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장호, 이하 예경)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이범헌)가 후원한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가 지난 10월 25일, 1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올해 SPAF는 ‘예술의 다중우주’를 주제로 10월 8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서강대학교 메리홀 등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연극·무용·다원 분야의 작품과 쇼케이스 총 20편을 선보였다. 아비뇽 페스티벌 협력 공연, 국내 예술가의 신작, 확장현실(XR), 관객 참여형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로 평균 객석 점유율 약 90%를 기록했다. 다양한 형식과 규모의 작품에 고르게 예매가 이어졌고, 일부 공연은 조기 마감돼 추가 좌석을 마련했다. 장애·언어 접근성을 높여 장애인 관객 76명과 외국인 관객을 맞이했다.
창작랩·워크숍 페스티벌을 통해 국제 협력과 차세대 예술가의 실험, 동시대 공연예술의 주요 쟁점도 함께 다뤘다.
■ 낭독극 <새>부터 XR 공연 <블러: 경계가 흐려질 때>까지… 다채로운 형식으로 관객 만나
아비뇽 페스티벌과의 협력으로 선보인 <새>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공연으로, 올해 아비뇽 공연에 이어 SPAF에서 아시아 초연됐다.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한강의 문장을 전하며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관객과 가까이 호흡했다. 티아고 호드리게즈의 <사이의 거리> 역시 SPAF에서 아시아 관객과 처음 만나 기후위기 이후의 삶과 세대 간 거리, 소통의 의미를 되짚었다.
<블러: 경계가 흐려질 때>는 배우의 퍼포먼스와 가상현실을 결합한 XR 공연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관람 경험을 제안했다. 이와 연계한 워크숍 페스티벌에는 국내 창작자들이 연출가 크레이그 쿠인테로와 함께 이머시브 공연의 제작 방식과 가능성을 논의했다.
■ 작품 개발과 과정 공유에서 신작 초연까지... 중장기 창작 개발의 결실
SPAF는 협력예술가 제도와 기관 간 공동제작 등을 통해 창작 초기의 리서치부터 개발, 과정 공유와 쇼케이스, SPAF 본공연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제작 방식을 지속해왔다.
박본의 <세 번째 전쟁>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과의 첫 공동제작 작품으로, 2024년 리서치와 창작개발, 2025년 과정 공유를 거쳤다. 올해 5월 ACC 초연에 이어 서울 관객을 만났다. 연극, 무용, 성악, 관현악, 합창을 섞은 오페라극으로 각 장르의 특성과 효과를 살려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끊임없는 반전과 해학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몰입시켰다. 김재훈(EMT)의 <화성학 실습>도 지난해 쇼케이스를 거쳐 올해 본공연으로 선보였다. 네 명의 퍼포머와 록밴드, 피아노 5중주, 직접 제작한 신악기로 구성을 확장했다.
협력예술가들의 신작 초연도 이어졌다. 황수현의 〈히히히스토리〉는 불협화음의 기타 연주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열과 어긋남을 감각하는 방식을 탐색했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이진엽이 연출한 〈찰나의 찰나〉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서 모래와 관객의 참여가 어우러지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팸스x스파프 초이스 선정작인 바리나모의 <건져올렸지만 가라 앉으려는 경향>은 창작자 6인의 협업을 통해 춤의 역동성을 탐구하며 동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었다.
■ 아비뇽에서 서울로… 그리고 아시아와 함께 공연과 대화로 이어진 국제 협력
SPAF는 해외 주요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가 서울에서 교류하고 후속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0일 열린 라운드테이블 <아비뇽 페스티벌의 ‘한국어 초청언어’가 남긴 것과 새로운 시작>에는 티아고 호드리게즈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마그다 비자로 공동 프로그래머, 한국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지난 7월 아비뇽 페스티벌 참여 경험과 향후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아시아 극작가 프로젝트와 연계해 서울아트마켓과 공동 기획한 <아시아 극작가 NOW: 장소성, 디아스포라 그리고 초지역성>에서는 번역과 지역화, 제작환경, 기관의 역할 등 아시아 공연예술의 국제 교류 과제를 짚었다.
■ 차세대 예술가부터 창작 방법론까지… 축제의 경험 넓혀
‘살롱 넥스트’와 워크숍 페스티벌에서는 창작 과정과 예술가의 작업 방식, 동시대 공연예술 현장의 주요 쟁점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 ‘살롱 넥스트’에서는 신촌극장 전진모의 큐레이터십을 바탕으로 최현비의 <복제인간 시>와 정찬동의 <번개와 천둥>을 선보였다. ‘살롱 넥스트: 축제 비평’에서는 젊은 예술가·비평가·기획자가 공연예술 큐레이터십과 축제 드라마터지를 주제로 공연예술축제의 역할을 살폈다.
최석규 SPAF 예술감독은 “예술가의 다양한 관점과 질문, 지역과 세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예술의 다중우주’를 무대 위에 펼쳐 보였다”며 “동시대와 담론과 진화하고 있는 예술 미학, 공연 작품 뿐만 아니라 창작 과정, 공연예술 현장의 주요 화두까지 함께 아우르며 축제의 역할을 한층 넓힌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예경 김장호 대표는 “SPAF는 작품의 개발과 제작, 국제 교류까지 이어지는 공연예술 축제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넓히고, 관객에게도 폭넓은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