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 속에 감춰진 진실

 

 

연극이나 시나리오에서 액자 구조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구조이지만,

3중 액자 구조는 접할 일이 많지 않다.

시대와 공간을 여러 겹 쌓을수록 청자로 하여금 복잡함을 느끼진 않을까.

하지만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과거의 ‘배역’에 일치감을 느낀다는 발상은

충분히 이런 액자 구조여야 살릴 수 있겠다 싶은 마음도 든다.

선덕여왕이 용춘과 과거의 연인이자 현재도 마주쳐야 할 사이인 것처럼,

진명은 용호와 옛 연인이자 현재의 동료로 유사한 상황이다.

물론 고대 왕실과 현대 시민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그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극 속에서 벌어지는 공연. 공연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선덕여왕에 대한 비방을 밝히기 위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선덕여왕과 왕실,

게다가 진명과 연극반의 상황과도 일치된다.

결국 극이 진행되고 극 속의 공연까지 준비해야 하면서 배우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 대해 실감하게 될 테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진명이 만들어낸 대본 속 왕실의 상황은 어떨지.

또한 그 대본을 받아 든 연극반 동료들은

자신과 똑 닮은 인물이 헤쳐나가는 방식을 답습하듯 따르게 될까,

아니면 인물과 다른 뜻을 가지고 자신만의 해법을 찾기 위해 나아갈까.

선덕과 천명, 용춘과 용수를 그려내야 하는 그들의 연극은 무대에 오르게 될까?

미스터리 수사극이라는 수식에 맞게 관객으로서

선덕여왕을 향한 비방서의 범인을 쫓아가는 동시에,

우리는 극 속에서의 러브 스토리와 현실 속 인물들의 러브 스토리까지도

어떻게 이어질지 추리해나가야 한다.

미스터리와 로맨스, 허구와 현실, 고대와 현대라는 풍성함은

 3중 액자 구조에 못지 않게 공연을 꽉꽉 채워내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살인으로 가득한 미스터리가 아닌 ‘소문’을 둘러싼 수사극이기에

호기심 가득한 청소년과 함께여도,

얽혀있는 로맨스를 풀어내는 데 연인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

연출가 윤정환의 전작인 <당신의눈>이

미스터리와 구조적인 면에서 크게 흥행한 만큼,

로맨스와 미스터리 모두 놓치지 않고 잘 섞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의 근거를 마련한다.

  

 연극반 3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연습하게 된 연극반에는 연인 사이인 진명과 수용, 용호와 선미가 있다. 오랜만에 연극반 공연에 함께하는 용호는 진명의 옛 연인이다. 때문에 진명은 연습에 예민해지고 수용은 화목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작가 겸 연출인 진명은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왕가에 대한 비방서의 진실’을 소재로 대본을 만든다.

신라 선덕여왕 시기 어느 밤, 궁으로 날아든 비방서에는 선덕 여왕에 대한 비방과 왕가에 벌어진 사랑과 배신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다.

선덕여왕의 전 남편이자 현재 언니인 천명 공주의 남편인 용춘 전군이 스스로 수사를 자청하여 선덕여왕은 용춘에게 전권을 준다. 용춘은 궁중 연회에서 연극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하고, 결국 선덕 여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극이 펼쳐지고 비방서의 범인이 드러난다.

진명이 쓴 극을 연습하는 단원들은 연습이 진행될수록 역할과 자신의 처지가 비슷함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갈수록 극중 인물과 사건이 현실과 일치되면서 극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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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 속에 감춰진 진실

일자: 2015.10.16(금)~11.15(일)

시간 : 평일 8시 / 토요일 3,7시 / 일요일 3시 / 화요일, 11/12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선돌극장

티켓가격 : 전석 2만원 / 1+1 티켓 2만원 / 문화가 있는 날(10/28) 만원

주최 : 극단 산

후원 :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 등급 : 만 12세 이상

문의: 02-6414-7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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