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상점가를 걷노라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마리오네트 인형가게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마리오네트는 체코를 대표하는 문화로 체코인 및 관광객들에게 인식되어져 왔다. 마리오네트 인형이나 극을 단순 관광기념 상품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드는 장인이 존재할 정도로 그 인형은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이에 장인은 자부심을 가지고 인형을 제작해낸다.

 이토록 체코에서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체코의 역사와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다. 30년 전쟁 이후 독일의 지배를 받던 체코. 이에 모든 공연은 독일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약을 받기에까지 이른다. 민족의 정체성을 위협받던 시점에서 체코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들의 언어를 지켜나가고자 한다. 배우가 아닌 인형의 입을 빌려 체코어로 공연을 하는 마리오네트 극을 발전시킨 것이다. 체코에게 있어 마리오네트란, 단순히 극의 한 장르를 넘어 저항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에 국가에서 만든 마리오네트 전용 극장이 존재하고, 돈 조반니와 같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명작을 마리오네트화한 공연이 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문화인 마리오네트가 한국에서는 아동을 위한 컨텐츠로 인식되곤 했다. 이에 연극 <다락에서 여행>은 체코 국립 인형극단과 교류하며 인형극의 대중화 및 선진화를 꾀하고자 한다.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위한 인형극장을 설립하여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리오네트 인형극의 형식과 우리의 문화를 융합하여 인형극 장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락에서 여행>은 현대의 일상에서 벗어나 오래 전 잊혀졌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어른들을 위한 스토리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클래식한 음악과 신비로운 영상과 조화를 이루어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다소 환상적인 스토리와 마리오네트라는 오브제의 움직임이 어떠한 미학을 그려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