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부산국제영화제
제 3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하여 개봉 하루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을 관람했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만화를 그리는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다.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가 주연을 맡았으며, 제 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선정돼 개봉 전날 오픈 시네마에서 상영되었다.
오시야마 기요타카의 애니메이션 <룩백>
오시야마 기요타카의 애니메이션 <룩백>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유로운 2D 드로잉이 만들어내는 생동감과 두 소녀의 우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2D 드로잉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과 생동감 있는 움직임은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두 소녀의 성격과 감정은 대사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을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표현은 그림을 그리는 몰입과 각자의 마음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이 두 인물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한다.
또한 영화는 두 사람이 그림을 매개로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낸다.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들을 함축적으로 연결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감정이 머물 여백을 둔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두 소녀가 함께 쌓아온 시간과 우정의 깊이가 충분히 전달되며, 그들의 성장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으로 남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실사 영화 <룩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실사 영화 <룩백>에서는 감독이 인터뷰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언급했듯,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동시에 원작을 바라보는 감독만의 시선도 드러났다.
새롭게 추가된 장면과 더욱 넓고 광활하게 담긴 풍경, 애니메이션 표현된 새로운 장면들은 익숙한 이야기에 또 다른 감독만의 감각을 더했다. 특히 후지노가 과거를 돌이켜보며 펼치는 상상이 선명하게 다가와, ‘룩백’ 제목의 의미를 한층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지점들도 있었다. 러닝타임이 길어진 만큼 일부 구간에서는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애니메이션에서 인상적이었던 후지노가 빗속을 달리는 장면이나 두 소녀가 손을 잡고 뛰는 장면 역시, 실사에서는 움직임의 생동감과 감정이 애니메이션 만큼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대사와 장면을 충실히 따라가는 과정에서 인물의 표현이 제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론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를 하기 위해 장면 안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실사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 속에서 이 영화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시선으로 담애는 자연 풍경과 새를 통한 상징에서 창작의 ‘자유’가 더 느껴지며 이야기의 감정을 확장했다. 넓게 펼쳐진 자연의 광활함은 두 인물의 감정과 맞물렸다.
두 주인공이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종이 위에 선을 긋는 소리 역시 ‘창작’의 과정을 더 느끼게 했다. 덕분에 그림이 두 사람에게, 또 관객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부분은 후지노가 과거를 돌이켜본 후 그녀가 상상하는 세계를 자유롭게 펼친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그 가능성이 아름답게 표현되고, 두 소녀가 모두 원했던 세계인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드러나 벅차올랐다.
그리고 그 둘의 우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룩백’의 의미가 더 깊이 느껴졌다.
창작자로서 느낀점
선선한 날씨 속 야외 시네마에서 많은 관람객과 함께한 <룩백>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되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실사 영화에서도 다른 종류의 깊은 울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실사이기에 가능했던 표현과 그 안에 담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3D 애니메이션 창작자로서 공감되는 순간도 많았다.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영화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떠올렸다고 말했다.
두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 역시 그 질문을 되짚어보았고, 나만의 답을 생각하는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관객 각자 자신의 경험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담아낸 <룩백>을 스크린에서 꼭 만나보길 추천한다.
(본문에 사용된 부산국제영화제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