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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가을비와 하얀 드레스
필자가 2월 초 집필했던 단편소설을 일부 수정하고 고쳐 쓴 작가판/편집본.
“풀어 줘.” 그녀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다시 든다. 마치 작은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친구 제나가 등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샤워실에서 물을 틀고 다시 내 앞으로 와 있었다. 내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것인가. 샤워기의 물이 쏴. 하고 쏟아지는 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소리는 바깥에 세차게 쏟아지는 가을의 차가운 빗
by
하지석 에디터
2024.05.2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미동하는 사랑의 시 [도서]
이토록 미약하게만 흔들리는 사랑의 변주곡
사랑을 무엇이라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렇게 어렴풋이 (혹은 다양하게) 정의된 사랑을 완전히 뒤집는 일은 더욱 어렵다. 사랑의 고정된 관념을 뒤집고 깨부수는 작업을 예술적 실험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사랑에 대한 파격적 실험보다 정의된 사랑을 위한 안전한 변주를 선택하는 이들의 수가 압도적인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사랑은 대체로
by
차승환 에디터
2024.05.2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아름다움을 향한 질투는 나의 힘 - 금각사 [도서/문학]
미를 사랑할 수 있는가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질투의 방향성은 통상적으로 타인을 향해있다고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질투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by
유민 에디터
2024.05.18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바다의 딸
오랜만에 쓰는 완전히 nh한 소설. 지금 쓰는 중인 <young woman and a flower>도 nh로 기획할 예정.
머나먼 시간, 머나먼 바다와 해변에서.... 태양이 뜨기 직전의 새벽이었다. 이 시간이면 열리는 자연의 순환고리가 여김 없이 다시 시작되었다. 검은 밤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하늘은 다시 푸른색을 서서히 회복해 갔다. 하지만 태양의 밝고 뜨거운 얼굴 없이, 바다와 해변, 그리고 세상에 내린 푸른색은 아직 짙고 어두웠다. 짙은 푸른색의 하늘에는 밤에면 보이
by
하지석 에디터
2024.05.1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인간의 불완전함을 탐구하다. [도서/문학]
『이야기의 탄생』 (윌 스토, 2020)
전청조를 보면 결핍의 끝판왕이야. 걔는 진짜 결핍이 너무 많았어. 근데 우리가 저번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어떻게 잘 전환하느냐에 따라서 히어로가 될 수 있고, 빌런이 될 수도 있다고 했잖아. 걔는 너무 큰 빌런이 되어버렸어. - 드로우앤드류 영상 中 사이드 프로젝트로 함께하게 된 매거진에서 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다. 주제는 자아 결함. 결함 있는
by
고은솔 에디터
2024.05.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명명 대신 멍멍을 [문학]
다만 우리는 평생 그 사이를 방황할 것임을 짐작할 뿐이다.
어린 내가 놀이터에서 뛰어 놀던 때,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는 ‘엄마!’하는 외침만 들려도 밖을 내다 보았다고 한다. 소리의 주인이 나인 적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나 역시 길을 걷다 ‘학생!’하는 소리에 자주 돌아보지만, 나를 부른 것이 아님을 깨닫고 머쓱하게 돌아선 적이 잦다. 사실 누구에게든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요, 저기, 아
by
오송림 에디터
2024.05.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내 책장에 자리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도서/문학]
시절을 기록하는 역사가, 시인
시인은 시절을 기록하는 역사가입니다. 시의 언어는 리듬이 되어, 때로는 발칙한 상상력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죠. 팍팍한 일상에서 절제된 언어만 마주하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어느새 굳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란 시를 읽는 순간, 마음은 말랑해져요. 마치 슬라임이 된 것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며,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고개를 들죠. 이번에는
by
오금미 에디터
2024.05.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모든 것들의 영원한 시간은 언제, 어디까지고 [도서/문학]
단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2022)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이렇게 단호하고 직설적인 낙관이라니. 요즘 내게 이런 희망적인 문장은 잘 뽑은 포춘쿠키의 쪽지를 펼쳐봤을 때, 혹은 재미로 본 오늘의 운세에서 오늘은 운수 좋은
by
이명화 에디터
2024.05.13
리뷰
도서
[Review] 과학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 과학 잔혹사 [도서]
과학의 위대한 성취 이면에 숨겨진 잔혹 행위들을 파묘해보자
처음 책이 도착했을 때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백과사전 뺨치는 두께가 전공 서적인 건가, 헷갈리게 만든다. 사실 이 책은 제목과 부제만 보고 선택했다. <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라니. 부제목에서 도파민을 자극했다. 과학은 평소 내게 까만 건 글씨고, 흰 건 종이라는 깨달음만 가져다주는 과목이었는데, 역사
by
이도형 에디터
2024.05.13
리뷰
도서
[Review] 우주를 넘나들어 부치는 편지 - 청혼 [도서]
아주 문학적인 우주 이야기
한 편지지가 놓여 있다. 우주 저 너머에서부터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거리를 날아 이곳, 지구에 도착한 편지.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훔쳐본다. 수 광년의 역사를 머금고서 조용히, 그리고 살포시 내려앉은 별들의 이야기를.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우주를 날아온 열두 통의 편지, 그 속에서 교차하는 우주 전쟁과 애틋한 로맨스. 배명훈 작가의 '
by
박가은 에디터
2024.05.1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속임수와 진실, 삶과 죽음, 관찰자와 관찰 당하는 자 [도서/문학]
내가 조금 더 자라고 본 햄릿은 그 늪에서 매섭게 속임수를 선택했으며, 유연하게 관찰자와 관찰 당하는 자의 지위를 오가며 끝내에는 초연하게 죽음을 선택했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햄릿을 다시 읽어 보니 예전엔 왜 햄릿을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의문이다. 생각해 보니 그 때는 그렇게 읽은 게 아니라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때로는 배움이 그늘이 될 때도 있는데 한 걸음만 그늘에서 벗어나 보면 대상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이젠 햄릿을 배우지 않는 나이가 되었기에 그저 그냥 읽어 보니 햄릿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by
오유진 에디터
2024.05.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불안이라는 필연적 저주 [도서/문학]
<불안>, 알랭 드 보통
불안이라는 감정과 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자동차는 이제 스스로 운전하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왔음에도 불안을 느낀다. 내년, 내후년에는 더 좋은 자동차와 휴대폰이 나오겠지만 이 불안은 점점 커질지 작아질지 알 수 없다. 이 좋은 세상에서 나는 왜 불안을 느끼는지 불안(알랭 드 보통)을 읽으면 알 수 있을까. 평
by
이유진 에디터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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