>



      1장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 시점으로 아내를 조명하며 시작한다.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한 영혜가 어느날부터 '꿈' 때문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다. 중요한 부부 동반 모임에서 브레지어를 하지 않아 젖꼭지의 실루엣이 보이는 모습으로 채식을 하기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 아내를 참을 수 없게된다. 결국 영혜의 남편은 장인장모님께 연락을 드린다. 그들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 겸 가족모임에서 영혜와 만나보기로 한다.


      가족모임에서도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고, 이를 강압적으로 먹이려는 아버지에게 저항한다. 이에 분노한 아버지가 영혜의 뺨을 때리고, 영혜는 과도를 들고 자신의 팔을 그어버린다.


      병원으로 가게 된 영혜는 정신을 차리고, 영혜의 엄마는 한약이라고 속여 영혜에게 흑염소를 먹인다.


      "아내는 그것을 토해내고는 침대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내는 침대에 없었고, 찾으러 갔을 떼는 벤치에 앉아 상의를 모두 벗은 채 죽은 새를 오른손에 움켜쥔 체 앉아 있었다. 남편이 아내의 손을 펼치자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커친 이빨자국을 가진 동박새가 벤치 아래로 떨어졌다."

       

       

       

      <몽고반점>


       

      2장은 영혜를 향한 형부 민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무 살 무렵부터 몽고반점을 좋아했던 민호는 예술가로 살아간다. 민호는 아내와 결혼하면서 아내에게서 무엇이 부족하게 느껴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결혼한다. 나중에서야 아내의 동생인 영혜를 보았을 때 민호는 가지를 치지 않은 야생의 나무 같은 힘을 느낀다. 그러다 가족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영혜는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버리려 했던 순가은 인생의 코너 같은 거였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다. 모든 사람이 -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부모, 그것을 방관하는 남편이나 형제자매까지도 - 철저한 타인, 혹은 적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다시 깨어난다 한들 그 상황이 변해 있을 리는 없다. ···문득 그는 차라리 그녀가 깨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어난다는 상황이 오히려 막연하고 지긋지긋해, 눈을 뜬 그녀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민호는 영혜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민호는 영혜에게 새로운 작품의 소재가 즉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민호는 영혜에게 몸에 꽃을 그린 비디오 작품을 찍어보자고 제안하고, 영혜의 몸에 꽃을 그려 촬영을 시작한다.


      이후 민호는 영혜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도 꽃을 그려 함께 촬영하고, 촬영을 넘어서 영혜와의 관계를 넘어서려 한다. 결국 민호는 영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지혜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두 사람이 교접하는 촬영 캠코더를 확인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다.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 미닫이문을 열어 찬바람이 일시에 밀려들어 오도록 했다. 그는 그녀의 연둣빛 몽고반점을 보았고, 거기 수액처럼 말라붙은 그의 타액과 정액의 흔적을 보았다. 갑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겪어버렸다고, 늙어버렸다고, 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베란다 난간 너머로 번쩍이는 황금빛 젖가슴을 내밀고, 주황빛 꽃잎이 분분히 박힌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 흡사 햇빛이나 바람과 교접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못 박혀 서서,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인 듯, 활활 타오르는 꽃 같은 그녀의 육체, 밤사이 그가 찍은 어떤 장면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무 불꽃>


       

      3장은 위 1,2장의 일이 있은 후, 영혜의 언니 인혜가 화자가 된다.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 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응,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여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가도 그냥 이대로도 괜찮겠다 싶은 영혜를 보러 인혜는 정신병원에 지속적으로 방문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 - 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는 끊임없이 나무만을 바라본다. 밥은 먹지 않고, 링거는 고사하고 최후의 수단인 콧줄 주입조차도 거부한다. 그저 물구나무를 설 뿐이다.


      '그녀가 탁자에 음식을 풀어놓으려 하자 영혜는 말했다.

      언니, 이제 이런 거 안 가져와도 돼. 

      영혜는 웃었다. 

      나, 이제 안 먹어도 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렇게 밝은 영혜의 얼굴을 그녀는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보았다. 그녀는 물었다.

      아까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언닌, 알고 있었어?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아사 직전의 영혜를 보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처음부터 영혜는 죽음을 원해온 것 아닐까하는 의심이 인혜의 머릿속에 고개를 내민다.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라는 영혜의 말에 인혜는 오래전 기억을 되새긴다. 맏딸인 자신에게는 조심스러웠던, 맞은 만큼 동네 아이들을 패주던 영호에겐 괴로움이 덜 했을, 아버지의 손찌검은 유독 영혜를 향했다는 것을.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영혜는 결국 정신병원에서조차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피를 토한다. 인혜는 그런 영혜와 함께 구급차에서 영혜의 귓바퀴에 입을 바싹 대고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이건 말이야.

      ······어쩌면 꿈인지 몰라.

      그녀는 고개를 수그린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영혜의 귓바퀴에 입을 바싹 대고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첫번째 감상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불쾌하기만 한 소설 정도가 내게 남은 인상이었다.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라는 지혜의 말과 영혜가 브레지어를 불편해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정도는 공감이 됐다. 하지만 누가 썼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건 나는 이해하지 못 했고, 아마 이 책에 대한 인상은 쭉 그렇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듣는 '독서와 토론' 수업에서 이 책을 다루었고, 작가가 숨기지는 않았으나 내가 차마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육식을 강요하는 것이 영혜에게는 '폭력'이었다는 것을 혼자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다. 아마 이것은 내가 그동안 문학적인 책보다는 웹소설을 읽으며 생긴 '생각하며 읽지 않는 습관' 때문인 듯도 하다.


      읽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이 책은 최소 2번은 읽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새 챕터를 읽으면 그 전 챕터가 이해되고, 앞에 챕터를 제대로 이해하면 뒤의 챕터가 잘 읽힌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나서 한 번 더 읽으면 이야기가 하나의 덩어리로 읽힐 것이다.

       

       

       

      두번째 감상


       

      두번째로 책을 읽었을 때 내가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고 느꼈던 부분에서 슬픔이, 애절함이, 쓰라림이 느껴졌다. 처음 이 책을 볼 때의 나는 영혜의 남편이었고, 읽는 중에는 인혜였고, 이 책을 두번째로 읽고 나서는 영혜였다. 이렇게까지 감상이 달라질 수가 있나 놀라며 읽었다. 다시 남기는 감상평은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를 이리 불쾌하고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나 감탄하며 본 명작'이다.


      <2장>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버리려 했던 순가은 인생의 코너 같은 거였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도울 수 없다. 모든 사람이 -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부모, 그것을 방관하는 남편이나 형제자매까지도 - 철저한 타인, 혹은 적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다시 깨어난다 한들 그 상황이 변해 있을 리는 없다. ···문득 그는 차라리 그녀가 깨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어난다는 상황이 오히려 막연하고 지긋지긋해, 눈을 뜬 그녀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더이상 그 현실의 이미지들을 견딜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그것들을 다룰 수 있었을 때 그는 충분히 그것들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혹은, 충분히 그것들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처제의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푹푹 찌는 여름 오후의 택시 안에서 그 모든 것딜이 그를 위협했고, 구역질나게 했고, 숨을 쉴 수 없게 했다. ···단 한순간에 그는 지쳤고, 삶이 넌더리났고, 삶을 담은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민호가 폭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낌으로 인해서 삶이라는 것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도.


      <3장>

      **3장은 읽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감정들이 많아서 감상이 아닌 대사와 문구**

       

      '···다만 그 모든 것을 뼛속까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뼛속에 아무도 짐작 못할 것들이 스며드는 것을. 해질녘이면 대문간에 혼자 나가서 있던 영혜의 어린 뒷모습을. 결국 산 반대편 길로 내려가 집이 있는 소읍으로 나가는 경운기를 얻어타고 그들은 저물녘의 낯선 길을 달렸다. 그녀는 안도했지만 영혜는 기뻐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저녁빛에 불타는 미루나무들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 저녁, 영혜의 말대로 그들이 영영 집을 떠났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그날의 가족모임에서, 아버지가 영혜의 뺨을 치기 전에 그녀가 더 세게 팔을 붙잡았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영혜의 방 베란다 난간 위로 새처럼 날아오르려 하던 그의 자세가 조용히 그 위로 겹쳐졌다. 그는 비디오 속에 그토록 많은 날개 있는 것들을 집어넣었으면서도, 막상 자신은 가장 필요할 때 날아오르지 못 했다.

      ···그녀가 그토록 존경하려 애썼던 사람, 인내하고 보살피기 위해 몸을 으스러뜨렸던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가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한갓 그림자에 불과했다.

      나는 당신을 몰라.

      ···용서하고 용서받을 필요조차 없어. 난 당신을 모르니까.'


      '이년 전 사월, 그러니까 그가 영혜의 비디오를 찍던 해의 봄에 그녀는 한달 가까이 하혈을 했다. 피에 젖은 속옷을 빨 때마다 수개월 전 영혜의 손목에서 허공으로 솟구치던 선혈이 떠오르는 까닭을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만일 나쁜 병이라면,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일년. 육개월. 아니면 삼개월. 그때 그녀가 처음으로 생생하게 의식한 것을그와 함께 살아온 긴 시간이었다. 기쁨과 자연스러움이 제거된 시간. 최선을 다한 인내와 배려만으로 이어진 시간. 바로 그녀 자신이 선택한 시간이었다.

      마침내 지우를 낳은 산부인과로 향하던 오전, 그녀는 국철 왕십리역의 실외승강장에 서서 유난히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후락한 철조 가건물들이 서 있었고, 차량이 다니지 않는 가장자리의 침목들 사이로 손질 안 된 풀들이 웃자라 있었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뜻밖의 고통을 느꼈다. 살아야 할 시간이 다시 기한 없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조금도 기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한달 동안 염려했던 큰병의 가능성은 오히려 사소한 번민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녀는 달았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영혜의 몸을 통과해 내려갈 때, 땅에서 솟아나온 물은 거꾸로 헤엄쳐 올라와 영혜의 샅에서 꽃으로 피어났을까. 영혜가 거꾸로 서서 온몸을 활짝 펼쳤을 때, 그애의 영혼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하지만 뭐야.

      그녀는 소리내어 말한다.

      넌 죽어가고 있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 침대에 누워서, 사실은 죽어가고 있잖아. 그것뿐이잖아.'


      '그와 영혜가 그렇게 경계를 뚫고 달려나가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모래산처럼 허물어뜨리지 않았다면, 무너졌을 사람은 바로 그녀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다면, 오늘 영혜가 토한 피는 그녀의 가슴에서 터져나왔어야 할 피일까.'


      '······이건 말이야.

      ······어쩌면 꿈인지 몰라.

      그녀는 고개를 수그린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영혜의 귓바퀴에 입을 바싹 대고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그녀는 고개를 든다.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나가고 있다. 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쏘는 듯한 여름햇살이 눈을 찔러, 그녀의 시선은 그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채식주의자>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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