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의 대표 문구는 기획의도가 잘 드러나면서도 흥미를 끄는 문장이었다. 나는 느린 걸 좋아하고, 생각이 많다. 결정을 내릴 때나 해야 할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꽤 긴 시간을 할애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느린 편이지만 이에 비해 자주 불안해하고, 예민하다는 점이다. 내가 낼 수 있는 속도감과 마음의 속도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느린 걸 좋아해도 스스로 완벽하게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있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느릿한 성향이 누군가에게는 ‘게으르다’고 보일 수 있고, 부정적인 시선과 달갑지 않은 충고로 돌아올 때의 마음은 굉장히 불편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와비사비 라이프’는 매우 달가운 책이다. ‘와비사비’라는 단어 자체는 생소했다. 단순한 것, 덜 완벽한 것,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일본어 ‘와비’와 낡은 것, 오래된 것을 뜻하는 ‘사비’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즉 와비사비 라이프란 단순하고 느린 삶의 방식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단어 의미들의 나열만 보더라도 내가 선호하는 것이자 굉장히 익숙한 특성들이었다. 의도치 않게 아무것도 안 하게 된 날이면 불안해하는 나에게 와비사비에서 제안하는 10가지 목록은 자신만의 속도와 단순함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느낌이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스트 '아트 크러쉬'

대구MBC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에서 만나는 여행지- ③포틀랜드

 이 책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자가 킨포크 제작자였던 줄리 포인터 애덤스라는 점이다. 감성,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 등을 다룬 출판물을 좋아해서 서점에서 지나가다 몇 번씩 킨포크를 펼쳐보곤 했었다. 간접적으로 나마 타인이 살아가는 공간을 보며 나의 공간을 꾸려갈 영감을 얻는 것이 좋다. ‘어떤 공간 안에서 살아가기’는 나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사 중 하나일 것이다.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이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온기와 삶이 묻어나는 공간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요새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 생활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기에 더욱 이 책이 기대되는 바이다.

 때로는 나와 다른 다양하게 존재하는 타인들을 만남으로써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와비사비 생활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하게 사는 삶, 미니멀 라이프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삶의 형태가 하나의 트렌트로써 등장하고 있지만 어떤 삶이 되었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이런 인생을 받아들이는 가치관과 마음가짐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 와비사비 라이프에 이어 나의 인생에는 어떤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 책을 만나기 전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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