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보는 연극인지라 기대감도 높았지만 그런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연극이었다. 정말 예상만큼 어느 연극보다 유쾌함이 넘쳐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순식간 지난 기분이었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여주인공과 톱스타인 남자배우. 이들의 직업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인지 두 배우 모두 그 역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사실 이종격투기는 평소에 접하거나 연습하지 않으면 매끄럽게 해낼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배우분이 극 중간 중간 연출해야하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면모를 어색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짧고 기본적인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분들과 여러번 맟춰보며 연습한 듯 자연스럽게 소화하여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사실 배우는 다양한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에게 익숙하지않고 혹은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을 능숙한 듯 연기해야 할 것이다. 배우의 당혹감이나 어색함이 관객에게 느껴지게 되면 그 순간 그들은 이것이 연기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어 극에대한 몰입도와 완성도가 떨어지게 될테니 말이다. 사실 연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타나 가수, 학생, 일반인 등등의 배역에서는 이러한 이질감을 느껴본적 없지만 마술사를 주 소재로하는 연극을 보고 처음으로 아마추어 연극의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 그 작품의 원작을 워낙 좋아해서 기대에 부풀어 갔지만 신기하다 못해 신비로워 진짜 마법을 부리는게 아닐까 하는 환상을 불러일으켜야하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인 동작에서도 어색함과 실수를 남발하면서 원작에 대한 환상마져 깨져버린 것이다.

사실 그런 어색함을 제외하면 다른 분들의 연기력이나 감동, 재미 모두 갖췄던 연극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디테일에 대한 실망감이 연극 전체의 실망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무래도 다소 빡빡한 일정 속에 연습하고 협소한 장소에서 연극이 이뤄지는 만큼 연출과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종격투기선수를 소화해야하는 여주인공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자신감있게 해내는 모습에 더욱 인상 깊었다.

사실 이 연극은 세상물정 모르는 탑 스타와 현실 속 삶에 허덕이는 조금 과격한 평범한? 여자와의 코믹한 로맨틱물을 가장한  꿈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감독을 꿈꾸지만 재능과 가난 속에 백수와 다름없는 오빠와 가난과 가족의 반대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여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탑 스타이지만 목표 없이 사람 속의 시선 속에 사는 꼭두각시 신세인  남자.. 간절한 꿈이 있지만그 만큼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 했던 순간, 혹은 항상 바쁘게 살아가지만 확실한 목표가 없어 가슴 한 편이 허전하고 허망해지는 순간, 누군가는 부러워하는 삶이지만 정작 그런 시선에 의해 솔직할 수 없던 순간처럼 우리가 살면서 겪거나 느꼈던 기억을 건들고 있다.

자신의 꿈에 강한 확신을 갖고있는 듯 보였던 여주인공도 사실 자신이 이 꿈에 소질이 없는 건 아닌지 항상 두려웠다고 얘기하는 부분은 꿈이 있는 사람 혹은 꿈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껴본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이 연극은 코믹한 로맨틱을 감상하고자 하는  연인이나 친구 뿐 아니라 꿈을 응원받고자 하는 이들, 현실 앞에서 꿈을 고민하는 이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