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 별점과 한줄평, 짧은 해석
<디거> ★★★★★
-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톰 크루즈, 리즈 아메드, 존 굿맨 , 산드라 휠러 외
한줄평 : 코미디의 디스토피아는 사실 현실의 디스토피아라는 점에서 더욱 풍자적이고 비극적인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는 배경이 중세시대인가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고 예쁜 세트와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매우 현대적이고 근미래 SF 느낌의 유난히 발달된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상 통화, 거울로 연동되는 통화, 사용하는 기술들까지 근미래를 연상케 했다. 바깥 세상의 디스토피아와는 달리 발전된 기술들이 대자연애 빚지고 편리한 기술들을 우리에게 준 느낌이었다.
주인공 ‘디거 록웰’은 이름에서부터 연상할 수 있듯 석유 재벌이다. 그 명성답게 대자연을 발 밑에 두고 동물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집에는 온갖 박제된 동물들로 가득한,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침대에서는 매일 고양이와 함께 하며 고양이만을 위해 그의 바쁜 일상을 내어주고, 그 여동생은 친환경 기업을 경영한다. 그가 사랑해 마지못하는 고양이 ‘매기’는 38살로 인간의 나이로는 200살에 가깝다. 침대에 실수를 하고 온갖 병을 앓고 있어도 모두 치료해주고 사랑해주는 게 ‘매기’를 위한 것이라고 ‘록웰’은 생각하지만, 자연의 섭리로 생각해보면 이는 ‘매기’를 향한 학대다. 자연스럽게 떠날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박제되어 그의 곁에 강제로 남게 된 것이다. 결국 ‘매기’는 ‘록웰’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수은 중독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오롯하게 사랑을 준 고양이에게마저 물어뜯긴 ‘록웰’은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 접했던 Steve Cutts의
steve cutts - MAN
!! 스포일러 주의 !!
이 영화는 사실 극중극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영화의 발단부가 끝나갈 때쯤 관객은 이 모든 게 연극 리허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극중극 장면을 보여줄 때는 화면비가 1.50 : 1로, 현실을 보여줄 때는 1.85 : 1로 바뀐다. 하지만 유엔 총회에 간 ‘록웰‘이 대기실과 연설장을 오갈 때는 화면비가 멋대로 바뀌곤 한다. 연극에 등장하는 유엔총회 의원들의 소위 말하는 ’개싸움‘이 현실인지 연극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영화도 교묘하게 구분선을 지운다. 연설에서 ‘록웰’은 당신들이 타고 온 비행기와 즐기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손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말에 의원들은 격분하지만, 그 모습조차 우스꽝스러워보일 만큼 아프게도 ‘록웰’의 말은 맞는 말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스마트폰조차 그의 석유 덕분이니까.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웨스 앤더슨 느낌의 촬영은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 풍자극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극중극을 보여줄 때는 밑에서 위로 인물들의 얼굴을 찍으며 일부러 웃기고 과장되게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정직한 화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개그 장면조차, 우리가 ‘록웰’을 비난하고 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 질문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미국인의 자의식 과잉을 대놓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이 지켜줄 겁니다.”라는 말을 하다가 순간 숨이 넘어가는 등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고, 그를 숭상하는 국방부 장관은 “세계 최강의 군대가 있는 국가가 무엇을 무서워하냐”등 대사를 하며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힘과 권위만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극에서 ‘록웰’ 연기를 하던 ‘커티스’는 너무 우스꽝스럽다고 연기를 못하겠다고 하지만, 젊은 영국인 여성 감독은 이게 당신들 미국인의 모습이고 당신 세대의 모습이라고 허를 찌른다. 연극의 감독이 하는 말은 곧 이 영화의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과 같다.
이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듣고 나의 5점이 과한 점수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동과 감탄스러운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평에 휘둘릴 마음이 아니었다. 꼭 <디거>를 열린 마음으로 다양하게 감상해보시기를 바라며.
평론가, 관객 호평 가득한 <디거> 로튼토마토 지수 50%대의 충격
위에서 신나게 설명한 영화 <디거>는 로튼토마토 지수 50%대를 받으며 미국 내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란, 미국의 콘텐츠 평가 웹사이트로 신작 작품에 대해 '썩은 토마토', '신선한 토마토' 등으로 평가를 내리고 토마토의 신선지수를 퍼센트로 나타낸다. 50%대를 받았다는 건 혹평을 받았다는 뜻이다. 국내 영화 잡지 씨네21의 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3.5점에서 4.5점을 주는 등 호평을 내린 반면 미국의 평론가들에게 혹평 받은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디거>는 미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는 미국 국민들-특히 미국의 군사력과 정치력, 외교력에 대한 상당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은 심기가 불편했을 수 있다. 특히나 기득권은 더하다. 대통령부터 재벌까지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 웃음을 주는 이 영화를 보는 기득권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혹평을 내렸을 것이다. 물론 로튼 토마토가 기득권의 눈치를 보거나 미국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해서 '썩은 토마토' 지수를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화가 추구하는 미국과 실제 기득권이 추구하는 미국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의 호평과 혹평으로 영화를 평가할 수는 없으며, 내가 재밌게 본 영화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봤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시대의 역작이어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영화 중 하나일 수 있는 것이 영화의 숙명이다. 그저 영화를 정치적인 견해로 인해 무작정 비난하거나,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일 없이 자기만의 관점에서, 나만의 '인사이트'로 평가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