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히 장면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인물의 내면과 서사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4년 작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역시 이러한 영화 음악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인물 스티브 지소의 무모한 해저 탐험과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데이비드 보위의 곡 ‘Life On Mars?’를 연결 지어, 작품이 담아낸 상실과 성장의 메시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주인공 스티브 지소는 해양 학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한때 유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던 중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하는 네드를 만나게 되고, 네드의 투자금으로 이전 탐험에서 자신의 동료를 잡아먹은 괴물상어(표범상어)를 찾기 위한 마지막 탐험을 나서게 된다. 이 여정 중 해적선을 만나거나 아들의 죽음 등 여러 위험을 맞닥뜨리지만 결국 잠수함을 타고 표범상어를 찾는데 성공한다.
보통의 모험기, 성장기는 젊은 주인공이 나서는 여정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모험을 떠나는 주체는 스티브 지소, 즉 아버지이다. 또한 이 모험은 오히려 아들의 지원으로 가능해진 것이기도 하다.
스티브 지소는 주변 사람들이 모험을 그만하라고 하고, 다큐가 더이상 흥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탐험을 떠나는 고집이 세고, 성숙하지 않은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아들 네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뒤늦게라도 아버지의 노릇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함께 모험을 떠나고, 그의 죽음까지 겪으며 스티브 지소가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사운드트랙은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세우 조르지가 맡은 펠레 도스 산토스라는 선원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잠수함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휴식을 주는 듯하다.
그 중 영화에 삽입된 노래인 데이빗 보위의 “Life on Mars?”는 스티브 지소의 모습을 반영한다.
스티브 지소는 명성을 잃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무모한 복수의 여정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인물이다. 이런 지소의 해저 탐험은 “Life on Mars?”, “화성에 생명이 있을까?”와 같은 무모하고 환상 같은 여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처럼, 스티브 지소는 탐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묻는다. 지소는 탐험을 하며 동료를 잃고, 가짜 아들일 수 있는 네드를 만나고, 결국 자기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된다.
다른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같이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도 상실, 외로움, 자기 정체성 탐색과 성장 같은 묵직한 주제가 동화같이 그려진다. 주 배경이 되는 바다를 웨스 앤더슨만의 연출과 색감으로 보며, 무모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스티브 지소의 모험과 성장을 지켜보고 또 응원하는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